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뉴스=서유덕 기자] 계측기는 IT, 전자, 통신 산업과 함께 성장·변화한다. 계측기의 후방(기반)산업과 전방(수요)산업은 반도체, 통신, 디스플레이, 기계, 전자부품이다. 이들 산업군의 기술 발전과 함께 계측기 기술도 발전했으며, 다양한 종류의 작은 부품을 세밀하게 계측할 필요가 증가함에 따라 계측기의 기능도 다양해지고 장비 종류도 세분화됐다. 고성능·고효율·다기능의 정밀한 계측기 수요가 늘면서 개발과 양산에 필요한 기술과 자본 수준도 상승했고, 시장 진입 장벽은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졌다. 이런 까닭에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미국, 독일, 일본 소재의 해외 주요 기업이 계측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편 5G·오토모티브·스마트팩토리 등 IT 산업에 혁신이 일면서 통신과 자동차 산업용 계측기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는 전 세계 5G 서비스 시장의 연평균성장률이 2021년부터 2027년까지 43.9%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계측기 산업이 전후방산업과 함께 성장함을 고려하면, 5G 테스트·계측 장비 수요 증가는 전체 계측기 시장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계측기 시장의 성장세는 지속·확대될 전망

계측기는 계측 목적·대상·산업군 등 분류 기준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전기·전자·통신산업에서 사용하는 범용계측기에는 오실로스코프, 각종 분석기, 신호발생기 등이 있다. 이들은 높은 수준의 정밀함이 필요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분야의 측정·검사에 두루 사용된다. 기술 발전이 거듭될수록 전자부품은 고성능·고효율(소형화)의 경향을 보이고, 범용계측기도 점차 고성능·다기능화된다.

시장 조사 기관마다 구체적인 수치는 다르지만, 계측기 시장은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켓 앤 마켓(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전 세계 시험·측정장비 시장은 2024년 323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257억 달러를 기록한 2018년부터 연평균 3.90%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IT, 반도체, 자동차, 전자, 항공우주, 국방, 헬스케어 등 전방산업의 수요 증가가 범용 계측기 시장의 성장세를 견인할 것이다. 가장 큰 성장이 예상되는 부문은 5G 통신과 자동차 산업으로, IoT와 커넥티비티 기술 등은 두 부문의 계측 장비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다. 또한 자동차 환경·안전 규제와 제조 여건의 고급·통합화가 자동차 산업 부문의 계측기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다. K-MAPS에 따르면, 국내 전자계측기 시장규모도 2024년까지 연평균 5.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 동향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4760억 원 수준인 국내 계측기 시장규모는 2024년에 6879억 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2019~2024년 국내 전자계측기 시장규모 (단위: 억 원, 출처: K-MAPS)
2019~2024년 국내 전자계측기 시장규모 (단위: 억 원, 출처: K-MAPS)

범용계측기를 대표하는 기기는 전기·전압·전류를 측정하는 오실로스코프다. 모도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는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오실로스코프 시장이 연평균 약 4.9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디지털 오실로스코프가 아날로그 오실로스코프를 대체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디지털 오실로스코프는 측정 데이터를 디지털로 변환해 펄스의 모양과 타이밍을 보다 정밀하게 보여주는 등 더 정확한 시각 자료를 표시하는 장점이 있다. 디지털 오실로스코프는 최종 사용자 층위와 전방산업군의 다양화 같은 범용계측기 수요 확대에 기여했다.

전 세계 범용계측기 시장 중에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장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인도의 전자제품·자동차 제조 부문 성장세는 아시아의 오실로스코프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중국과 인도가 고정밀도 기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계측기 수요 규모는 세계 5~10위권으로 추산된다.

2019~2024년 세계 각 지역별 오실로스코프 시장 성장률(출처: Mordor Intelligence)
2019~2024년 세계 각 지역별 오실로스코프 시장 성장률(출처: Mordor Intelligence)

 

폐쇄적 시장·기술에 진입 어려운 계측기 산업

그러나 이런 시장 성장률과는 달리, 국내 계측기 업체의 경쟁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계측기는 기술 집약적 산업인데다 그 범위와 종류가 넓고 많아 시장 진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통신, 방송, 환경, 기상, 항공, 방위 등 넓은 전방산업군에서 각각의 수요에 맞는 제품을 높은 기술 수준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계측기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신생 기업 입장에서는 큰 장벽이다. 계측기 개발 비용이 최소 4000억 원에서 최대 1조 원까지 소요되고, 그렇게 개발한 계측기의 평균 수명은 10~15년 정도이며, 기술과 표준이 바뀔 때마다 투자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어려움도 있다. 또한 대량생산이 가능한 다른 산업군과는 달리, 계측기는 단일 품목별 내수 시장의 규모가 작고 다양한 규격과 기능의 복합적인 요구가 많아 대량생산이 어렵다.

