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TECH] 로봇과 기계의 경계, 그 모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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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TECH] 로봇과 기계의 경계, 그 모호함
  • 선연수 기자
  • 승인 2019.06.05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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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화되는 로봇 기술과 휴머노이드에 대한 열망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우리는 무엇을 기계, 무엇을 로봇이라고 인식할까? 검색으로 무수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고, 애플리케이션으로 이용하는 다양한 서비스, 인공지능 음성 비서까지 이용하는 ‘스마트폰’은 ‘기계’일 뿐이다. 그러나 탑재된 카메라 센서로 방의 구조, 바닥상태를 감지해 청소하는 것은 ‘로봇 청소기라고 부른다. 기계의 능동적인 움직임이 기준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어린 시절 TV 주인공이 조종해 적과 싸우는 것을 로봇이라고 불렀지만, 공장에서 스스로 물건을 집고, 포장하는 건 기계로 여긴다. 동작 여부, 사람과의 유사성만으로는 구분 지을 수 없는 ‘로봇’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생겨난 걸까?

 

똑똑한 기계에 대한 두려움

 

‘R.U.R.’의 초연 모습으로 오른쪽 3명의 사람이 로봇을 연기하고 있다.

 

‘Robot’이란 용어는 ‘로보타(Robota)’라는 노예, 고된 일을 의미하는 체코어와 슬로바키아어에 어원을 두는 단어로,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카렐 차페크(Karel Čapek)라는 극작가가 작품 ‘R.U.R.(Rosuum' s Universal Robots)’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차페크는 극에서 작업 능력이 인간과 같거나 그 이상이지만, 인간적인 감정이나 혼을 가지지 않은 인조인간을 ‘로봇’으로 연출했다.

이후 1941년 미국의 과학자 겸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단편 ‘런어라운드(Runaround)’에서 ‘로봇 3원칙(Three Laws of Robotics)’을 통해 로봇이 지켜야 할 다음의 원칙을 제언했다.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거나 위험에 처한 인간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로봇은 첫 번째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한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로봇은 첫 번째, 두 번째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사람 같은 기계’에 대한 열망은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으나, 현대에 사용되는 로봇의 어원과 유래를 살펴보면 로봇의 위험성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로봇’을 명확히 규정하는 조건은 없지만, 로봇의 행동 제약에 대한 논의가 지속된 것으로 볼 때, 당시엔 기계에 대한 윤리적 접근이 중요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람처럼 일하는 로봇

지금의 로봇은 어떻게 정의되고 있을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로봇을 기계로 분류해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걷기도 하고 말도 하는 기계 장치’, ‘어떤 작업이나 조작을 자동적으로 하는 기계 장치’라고 명시돼있다. 기계에 대해선 ‘동력을 써서 움직이거나 일을 하는 장치’라고 기술돼있다. 그렇다면 사람이 수동으로 조작하지 않는 기계는 모두 로봇인 것일까?

 

ABB의 산업용 로봇   출처: ABB

 

1961년 조셉 엥겔버거(Joseph Engelberger)와 조지 데볼(George Devol)이 최초의 산업용 로봇 ‘유니메이트(Unimate)’를 제작했다. 유니메이트는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의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을 운반하거나 용접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이어 더욱 정교하고 복잡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들이 차츰 등장하기 시작했다. 공장에서 물건을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리거나 내리고, 제품을 포장하는 단순노동부터 주조 산업에서의 주탕, 주물 핸들링 등 위험한 작업까지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공장에서 자동화 업무를 담당하는 기계들을 전부 로봇이라고 생각하는가? 반복되는 작업을 수행하는 자동화 기계로 여길뿐 로봇으로 연상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점점 고도화되는 로봇은 더욱 까다로운 조건을 만들어 낸다.

 

인공지능, 지능형 로봇의 등장

과거에 로봇의 윤리 원칙을 내세우며 걱정하던 미래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 사람을 훨씬 뛰어넘는 지능을 가진 로봇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AI는 반복적인 작업 기능을 넘어 능동적인 성격을 로봇에게 선사한다.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의 로봇 ‘소피아(Sophia)’   출처: 핸슨 로보틱스

 

핸슨 로보틱스는 2016년 3월 로봇 소피아(Sophia)를 공개했다. 이 로봇은 사람의 음성, 표정, 제스처를 인식하고 적합한 대화를 진행해나간다. 이와 같은 지능형 로봇은 공항 안내, 음성 비서 등 사람과 소통하거나 정보를 전달해주는 기능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아직은 물리적인 능동성을 사람처럼 현실에 옮겨내기엔 손의 움직임이나 걸음걸이를 구현하는 것조차 어려운 단계에 놓여있다. 그러나 주어진 데이터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지능형 로봇이 로봇의 기준을 높인 것은 사실이다.

 

휴머노이드로 가는 여정

 

디즈니는 캐릭터가 사람의 움직임을 더욱 사실적으로 재현해내도록 애니마트로닉스(Animatronics)를 연구하고 있다.   출처: 디즈니 Imagineering

 

자동화가 기계의 당연한 요건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로봇은 ‘사람처럼’이라는 모호함을 안은 채 계속 발전해나가고 있다. 사람의 단순노동을 대신해내는 산업용 로봇에 이어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기술까지 오면서 어느 한 쪽의 특성을 만족하면 ‘로봇’이라고 불려왔다. 계속 변화해나갈 로봇의 조건을 당장에 단정 짓기는 어려우나, 실제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인 ‘휴머노이드’가 최종 목표인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공장 작업에 특화된 산업용 로봇, 사람과의 소통과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춘 지능형 로봇 두 갈래로 나뉘어 발달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도달하게 된다.

휴머노이드는 일상과 산업 전 분야에 걸쳐 활용도가 높다. 환자나 노인들의 약 먹을 시간, 운동 보조 등 삶을 관리해주는 로봇으로, 또는 특정 작업에 최적화된 산업용 로봇에 AI가 탑재돼 서로 유기적인 제어와 통합 솔루션을 이뤄내는 로봇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로봇에 대한 커다란 환상이 실현되기까지 아직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로봇이 다양한 모습으로 차츰 사람들의 삶 속에 융화되는 사회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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