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동향과 전망

[테크월드뉴스=이재민 기자] 최근 출시되고 있는 자동차 한 대당 평균 200~400개의 반도체가 필요하지만, 자율주행차는 한 대당 약 2000개 이상의 반도체가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오토모티브(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에 장착되는 여러 전자기기들을 제어하기 위해 사용되는 반도체로, 자동차의 센서, 엔진, 제어 및 구동장치 등의 핵심 부품에 주로 사용된다. 보통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반도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필요로 한다. 자동차의 뜨거운 엔진 열과 속도 등의 조건을 견뎌야 하고, 무엇보다 사람의 안전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토모티브 반도체는 2016년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8%를 차지했지만, 2020년에는 10% 이상으로 증가됐다. 이로써 오토모티브 반도체는 통신과 컴퓨터 부문에 이어 IC 시장에서 3번째로 큰 시장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인 KPMG는 오토모티브 반도체 시장이 평균 6~7% 성장해 2040년에는 1500~20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대자동차가 오토모티브(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아산공장 생산라인 가동을 또 중단했다. 5월 12~13일, 19~20일, 24~26일 등 벌써 3번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외국계 완성차 3사의 2021년 1월부터 4월까지 생산량은 16만 1335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5% 감소한 수치다. 역시 오토모티브 반도체 수급난이 원인이었다.

폭스바겐은 중국, 북미, 유럽 등에서 2021년 1분기 자동차 생산량을 10만 대 줄였고, 아우디는 직원 1만 명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최근 자동차 업계의 오토모티브 반도체 대란은 자동차 산업의 핵심이 기계에서 반도체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대란의 시작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전제품, 5G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 수요가 높아지면서부터다. 자동차 산업은 2020년 2분기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생산량이 대폭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전자기기용 반도체 위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차량용 반도체 출하량은 줄였다. 그러나, 자동차 생산량이 2020년 하반기부터 정상화되면서 갑자기 치솟은 오토모티브 반도체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해결책은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수요를 만족할 수 있는 공장을 늘리는 것이지만, 당장 쉽지 않아 수급난의 장기화 전망이 나오고 있다. IHS 마킷은 복잡한 반도체 제조 공정을 고려하면 오토모티브 반도체 부족 현상이 2021년 3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며,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생산 역량을 재배치하고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잠잠해져야 공급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토모티브 반도체 시장 동향
IHS 마킷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오토모티브 반도체 시장규모는 380억 달러로, 2024년에는 6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옴디아(Omdia)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오토모티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네덜란드의 NXP 10.2%, 독일의 인피니언 테크놀로지 10.1%, 일본의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8.3%, 미국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6.9%, 스위스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6.9% 등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수소·전기차 등 미래자동차 산업의 흐름이 빨라지고 있어 업체들 간의 경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텔레칩스, 넥스트칩 등의 기업에서 오토모티브 반도체를 설계·판매 중이지만, 글로벌 기업과는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파워트레인·샤시 제어 등 핵심 반도체보다는 인포테인먼트·통신 등 부가서비스 중심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오토모티브 반도체 산업의 규모는 9억 4000 달러로 우리가 보유한 자동차 생산 역량과 비교하면 작은 수치다.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국인 미국, 일본, 독일은 각각 글로벌 기업을 보유해 미국 130억 달러, 일본 93억 달러, 독일 72억 달러 등으로 오토모티브 반도체 산업의 규모가 크다. 이들은 오토모티브 반도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자동차 생산 및 수출의 점유율보다도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오토모티브 반도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3%로, 자동차 생산량(4.3%) 및 수출액(4.6%)의 점유율보다 낮아 이들과 대비된다. 또한 국내 반도체 제조공정은 12인치 웨이퍼의 가전‧IT기기용 첨단 공정이 82.9% 비중으로, 8인치 웨이퍼와 30nm 이상의 구형 공정을 주로 활용하는 오토모티브 반도체를 단기간 내 증산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해외의존도가 95% 이상이며, 생산 품목이 다소 제한적인 것도 이런 구조적인 한계와 관련 있다.

MCU 품귀 현상
최근 자동차 산업에서 마이크로컨트롤러(MCU)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아졌다. MCU는 하나의 집적회로 안에 프로세서, 메모리, 입·출력 버스 등 최소한의 컴퓨터 요소를 내장해 만든 평균 40nm(나노밀리미터)의 초소형 칩으로, 모든 전자기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부품이다. 자동차용 MCU는 파워트레인, 샤시, 전자 안정 제어장치, 차체 제어 모듈,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 등 차내 다양한 부분에 사용되고 있다.

