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벡 공장 설립 배경과 내부 프로세스 살펴보기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오랜 세월이 흘러도 제조업이 추구하는 단 하나의 변치 않는 목표, 바로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지금 이 순간 제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스마트팩토리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에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재 모든 제조업 이해관계자들에게 스마트팩토리 구현은 최우선 과제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바로알기'다. 전 세계 스마트팩토리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독일의 지멘스 암벡 공장을 통해 스마트팩토리 구현에 필요한 핵심 요소들을 살펴보자.

참조기사 - 불확실성의 시대를 위한 제조업의 발전 방향 ‘스마트팩토리’ (테크월드, 2019.03)

지멘스 암벡공장 전경

모태 스마트팩토리, 암벡 공장

독일 바이에른주 제2의 도시인 뉘른베르크에서 차로 약 1시간 정도 달리면 인구 4만 7000명 정도의 소도시인 암베르크(Amberg, 암벡)에 도착한다. 지멘스는 이곳에 약 70년 전인 1948년 처음 사업을 시작했으며, 1990년 ‘Electronics Works Amberg(EWA)’로 명명한 지금의 암벡 공장을 설립했다. 스마트팩토리란 개념조차 없던 30년 전이지만 당시 EWA의 건설 목표는 이미 공장의 투명성, 품질 강화와 생산기간 단축을 위한 ‘인텔리전트 팩토리 구축’에 있었다. 

이후 암벡 공장은 7년 만인 1997년 ‘올해의 공장(Factory of the year)’에 선정됐으며, 다시 10년 뒤인 2007년에는 유럽 최고의 공장(Factory of Europe)’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후 전 세계 많은 기업인과 정치 지도자들이 이곳을 방문하면서 암벡 공장은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다. 

 

암벡 공장의 핵심 키워드 ‘디지털 트윈’

EWA의 성장 비결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한마디로 정리된다. 이는 제품 가치사슬에 포괄적인 접근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전체 프로세스를 하나로 통합하고, 일관된 디지털 스레드를 적용시킨 ‘완전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이란 뜻이다.

지멘스는 이를 위해 공동 데이터 스토리지와 데이터 관리 시스템에 팀센터(Teamcenter)를 적용해 데이터 백본을 구성하는 모든 단계의 데이터를 통합·연계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

다시 말해 제품의 전체 가치사슬이 데이터의 끊김 없이 연속성을 갖도록 협업 플랫폼을 구성한 것이 첫 번째다. 이어 각 공정별 데이터를 디지털 트윈으로 확보해 굳이 현장에 나가지 않아도,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것보다 더 폭넓게 생산라인의 모든 것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것이 두 번째이자 디지털 트윈의 핵심이다.

참고 기사 - 현실 속 디지털 트윈 적용 사례(테크월드, 2019.06)

암벡 공장이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시도한 이유

EWA는 왜 스마트팩토리에 도전했을까? 소비자들은 이제 과거와 달리 공급자 위주의 시장보다 소비자 선택권이 더 많이 보장되는 시장을 바란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많은 사회적 변화가 있어 왔고, 제조업도 이에 부응할 필요를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정된 생산라인을 통한 고품질의 다품종 제품 생산, 여기에 에너지 절약이라는 효율성까지 만족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였다. 지멘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벡 공장에 디지털 트윈 기반의 5가지 가치사슬 프로세스를 적용했다.

 

1. 제품 설계(Product Design)

이 공정은 제품의 컨셉, 3D 모델링과 도면화, ▲열수지 시뮬레이션(Thermal simulation) ▲기계적 시뮬레이션(Mechanical simulation) ▲전자적 시뮬레이션(Electronics simulation) ▲제조용이성(Manufacturability)’ 등의 여러 시뮬레이션을 하나의 협업 플랫폼과 데이터 백본으로 통합하고, 설계 문서(Design Document) 부품소요목록(Bill of material, BOM)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단계다.

이런 시뮬레이션을 통한 프로덕트 디자인 방식은 고객의 요구사항을 보다 빠르게 반영할 수 있으며, 한정된 생산라인에서 한층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유연성이 증가한다. 또 고객의 발주 변경으로 생겨나는 생산계획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납품할 수 있다.

2. 생산 계획(Production planning)

전자제품을 생산하다 보면 신소재, 신기술을 적용한 부품 도입이 굉장히 중요하며 이로 인해 특정 제품이 단종되거나 아예 새로운 제품이 필요한 경우들도 생겨난다.

