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속 디지털 트윈 적용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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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 디지털 트윈 적용 사례
  • 이건한 기자
  • 승인 2019.06.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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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도시형 모델과 GE의 산업형 모델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실존하는 사물을 디지털 세상 속 쌍둥이처럼 구현하는 기술인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최근 사물인터넷·인공지능·빅데이터·가상현실·증강현실 등의 여러 첨단 기술이 조화로운 발전을 보이는 가운데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융합 기술이다.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는 기본 목적은 생산성 향상과 운용비용 절감이다. 하지만 디지털 트윈에 어떤 정해진 형태나 구조가 있는 건 아니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디지털 트윈은 적용하는 분야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며 사용 목적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이를 큰 틀로 나누어 보자면, 도시 운영 시스템을 개선하는 모델과 제조 현장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모델로 구분해볼 수 있다. 그럼 이어지는 사례들을 통해 디지털 트윈의 특징과 장단점과, 주의해야 할 점 등에 대해 알아보자.

 

‘현실 국가를 위한 가상의 나라’ 버추얼 싱가포르

작지만 부유한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지난 2018년 약 3년에 걸친 대규모 국토 가상화 프로젝트 ‘버추얼 싱가포르(Virtual Singapore)’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버추얼 싱가포르는 싱가포르 전역에 존재하는 모든 건물과 도로, 구조물, 인구, 날씨 등 실제 도시를 구성하는 각종 유무형의 데이터를 3D 가상환경에 실세계와 거의 유사한 조건으로 구현한 디지털 속의 가상(Virtual) 싱가포르다.

버추얼 싱가포르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3D 지도와는 차원이 다른 정교함을 갖고 있다. 주로 공공기관과 사물인터넷 기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물의 이름과 크기, 특징 등의 기본 정보는 물론이고, 주변 주차 공간과 도로 구성, 길가에 심어진 가로수, 심지어 시간에 따른 날씨 변화 등 도시 계획에 필요한 거의 모든 데이터를 언제든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약 1000억 원이 투자된 이 프로젝트는 현재 싱가포르 발전을 위한 각종 시뮬레이션, 연구·개발, 계획 수립, 의사 결정 같은 도시 운용 과정 전반에 활용되며 이미 투자금 이상의 특별한 가치를 싱가포르에 돌려주는 중이다.

현실과 똑같이 구현한 버추얼 싱가포르 일부 (자료=싱가포르 국립 연구재단)
현실과 똑같이 구현한 버추얼 싱가포르 일부 (자료=싱가포르 국립 연구재단)

그럼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싱가포르에서는 만약 기업이나 정부가 건물이나 공원 건설 등의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경우, 버추얼 싱가포르 플랫폼 내에서 주변 경관과의 조화, 교통에 미치는 영향, 일조권 침해 여부 등의 사전 조사 항목을 빠르고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다.

만약 해당 프로젝트가 차량 흐름이나 통행에 불편을 야기한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해보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 통로 구축에 대한 추가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거나, 더 나은 설계로 변경하기 위한 여러 테스트를 큰 비용 소모 없이 수월하게 검토할 수도 있다.

또 외부뿐 아니라 건물 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테스트도 가능하다. 버추얼 싱가포르와 관련된 데모 영상에서는 긴급상황 발생 시 건물 내 안내원의 유무가 시민들의 대피 시간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시뮬레이션 과정을 직관적인 시각화 영상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자료=싱가포르 국립 연구재단

시연 영상에서 또 하나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부분은 가상의 도시를 1인칭 시점으로 직접 걸어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를 활용하면 실제 거주민 시각에서의 도시 변화를 보다 현실적으로 실험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일반 지도 앱에서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특정 지역의 고저 차를 확인하거나, 자전거 타기에 적당한 코스를 직접 구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날씨 변화에 따른 테스트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일사량과 풍향, 기온 변화 등의 데이터를 함께 수집하는 버추얼 싱가포르 플랫폼은 사람이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약간의 조건 검색만으로 특정 지역의 일사량과 건물 면적, 옥상 온도 변화 데이터 등을 쉽게 알아낼 수 있어 편리하다.

실제로 싱가포르 당국은 작은 국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건물 옥상 등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버추얼 싱가포르를 토대로 지역별 태양전지 패널 설치에 가장 적합한 장소를 물색하기도 한다.