MCU는 제조 과정이 복잡해 리드타임이 26주에서 최대 38주까지 소요된다. 제조 공정이 높은 자본과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해당 노드로 생산하는 업체가 거의 없다.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는 이런 첨단 노드를 보유한 대만의 TSMC에 칩 생산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이로써 MCU의 공급망이 일부에 집중돼 TSMC가 현재 출하되는 모든 차량 MCU의 약 70%를 제조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 11월 TSMC가 자동차 공급업체로부터 2021년 3분기 이전까지 추가 주문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업계 전반에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자동차 IDM(종합 반도체 업체)들의 제조 역량은 공정이 미세할수록 열악해지고, 인공지능(AI) 칩과 강력한 그래픽 프로세서(GPU)에 사용되는 10nm 이하의 최첨단 프로세스 노드에서는 현재 TSMC, 삼성, 인텔에만 의존하고 있다. Al와 GPU는 자율주행차 또는 고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탑재되기 때문에 업계에 미치는 평균적인 영향은 적지만, MCU에서는 큰 영향을 미친다.

미래 모빌리티 트렌드로 보는 시장 전망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특징으로는 ▲전장화 ▲연결성 심화 ▲자동화를 들 수 있다. 첫 번째, 전장화 트렌드는 오토모티브 반도체의 수요는 물론 차량 내 활용 범위를 대폭 늘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 ADAS, 자율주행, 전기 파워트레인,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등의 부품군이 오토모티브 반도체의 수요 확대를 주도할 전망이다.

또한 애플,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모빌리티 시장에 진출하는 기회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산업의 밸류체인을 전략적 협업과 플랫폼 경쟁이 공존하는 쌍방향 구조로 재편시키고 있다. 오토모티브 반도체, 전장부품, 완성차 등의 기업들은 기존 하드웨어 부문의 비교우위를 공고히 하는 가운데 소프트웨어 부문의 역량을 확대함으로써 이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두 번째 트렌드는 차량 내 또는 차량 간 연결성 심화다. 이로 인해 차량의 기능이 복잡해지고, 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반도체를 비롯한 차량의 전기·전자 아키텍처는 단일화·통합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복잡한 컴퓨팅 작업과 국내 오토모티브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통합형 반도체 SoC(시스템 온 칩)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전기·전자 아키텍처도 분산형 구조에서 통합형 구조로 발전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중앙에서 한꺼번에 처리해야하는 자율주행 기술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세 번째 트렌드인 자동화 트렌드로 인해 자율주행용 AI 반도체가 각광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NPU, 뉴로모픽 반도체 등 차량 자체에서 AI 연산이 가능한 추론용 AI 반도체의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엔비디아, 모빌아이(인텔) 등이 AI 반도체 기반의 자율주행 칩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기존의 오토모티브 반도체 기업들은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Lidar), V2X 등에 활용되는 고성능 반도체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은 SoC, 고성능 MCU 등 첨단공정이 필요한 반도체는 대체로 설계만 하고, 생산은 대만 TSMC 등 파운드리에 위탁 중이다.

국내 오토모티브 반도체 경쟁력 강화하려면
우리나라는 세계 7위 규모의 반도체 수요 부문 자동차 산업과 세계 시장의 18.4%를 차지하는 반도체 공급 부문 반도체 산업을 보유하고 있어 오토모티브 반도체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위주의 팹리스 부문 규모와 설계 역량을 강화하고, 세계 2위 규모의 파운드리 역량을 고부가가치 오토모티브 반도체 품목의 생산에 전략적으로 발휘한다면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오토모티브 반도체에 대한 투자와 기술 개발이 활발해지는 것도 고무적이다. 국내 오토모티브 반도체의 매출은 2015년 이후 연평균 25.2%씩 성장하며 다른 반도체 대비 2~3배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고, 자율주행용 AI 반도체 개발이나 인포테인먼트용 반도체 수출 확대 등의 성과도 눈에 띈다.

오토모티브 반도체는 우리나라 기간산업이자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의 밸류체인이 결합된 분야다. 따라서 앞으로 성장이 유망하며 우리가 기존 강점을 살려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아직 형성 초기 단계에 있는 차량용 반도체 산업 생태계부터 구축해야 한다.

우선 ADAS, 인포테인먼트 등 고성능·고부가가치 반도체를 중심으로 현재 보유 중인 생산 공정의 효율적 활용과 파운드리 증설 검토 등 자체 생산 역량 확보가 필요하다. 자율주행용 AI 반도체, SiC(실리콘 카바이드)·GaN(질화갈륨) 전력 반도체 등 잠재적 성장성이 큰 품목으로 산업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전략도 요구된다.

또한 국내외 기술 협력과 로봇, IoT 등 다른 산업 기술 응용으로 점차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모빌리티 시장의 기술 환경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토모티브 반도체 수급 불균형 속 국내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팹리스-파운드리-자동차업계 수요 연계 등의 단기적 대응도 고려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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