'선택과 집중' 없이 성공적 공략 가능할까?

 

[테크월드=박지성 기자] 안녕하세요? 테크월드 뉴스의 박지성 기자입니다. 오늘 Tech Talk에서 다뤄볼 주제는 바로 최근에 대한민국 정부와 삼성이 야심차게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입니다. ‘반도체’는 사실 대한민국에게 있어 하나의 제품을 넘어서 국가 경제 자체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세계 1위의 메모리 반도체 강국으로 대한민국은 반도체 업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죠. 

최근 시스템 반도체 육성에 대한 삼성전자와 정부의 의욕적인 비전 발표가 있었습니다. 무려 133조원을 투자해서, 2030년에는 메모리 반도체만이 아니라 종합 반도체 강국이 되겠다는 의욕적인 발표였죠. 그러나 이런 야심찬 발표에도 불구하고 그 계획을 자세히 보다 보면 과연 이 계획이 정말 실현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바로 전략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크기 때문에, 시스템 반도체로 진출한다?


우선 시스템 반도체 시장으로의 확장에 대한 전략적 이유가 너무 안일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시스템 반도체로의 비전을 발표하면서 많이 언급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시스템 반도체시장의 크기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대비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1.5~2배의 규모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 바로 그것입니다.

시장이 크기 때문에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은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크기가 크다는 것은 곧 그만큼 다양한 제품군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이죠.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수만 가지의 품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크게 마이크로컴포넌츠(Microcomponents), 아날로그 IC, 로직 IC 등으로 구성되며 각각의 시장은 또 다시 크게 구분해도 3~4개의 시장으로 세분화 됩니다. ‘시스템 반도체’ 라는 하나의 묶음으로 소위 ‘퉁 칠 수 있는’ 시장이 절대 아닙니다.

 

■ 절대 강자가 없는, 알고 보면 모두 다른 시장

 

큰 시장의 크기만큼이나 정교한 접근이 필요한 곳이 바로 시스템 반도체 시장인 거죠.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그렇게 체계화된 접근 전략을 세우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 봐야 할 텐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 이번에 공개된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2030 등에서는 그런 그림이 사실 잘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는 절대 강자가 없습니다.

그래서 마이크로컴포넌츠 분야에서는 CPU 시절부터 강력한 영향력과 입지를 구축해 온 인텔이 65%의 시장 점유율로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고 통신용 반도체인 AP 등이 포함된 로직 IC 부분에서는 브로드컴과 퀄컴, 인텔이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IC 분야에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 TI)와 아날로그디바이스(Analog Device, ADI)가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 보이지 않는 우선순위, '모두 다 하겠다?'


이렇게 각 시장마다 선도 기업이 다르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의 요구역량과 생태계 구성이 상이하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야말로 각 분야의 최고 전문 기업들이 나름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는 시장이라는 거죠.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이렇게 치열한 상황인데, 이번에 발표된 시스템 반도체 2030의 전략을 살펴보면 우리는 이런 우선순위가 명확하게 보이지가 않습니다.

반도체의 가치사슬 영역 중 설계 역량이 중요시 되는 팹리스(Fabless)와 생산 및 공정 단계 중심인 파운드리 (Foundry)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핵심 골자인데, 사실 이 두 영역을 더 하면 사실 상 반도체 전 영역이죠.. 쉽게 비유하자면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전교 1등이 되겠다”는 말이죠.

가치 사슬 영역에 대한 전략만 그런 게 아닙니다. 제품 유형 관점에서도 우선 순위화는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게 되면, 향후 우리가 주력할 반도체 유형은 5G용 AP, 자율주행차량 반도체 등등이 쉼 없이 열거돼 있습니다. 테크월드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에서 밝히고 있는 타깃 시장은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중 약 85%입니다. 이쯤되면 타깃이라고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죠.
 

■ 광활한 시장, 전략적 우선순위의 부재는 곧 필패


나폴레옹과 히틀러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의 몰락이 바로 러시아에서 시작됐다는 점이죠. 광활한 러시아라는 전선에서 전략적 우선 순위를 잃은 이 둘은 참담한 결과를 맞이하고 돌아서야만 했습니다. 이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네, 그렇습니다. 광대한 시장일수록, 오히려 더 세분화된 접근과 우선순위에 기반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서유럽 즉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우수한 성과를 바탕으로 러시아 즉 시스템 반도체라는 광활한 시장을 우리가 조금 쉽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극단적인 예를 든 것 같아서 저도 마음이 불편하네요. 모쪼록 이런 걱정이 ‘기우’였기를 바라며 유관 관계자들의 보다 체계적인 전략이 나오고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성과가 만들어지기를 바래봅니다. 네, 이번 Tech Talk는 여기까지였고요. 다음 이 시간에는 VR과 AR 산업에 대해서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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