생산 계획 단계는 이런 제품 설계 단계에서의 검증을 토대로, 실제 생산라인에서의 생산가능성 분석과 물류공급에 대한 계획이 이뤄진다. 즉, 원활한 제품 생산을 위해 ▲플랜트 설계/최적화 ▲조립공정의 시뮬레이션 ▲검증을 위한 생산 시뮬레이션, 그리고 시스템과 생산 라인을 위한 물류 시뮬레이션까지. 이 모두가 두 번째 가치사슬에서 구현되는 디지털 트윈이다.

이를 통해 고객은 생산 설비와 라인의 시운전 기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실제 물리적 설비 구축 전에 리스크를 낮추고 비용 절감을 달성할 수 있다. 또 여러 복합적인 문제들도 가상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이점을 얻게 된다.

3. 생산 공학(Production engineering)

제품 설계와 생산라인에 대한 가상의 검증이 끝나면, 실제 생산라인 구축에 들어갈 차례다. 생산 공학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을 기준으로 통합된 엔지니어링 플랫폼 사용하고, 실제 장비와 생산라인에 사용되는 컨트롤러, 패널, IPC 등을 활용해 제어와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것이다.

▲가상 커미셔닝 ▲자동 엔지니어링 ▲증강현실 검사 ▲수치제어 프로그래밍 ▲기계 설계와 컨셉 평가 등 통합된 자동화 기술을 통해 고객은 생산관점에서의 품질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생산과 엔지니어링 작업 효율이 증대될 수 있다. 이는 곧 고도의 자동화를 통한 노동 비용의 절감을 의미하기도 한다.

4. 생산 실행(Production execution)

CAD/CAM을 통한 제품의 설계와 생산의 실현, 그리고 NC 프로그래밍에 기반한 PLM부터 MES까지의 제품/생산 관리. 이 두 가지 기술을 통해 공장의 수직적 통합을 이룰 수 있다.

암벡 공장 역시 ▲실시간 모니터링 ▲추적성 ▲증강현실 ▲연동성에 기술적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장비와 사람 사이 상호운용성을 강화해 유연한 생산을 가능케 했다. 이런 프로세스가 실현될 때 생산라인의 품질을 높이고 정확한 납품 기일을 확보할 수 있다.

5. 서비스(Service)

마지막 단계인 서비스의 핵심은 ‘에너지 절약’과 ‘생산의 보안’이다. 암벡 공장은 이를 위해 ▲에너지 분석 ▲예측 분석 ▲OEE 분석 ▲예측 보수 ▲기계/플랜트 보안 기술 등을 접목하고 있다. 이는 곧 차질 없는 생산 목표 달성과 안전한 자산 보호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다.

이처럼 암벡 공장은 5단계에 이르는 전체 가치사슬의 디지털화를 통해 당초 목표로 했던 생산 속도는 물론, 유연성과 품질, 효율이란 네 박자를 모두 달성하면서 지금까지 스마트팩토리 글로벌 리더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나 주목할 것은, 암벡 공장도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공장이 설립된 1990년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 디지털화의 고삐를 한순간도 늦추지 않았던 것이 바로 지금의 암벡 공장을 만든 비결이다. 즉, 현재 운영 중인 어떤 공장이라도 디지털화에 대한 꾸준한 열정과 실행력만 갖춘다면 얼마든지 암벡 공장 못지않은 스마트팩토리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예 새로운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함에 있어서도 디지털 트윈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공장의 청사진이 있으면 제품과 생산 프로세스는 쉽게 복사할 수 있지만 각 공장이 생산 효율까지 그대로 복사할 순 없다. 지멘스는 이를 해결하는 열쇠도 결국 디지털 트윈이라고 본다. 디지털 트윈을 잘 활용하면 제품과 생산 공정뿐 아니라 목표한 퍼포먼스 달성을 위한 운영 지식의 디지털화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경제포럼에서 영향력 있는 또 하나의 공장으로 지정한 중국 청두의 ‘지멘스 일렉트로닉스’다. 이 공장은 독일 암벡 공장의 쌍둥이 공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실제 생산하는 제품군도 비슷하며, 암벡 공장의 디지털 트윈 기술을 그대로 적용해 단기간에 높은 성과 달성을 이뤄낸 바 있다.

아마 제조업 부흥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지멘스의 프로세스와 접근법을 벤치마킹한 전략으로 공장 디지털화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료제공 -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테크월드 월간<EMBEDDED> 4월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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