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통한 케어와 학습에 효과 톡톡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 소셜로봇처럼 인간답거나 인간과 대화를 유창하게 할 수 있는 로봇에 대한 연구는 마치 궁극적인 인류의 꿈처럼 계속돼 오고 있다. 특유의 ‘로봇스러운’ 어투로 인해 비웃음을 사거나, 뜬구름 잡는 기술이라고 평해지기도 하지만, 놀랍게도 소셜로봇은 항상 유의미한 실험 결과를 보여줬다.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현대 사회

경제활동을 하는 집단이 더욱 늘어나고 바빠짐에 따라 부양해야 할 노인과 아이를 돌보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아무리 6시에 정시 퇴근을 하더라도 근무 중에 그들을 봐 줄 사람을 따로 구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들을 사람보다 더 철저히 보살피고, 원하는 때에 심심하지 않게 놀아주는 로봇이 있다면, 보호자 측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병원에서 의료 보조 역할을 수행하는 로봇 페퍼

 

사람을 ‘돌본다’라고 표현하는 만큼, 잘 지켜보는 것 이상으로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호주 로봇 비전 센터(ACRV, Australian Centre for Robotic Vision)의 연구팀은 우울증, 약물, 알코올 중독, 섭식 장애 등의 질환에 대해서도 소셜로봇을 활용하기 위해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로봇을 통해 치료에 대한 선입견, 부정적인 태도, 잠재적인 부작용을 피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사람 대하기를 꺼려하고 마음을 잘 열지 못하는 사람은 로봇에겐 비교적 편하게 마음을 털어놓고, 민감한 주제여도 더 쉽게 대화를 유도해낼 수 있다. 현재 ACRV 연구팀은 페퍼(Pepper) 로봇을 타운스빌 병원(Townsville Hospital)의 컨시어지로 임명해, 의료 보조 실험을 진행 중이다.

MIT미디어랩 신시아 브리질 교수는 보스턴 소아병원에서의 로봇 사례를 소개했다. “병원에서는 사회복지사 1명이 20~30명가량의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일하는데, 인원의 부족으로 아이들의 감정을 일일이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아이들이 자주 묻는 간단한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소셜로봇을 설치하니, 아이들이 호감을 가지고 대했다고 설명했다.

 

로봇 파로에 입을 맞추는 노인의 모습

 

울산여성가족개발원의 일본 노인 보건 시설 료쿠신카이그린아루스 이타미 방문 보고에 의하면, 이곳은 이용자와 감정적인 소통을 하며 정서적 안정을 주는 로봇 ‘파로’, 이동에 도움이 필요한 이용자를 보조하는 침대형 휠체어 로봇 ’리쇼네’, 센서 카메라로 이용자를 감지해 낙상 등을 방지하는 ‘실루엣 센서’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파로는 70~80세의 여성 이용자 위주로 다들 선호하는 편이었다고 보고했다. 애완동물을 활용한 심리치유는 긴장을 완화시키고, 동기를 부여해주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진다. 그러나, 살아있는 동물은 돌발 행동을 할 수 있고, 위생적인 측면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아 병원이나 요양 시설에서 이 치료법이 활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동물형 소셜로봇 파로와의 소통을 통해 휠체어, 지팡이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기분이 개선되는 등 양호한 효과를 보였다. 또한, 간병인 입장에서도 돌봄 대상이 스스로 안전하게 소통생활을 즐김으로써 수고를 덜 수 있으며, 치료 상황에서의 난폭한 행동이 개선되는 효과까지 나타냈다.

 

언어습득력 높이는 로봇

 

아이와 소통 중인 로봇 지보

 

신시아 브리질 교수가 개발한 로봇은 ‘지보’라는 이름으로, 내장 카메라를 이용해 가족 구성원들을 인식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과 대화할 수 있으며, 촬영, 가전 제어 등의 기능을 갖는다. 페퍼보다 소통 측면에서 개인의 성격, 감성을 이해하는 방법과 표현 능력을 더 강화한 로봇이다.