태양광 패널 설치 시뮬레이션

이 밖에 버추얼 싱가포르는 재난 상황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심 아파트 단지에서 화재나 유독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지역 내 풍향 데이터를 근거로 유독물질이 퍼지는 방향과 시간을 계산해 가장 효과적인 시민 대피 경로를 계산할 수 있다. 또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에는 평균 강우량을 근거로 홍수 발생 가능성과 관련 피해를 예측해 미리 시설 보수에 나서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유독가스 발생 시나리오
유독가스 발생 시나리오

이처럼 도시형 디지털 트윈은 높은 개발 비용이 따르는 도시 프로젝트의 초기 탐색 비용을 줄여주고, 각종 재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 구상의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도시나 국가를 운영하는 직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장점을 갖고 있다. 다만 설계부터 구현까지의 과정이 지난하고 큰 비용이 요구된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The Helix Bridge
The Helix Bridge

한편 이런 싱가포르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국내에서도 지난 2018년 4월, 세종시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손잡고 스마트시티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공동연구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총 19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자되며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세종시의 인구와 이동 행태, 상권과 대중교통 분석 시스템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산업형 디지털 트윈을 선도하는 'GE'

사실 디지털 트윈의 개념을 처음 주창한 곳이 누군가인지를 두고는 이견이 분분하지만, 확실한 건 미국의 GE(General Electric)가 디지털 트윈의 산업 분야 적용에 대해서만큼은 가장 앞선 기업 중 하나란 사실이다. GE는 약 10억 달러의 연구비를 투자해 2016년 세계 최초의 산업용 클라우드 기반 오픈 플랫폼인 ‘프레딕스(Predix)’를 공개했다.

프레딕스 공개 직후 지금까지 수만 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프레딕스 플랫폼을 통해 수백 개의 산업용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구축했으며, 특히 개발사인 GE 역시 프레딕스를 활용해 2017년 기준으로 80만 개에 달하는 디지털 트윈을 개발하며 디지털 트윈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앞서 소개한 도시형 디지털 트윈이 각종 도시 환경 시뮬레이션에 강점을 보인다면, 산업용 디지털 트윈은 보다 좁지만 전문적인 영역과 실시간 관제에 특화된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GE의 계열사인 GE항공의 항공기 엔진 관리 시스템이다.

GE의 항공 엔진 가상화 데모 (자료=GE 디지털)
GE의 항공 엔진 가상화 데모 (자료=GE 디지털)

엔진 장애로 인한 항공기 결항과 사고는 항공사에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유발한다. GE항공은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트 엔진 하나에 무려 200개가 넘는 센서를 장착해 항공기 이착륙과 운항 중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는 담당 엔지니어에게 시각화된 형태로 실시간 제공되며, 엔지니어는 이를 통해 엔진 고장 여부와 교체 시기 등을 예측한다. 그 결과 엔진 고장에 대한 검출 정확도는 10% 개선됐으며 정비 불량으로 인한 결항 건수도 1000건 이상 감소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비슷한 사례는 GE항공의 경쟁사인 롤스로이스에도 있다. 롤스로이스는 디지털로 만든 항공 엔진 축소 모형을 검사에 활용하고 있다. 이전에는 사람이 직접 블레이드를 해체하고 엔진을 수동으로 점화하는 등 검사 과정 전반에 많은 시간과 비용, 안전 문제 등이 수반됐지만, 디지털 트윈이 적용된 엔진 검사에서는 1회 검사에 걸리는 시간이 고작 0.2초로 감소했다. 또한 롤스로이스는 물리적인 검사를 수행할 때와 비교해 동시간에 더 많은 검사를 수행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시간 절약, 안전 유지 등 모든 측면에서의 효율을 개선할 수 있었다.

NYPA 나이아가라 수력 발전소 (자료=NYPA 유튜브 채널)
NYPA 나이아가라 수력 발전소 (자료=NYPA 유튜브 채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폭포 중 하나인 '나이아가라' 근처에 위치한 뉴욕전력공사(NYPA)의 수력 발전소에도 GE 프레딕스 기반의 방대한 관제 시스템과 디지털 트윈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2017년 뉴욕전력공사는 GE와 발전소의 16개의 터빈과 발전기, 그 외 수백 대의 기계에 수천 개 이상의 산업 인터넷 센서를 부착하고 클라우드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이 시스템은 발전소 장비 최적화를 위해 베어링 가속도, 진동, 마모, 열, 습도 등의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발전소는 하나의 거대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할 예정이며, 뉴욕전력공사를 이를 통해 향후 약 22억 5천만 달러 수준의 운영비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산업용 디지털 트윈의 부수적인 장점은 원거리에서의 설비 관리가 편리해진다는 점이다. 실제 GE 디지털의 2016년 디지털 트윈 시연 영상을 보면, 관리자가 특수 안경을 착용하고 증강현실 환경에서 공장 관리 프로그램을 제어하며 문제가 발생한 지점에 대해 직관적인 시각화 모델을 제공받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관리자는 이를 통해 문제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추가 데이터 확인 후 즉각적인 문제 해결에 응용할 수 있다.

