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nm 그리고 EUV가 전략적 분수령
[테크월드=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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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도체 업계는 사상 유례 없는 슈퍼사이클(Super Cycle)을 경험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호황이 이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에 반도체 산업 역시 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고민에 빠진다. 선두주자들의 경우는 어떻게 하면 이 기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후발 주자들의 경우는 어떻게 하면 이 경쟁 구도를 재편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다. 테크월드의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의 향방을 결정 지을 키워드는 7nm와 EUV로 압축 될 것으로 보인다.
7nm 공정 역량의 확보
반도체 업계에 있어 공정 단위는 단순한 크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공정 단위는 첫 번째로 “수익성”의 의미가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흔히 원형의 반도체 웨이퍼 위에 반도체의 설계도를 그리고, 이를 분할하여 반도체를 생산한다. 이 때 반도체의 크기는 곧 동일한 원형의 판에서 누가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예컨대 동일한 면적의 웨이퍼를 A와 B라는 반도체 기업이 활용해서 반도체를 생산할 때, A의 반도체 크기는 매우 작아 수천 개를 생산할 수 있는 반면 B는 반도체의 크기가 커서 수백 개 밖에 생산할 수 없다면 A사는 B사에 비해 높은 수익성과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런 특징은 “원형”이라는 반도체 웨이퍼 특성 상 더 가속화 될 수 밖에 없는데, 웨이퍼가 원형이다 보니 반도체 크기가 작을수록 곡면 부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반면 크기가 크면 상당히 많은 곡면 부분을 버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반도체의 크기는 또한 제품의 자체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휴대용 디바이스들은 날이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디바이스가 작아지면서 그 안에 탑재되는 부품의 크기 역시 작아져야 한다. 여기에 기존에는 탑재되지 않던 다양한 센서와 기능들이 추가되면서 단위 부품 당 크기에 대한 압박은 더욱 더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작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각 종 프리미엄 디바이스에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렇기에 대다수 기업들의 7nm라는 초미세 공정 영역으로의 진입을 추구하고 있지만, 워낙 어려운 영역이다 보니 현재로서는 삼성전자와 TSMC 두 기업 정도만 이에 근접하고 있다. 7nm라는 크기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의사들이 수술실에 쓰고 들어가는 마스크를 상상해 보자. 수술용 마스크를 통과할 수 있는 입자의 크기가 무려 100nm이다.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 마스크의 틈새가 100nm인데 이의 1/10 이하 크기가 바로 7nm인 것이다. 당연히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다 보니, 대단위 투자를 필요로 하고 그래서 글로벌 파운드리, SK 하이닉스, 인텔 등은 이런 저런 이유로 현재 Wait & See 전략 (관망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EUV 기기의 도입
앞서 말한 것처럼, 7nm의 세계는 기존의 반도체 공정과는 차원이 다른 영역이기에 기존 반도체 공정 기기들로는 생산에 일부 한계가 있다. 따라서 반도체 업계는 EUV(극자외선) 기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극자외선 파장을 활용해 반도체 공정을 진행하는 이 최첨단 기기는 향후 반도체 기업들의 차세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2019년부터 7nm 양산을 선언한 삼성전자는 EUV를 기반으로 이를 가속화할 예정이다. 반면, 7nm 공정단계에 가장 빨리 진입한 TSMC는 EUV 보다는 기존의 액침 불화 아르곤 기법을 최대한 활용한다. 반도체의 초미세 공정 추세에 따라, SK 하이닉스 역시 EUV 도입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역량 확보를 꾀하고 있다.
7nm, EUV는 선택요소, 초미세화는 피할 수 없는 방향
이상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주요 전략을 살펴 봤다. 요약하면 7nm라는 미세 공정을 전략적으로 중요한 단위로 가져갈 것이냐, 그리고 그 과정에서 EUV라는 차세대 공정기기를 활용한 것이냐는 2가지 관전 포인트에 따라 업체들의 전략이 구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7nm 그리고 EUV는 선택적 요소가 된다. 사실 7nm가 표준화된 크기도 아니고 EUV 외에도 다양한 생산 기법들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작은” 단위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것인가 하는 것은 업계의 변하지 않는 본질적인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