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GNSS를 통해 알아보는 위성항법 측위 시스템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알게 모르게 다양한 위치기반 서비스(Location Based Service, LBS)가 주는 혜택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내비게이션 또는 지도 앱의 실시간 길 안내 서비스 ▲위급상황 발생 시 내 위치를 즉각 외부에 알려주는 경보 서비스 ▲가까운 스팟에서 진행 중인 맞춤형 이벤트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 ▲’퇴근 후 역에 내려서 장보기’같이 까먹기 쉬운 일정도 절대 잊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위치기반 알람 기능 등, 이젠 없으면 불편할 이런 서비스의 상당수가 실시간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 그렇다면 이런 서비스는 어떤 방식으로 내 위치를 측정할 수 있는 걸까?

측위 기술의 대표주자, GPS

현재 민간에서 사용 중인 측위 시스템의 대부분은 위성의 신호를 수신해 현재 위치를 계산하는 글로벌 위성항법시스템(GNSS)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시스템이 바로 우리도 잘 아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다.

GPS는 원래 미국의 군사 작전 수행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었지만 지금은 군사용과 민간용으로 구분돼 운용되고 있다. 민간용 GPS는 1983년 대한항공의 007편(KAL기) 여객기가 항법장치 오류로 인해 소련 영공을 침범했다가 격추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자, 이같은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공개된 GPS다.

초기엔 적국이 이를 군사용으로 활용하는 시도를 막기 위해 위치 측정값에 랜덤으로 발생하는 오차 코드를 심었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결국 빌 클린턴 정부에 이르러서는 민간 GPS에 더이상 오차코드를 넣지 않도록 했다. 다만, 지금도 민간 GPS는 군사용보다 측정 오차 범위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군사용 GPS는 암호화된 신호를 사용하므로 아무나 접근할 수 없다.

GPS의 측위 원리를 나타낸 그림 (자료=국립해양측위정보원)

GPS는 기본적으로 한 점의 좌표와 거리를 삼각형의 성질을 이용해 알아내는 삼각측량의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최소 3개 이상의 GPS 위성으로부터 수신된 신호가 서로 교차하는 지점을 수신 단말기의 위치로 추정한다. 여기에 하나의 위성이 추가되면 시간 오차를 보정할 수 있고, 동원되는 위성의 수가 늘어날수록 측위의 정확성과 얻을 수 있는 데이터의 종류가 다양해진다. 

2019년 4월 기준, 총 31개의 GPS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으며, 최소 24개의 위성(4개씩, 6궤도)이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참고로 지구 2만 800km 상공에서 초속 3.78km의 엄청난 속도로 이동 중인 GPS 위성의 시간은 지구 표면보다 상대적으로 느리게 흐르므로 정확한 시간 값을 얻으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필요하다. 또 GPS 위성을 관리하는 지상 관제국과 감시국도 필요하다.

참조 - 국립해양측위정보원, GPS의 개요

GPS 시스템 구조 (자료=국립해양측위정보원)

GPS 오차가 발생하는 이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GPS의 정확도는 꽤 높아서, 오차 범위가 넓어야 수 미터 이내에 불과하다. 하지만 평소 길 안내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소위 말해 ‘위치가 튀는’ 현상을 종종 경험할 수 있다. 때론 전혀 엉뚱한 위치를 잡으며 헤매기도 한다. 이런 오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기권의 전파 지연과 수신기에서 발생하는 오차로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위성의 고도는 약 20000km 정도다. GPS 신호가 높은 고도의 위성에서부터 수신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대기권을 이루는 전리층과 대류권을 통과하는데, 이때 일정 부분 전파지연이 발생한다. 특히 이런 형태의 지연은 전리층에서 발생하는 전자 활동에 따라서도 달라지며, 시간대와 시기별로도 큰 격차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오차는 지상 관제소에서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보다 많은 오차는 수신기에서 발생하는 전파 잡음, 전파의 다중경로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또 GPS가 사용하는 주파수 신호 자체가 기본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주변 환경 변화에 따라 교란될 확률도 큰 편이다. 따라서 항공기나 기타 중요 장치, 군사 기기 등에서는 GPS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관성항법장치나 정밀 자이로스코프 같은 고가의 전용 항법장치를 함께 사용함으로써 이를 보완하고 있다.