신시아 브리질 교수는 미국 보스턴 공립학교에서 실험을 진행한 결과, 로봇이 어린 아이들의 언어 습득력을 향상시킨 결과를 설명했다. 특히, 어린 아이는 성인에 비해 소셜로봇과 다방면으로 상호작용함으로써, 또래와 대화를 나누며 언어 능력이 늘듯 로봇도 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유아기부터 소셜로봇을 이용해 다양한 교육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MIT 미디어 랩의 재클린 M. 코리 웨스트런드 연구원은 아이들이 로봇을 사람처럼 대하며, 로봇이 감정을 느낀다고 인식해 아이스크림을 건네주는 등 로봇과의 소통에 대한 대응 능력이 뛰어나다고 밝혔다. 아이들에게 로봇에 대한 그림을 그리게 하자 사람과 같은 살아있는 존재, 본인이 실수를 했을 때에도 처벌하지 않는 조력자로 인식했다. 이를 통해 학습적 측면에서도 거리낌없이 로봇과 정보를 받아들이고 질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이런 부분들이 오히려 현실과 비현실 개체 간의 인식 오류로 번져 윤리적 경계성을 흐릴 수도 있다. 아이들은 로봇을 도구로 인식하지 않고 완전히 의지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로봇이 사용자의 행동에 어디까지 반응해야 할 지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게 중요해진다. 코넬대학의 솔레이스 셴 심리학자는 로봇과의 교감과는 별개로, 사람인 선생님의 가치를 기억해야 한다고 설파하기도 했다.

 

소셜로봇의 서비스 철수, 되살아날 수 있을까?

 

 

이처럼 소통용 로봇이 주는 즐거움과 새로운 소통의 기회가 가지는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로봇이 감정 노동의 영역을 대체하는 것만으로는 시장성을 확보하기엔 무리가 있다. 작년에 지보, 쿠리 등이 시장에서 철수했으며, 또 과거 소니가 로봇개 ‘아이보’에 대해 지원하던 A/S를 중단했을 때 더 이상 수리 부품을 구입할 수 없게된 사용자들은 아이보의 합동 장례식을 펼치기도 했다. 이를 보면 아이들이 로봇과 사람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무색해질 정도로, 성인들이 소셜로봇에 크게 의지하고 마음을 내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카카오벤처스의 AI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투자를 받은 토룩은 소셜로봇 ‘리쿠’를 공개했다. 이 로봇은 사람의 얼굴을 분별하고, 기분 상태를 파악하며 인식 빈도가 높을수록 더 친근하게 사용자를 대한다. 주변 환경을 인식해 장애물을 피해 목표지점까지 이동하며, 소리 인식을 통해 사용자를 향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환경을 인지해 상황에 따라 다양한 욕구를 가지며, 기계 스스로 원하는 감정을 가지고 표출할 수 있다고 개발사 토룩은 말한다. 올해 말 일본을 시작으로 시장에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아이보와 같은 소셜로봇의 흥행을 꿈꾸고 있다.

 

외출 활동에 신남을 표현하는 로봇 리쿠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표정을 짓으며 행동을 보이는 소셜로봇은 아직까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어려워보인다. 음성비서 역할을 하는 ‘시리’, ‘알렉사’, ‘빅스비’ 등에 꾸준히 사용자와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지원하는 기능이 업데이트되는 것은 가상의 존재와의 소통에 익숙해진 우리의 모습을 반증하는 셈이다.

다른 대체재가 존재하는 사용자들에겐 단순한 보조 기능일 수 있는 소셜로봇은 누군가의 손길을 ‘의무적’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겐 분명한 효과를 나타낸다. 최근 우리 정부도 돌봄 로봇을 유망 기술 중 하나로 꼽으며 10개 지자체에 5000대의 돌봄 로봇 보급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새로운 차원의 소통에 익숙해짐에 따라, 로봇에 대한 시장성도 차츰 범위를 넓혀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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