GE의 디지털 트윈 공장 시연 (자료=GE 디지털 유튜브 채널)
GE의 디지털 트윈 공장 시연 (자료=GE 디지털 유튜브 채널)

디지털 트윈이 낳은 슈퍼카 ‘기블리’

디지털 트윈은 저명한 스포츠카 회사에도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불러일으켰다. 이탈리아의 명문 자동차 제조업체 마세라티(Maserati)는 신차 생산 공정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함으로써 2012년 6288대 수준이던 판매량을 2016년 4만 2000대까지 약 6배 이상 끌어올렸다. 이런 성과의 주역은 마세라티가 2013년에 공개한 고성능 세단 ‘기블리(Ghibli)’와 독일의 지멘스(Siemens)다.

지멘스와 마세라티는 디지털 트윈을 차량 생산에 접목해보는 실험을 했다. 이를 통해 마세라티는 기블리의 개발 초기 단계부터 실제 모델과 가상의 디지털 모델 데이터를 동시에 생산해 전체 공정을 최적화했으며, 시제품으로 도로 주행 자료를 수집한 뒤 디지털 모델에서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테스트를 거쳐 제품 개발의 정확도를 개선하고 생산 기간을 크게 단축하는 데 성공한다.

마세라티 기블리 (자료=마세라티)
마세라티 기블리 (자료=마세라티)

30개월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던 개발 기간은 디지털 트윈 적용 후 절반 수준인 16개월로 감소했고, 개발비용이 줄어든 만큼 기블리의 가격도 훨씬 저렴해졌다. 여기에 디지털 설계의 일환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요구 사항을 가상 공간에서 시험해볼 수 있게 됐는데, 이 덕분에 기블리는 7가지 버전과 13가지에 이르는 색상, 205개의 구성 옵션을 적용할 수 있는 마세라티만의 팔색조 모델로 새롭게 태어난다. 그 결과 기블리는 출시 1년 만에 마세라티가 2014년 전 세계에 판매한 3만 6000대의 자동차 중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65%의 판매량을 담당했으며, 마세라티의 재기에 큰 보탬이 됐다.

 

사람의 개입이 최소화된 고효율 항만

국내 기업이 주도한 물류 분야 디지털 트윈 적용 사례로는 2016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신SW상품대상을 수상한 녹원정보기술의 ‘버추얼 터미널(Virtual terminal)’이 있다. 버추얼 터미널은 각종 장비와 차량 위치, 상태 정보 등을 3D GIS 맵 위에 실시간으로 시각화하는 항만관제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버추얼 터미널은 3D 터미널과 CCTV 솔루션을 결합해 항만 내 현장 상황을 3차원 화면과 CCTV 화면에 동시 표출하는 구성이 다소 독특한 시스템이다. 이는 컨테이너나 크레인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자동화 항만 터미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버추얼 터미널 (자료=녹원정보기술)
버추얼 터미널 (자료=녹원정보기술)

버추얼 터미널은 2013년 부산 신항만을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 포트에 납품된 바 있으며, 아랍에미리트 DP&W 두바이 제브랄리 터미널3에서는 시범 적용 결과 항만 생산성이 65% 향상되는 효과를 거두는 성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트윈의 한계와 문제점

지금까지 살펴본 디지털 트윈의 적용 사례는 가상의 쌍둥이 모델과 실시간 동기화를 통해 생산성 향상과 총운영비 감소, 정보 수집과 분석이 용이해지고 대부분의 자원과 현상을 데이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모든 기술이 그러하듯, 이에 상응하는 문제와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디지털 트윈은 기존 시스템에 수많은 센서와 네트워크가 더해짐에 따라 관리 난이도의 상승과 함께 오작동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앞서 언급했듯 높은 초기 구축 비용이 요구된다.

또 버추얼 싱가포르처럼 거주 도시를 디지털 트윈 모델로 구현하는 경우 무분별한 데이터 수집으로 인한 개인정보의 유출과 데이터에 기반한 사회 통제와 감시 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상시 존재한다.

더불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비효율적인 데이터가 수집될 경우 오히려 시스템의 스토리지나 연산 능력이 낭비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 밖에 규모가 작은 산업체나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디지털 트윈에 대한 투자 대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우리는 디지털 트윈이 가진 잠재력을 인지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연구해볼 수 있겠지만 이것이 모든 디지털 산업을 혁신할 만능키가 아니란 의식 또한 함께 지닐 필요가 있다.

또한 미래 당신이 진행할 프로젝트에는 디지털 트윈이 반드시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구축에 드는 비용과 예상할 수 있는 효율 향상의 폭은 어느 정도인지, 디지털 트윈 구현을 통해 얻고자 하는 본질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를 우선 검토하고 계획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