GPS의 장점과 단점

GPS의 장점은 무엇보다 저렴한 장비에 있다. GPS 위성이 발산하는 전파를 수신할 수 있는 작은 안테나와 모듈만 있으면 기본적인 GPS 작동 요건은 충족되 때문에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양한 일상 기기에서도 GPS를 부담 없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실시간 측정이 가능한 특성에 기인해 자동차 같은 고속이동체 측정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기상 상태와 관계없이 작동한다.

단점은 터널과 실내 등 위성 신호 수신이 어려운 장소에선 사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GPS의 주파수 신호 자체가 약하고 대기권 밖 고도에서 지상을 향해 발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건물 내부까지 신호가 잘 닿지 않는다. 따라서 내비게이션 같은 서비스들은 마지막 위치와 도로의 정체 상태, 차량의 이동속도 등을 근거로 위치를 측정하는 맵매칭(Map matching)등의 기술을 활용해 이런 단점을 극복한다.

 

GPS 못지않은 GLONASS

일반 대중들은 잘 모르지만, 세상엔 GPS와 쌍벽을 이루는 또 하나의 위성항법시스템이 존재한다. 바로 러시아가 미국에 대항해 자체 개발한 측위 시스템, GLONASS(글로나스)다.

과거 미국과 러시아(구 소련)는 오랫동안 냉전 상태를 유지해왔다. 사실 지금도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장 보편적인 측위 시스템인 GPS가 미국의 소유이기 때문에 미군이 마음먹기에 따라 GPS는 유사시 언제든 적국이 쓰지 못하게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혹은 미 국방성이 제어하는 GPS의 랜덤 오차 코드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원거리 정밀 타격 시스템 등은 사실상 무력화될 가능성도 크다.

결국 냉전 중이었던 1993년 9월 글로나스의 첫 운용이 시작됐고, 현재 약 30기의 위성이 GPS처럼 지구 전역에 전파를 쏘고 있다. 기본적인 측위 원리 자체도 GPS와 거의 비슷하며 군용과 민간용이 구분된 점도 같다. 과거엔 글로나스의 성능이 GPS보다 뒤쳐진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알다시피 러시아는 미국에 버금가는 우주기술 강국이다. 첫 발사 후 지속해서 개선된 성능의 글로나스 위성을 발사해 지금은 성능 면에서도 GPS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조 - 블로터, GPS 이종사촌 ‘GLONASS’ 기지개 (2013.04)

 

GPS + GLONASS

요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기기 사양서를 자세히 보면 GPS 단독이 아니라 GPS / GLONASS라고 표기한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해당 단말기가 GPS와 글로나스를 모두 지원하며, 동시 수신도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GPS와 글로나스를 함께 사용하면 무엇이 좋을까? 간단히 말해 단독 사용할 때보다 정확도가 크게 개선된다. 측위에 동원되는 위성의 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2012년 텔릿의 GNSS 공학자들은 런던에서의 한 실험을 통해 GPS 단독 상황에서 발생하던 오차에 글로나스를 함께 적용할 경우 오차가 완전히 제거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런 혼합 시스템은 특히 번화한 도심지처럼 전파적 방해 요소가 많은 지역의 수신률 개선에 효과적이다.

참조 - 테크월드, GPS와 GLONASS, 두 시스템의 장점을 결합한 텔릿 (2012.11)

 

그 밖의 GNSS

GPS 보유가 증명한 군사/민간에서의 효용성은 대단했다. 이에 러시아도 글로나스를 구축했던 것이고, 이후 유럽과 여러 강대국들도 속속 독자적인 GNSS 구축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이 운용 중인 범유럽 GNSS 갈릴레오(Galileo)가 대표적이다.

갈릴레오의 경우 군사용 코드가 따로 존재하긴 하지만 처음부터 민간 목적으로 개발돼 GPS나 글로나스 대비 랜덤 오차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까지 30기의 위성을 띄워 시스템을 완성할 예정이다. 중국 역시 베이더우(北斗)란 35기 위성 체제의 GNSS를, 일본과 인도도 각각 QZSS와 IRNSS란 이름의 소규모 GNSS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형 위치정보시스템(KPS) 사업이 구상 단계에 있지만, 이는 빨라도 2035년에나 구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테크월드 - 월간 <EMBEDDED> 2월 호 임베디드 베이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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