따라서 국내 계측기 시장은 전통의 기술 우위를 갖는 미국·독일·일본·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브랜드가 대부분(80%)을 점유하고 있으며, 다른 산업군에 비해 수입 의존도(50% 이상)가 높다. 국내 계측기 기업의 경우, 정밀기술 제품은 해외 선진 기술 기업의 기술력에 뒤쳐지고, 범용 제품은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가격경쟁력에 밀리는 상황에 놓인다.

그러나 계측기 산업은 전자, 전기, 정밀가공 컴퓨터 관련 기술의 기반이 되는 산업이다. 따라서 타 산업에 대한 파급력과 전략적 중요도가 높게 평가된다. 기술 집약형 산업의 경우 전후방 산업과의 높은 연계성으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만큼,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수요처와의 공동 기술개발이나 글로벌 계측기 업체와의 협업 등 전략이 필요하다.


계측기 기술 트렌드는 고성능, 원격, 다기능

오실로스코프 등 범용계측기는 성능 면에서 고대역·정밀·안정화 중심으로, 기능 면에서 통신·디지털화 중심으로 개선 중이다. 나아가 단순한 신호 포착과 표시에서 복잡한 신호 분석기와 유사한 성능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클럭 속도가 증가하면서 핵심 신호 특성을 측정해야 할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통신·반도체 분야 엔지니어는 가능한 한 정밀하고 오류가 적은 측정기를 찾게 된다. 이밖에 계측기는 점점 고속화, 지능화, 통합·소형화되는 추세다.

게다가 GSM, CDMA 등 3G에서 LTE 등 4G를 거쳐 5G NR로 이행 중인 무선 통신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은 통신회사의 테스트 장비 도입 필요성을 높였다. 5G 아메리카스(5G Americas)에 따르면 전 세계 LTE 연결 수는 이미 2019년 2분기에 25억 개를 넘겼으며, 5G의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오실로스코프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텔레지오그래피(TeleGeography)도 이미 2019년 말에 3GPP 표준 상용 5G 네트워크가 77개인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5G 네트워크의 확산은 계측기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전망에 따라, 계측기 업체도 5G 등 통신 장치 측정에 대응하는 제품을 내놓는다. 키사이트테크놀로지(Keysight Technology, 이하 키사이트)는 2020년에 5GHz와 110GHz의 표준 분석 대역폭을 제공하는 신제품 ‘UXR0051’을 발표했다. 이 제품은 초고주파(㎜Wave) 광대역 분석 기능과 신호무결성·다기능성·경제성을 갖춰 단일 계측기 내에서 신호·주파수·디지털 기능을 결합했다. 이처럼 빠른 측정 속도와 넓은 측정 대역폭을 구현하기 위한 업계의 연구 경쟁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

또한 엔지니어, 과학자, 기술자의 편의를 충족하기 위한 솔루션 개발도 이어진다. 예를 들어, 피코 테크놀로지(Pico Technology)는 1월 고해상도 딥 메모리 제품 포트폴리오를 2세대로 개선한 PC 기반 오실로스코프 ‘피코스코프 4000A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사용 중 저속 장기 캡처를 위한 피코로그(PicoLog) 6 데이터 로깅 소프트웨어가 작동해 사용자의 작업 수행을 지원한다. 또한 피코 테크놀로지는 사용자 지정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하드웨어를 사용자가 직접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피코SDK’를 제공한다.

한편 북미와 유럽 중심으로 자동차 안전·성능·환경 관련 시험·검사가 강화되고,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IT기술이 접목된 차량이 빠르게 늘면서 관련 계측기 시장도 성장세가 가시화된다. 계측기 업계는 이 같은 자동차 시장 추세에 대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요꼬가와전기가 2020년 8월 출시한 차세대 혼합 신호 오실로스코프 ‘DLM5000’은 자동차·항공우주·철도·가전 등 분야에 적합한 제품으로, 8개의 아날로그 입력과 두 개 장치의 연결을 지원해 측정 유연성을 높였다. 또한 2020년 12월 어큐트 테크놀로지(Acute Technology)는 버스 디코드와 트리거로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 표준 통신 프로토콜인 J2716 SENT(Single Edge Nibble Transmission)를 지원하는 디지털 스토리지 오실로스코프를 발표했다. 이 통신 표준은 자동차 엔진컨트롤유닛(ECU)과 주변 센서 간의 통신 프로토콜로 사용돼 자율주행차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인다.

한편 코로나19에 따른 각국 정부의 이동 통제, 국경 폐쇄, 사회적 거리두기 등 조치는 제조 부문의 수익 악화를 불렀다. 그러나 이 변화는 산업 자동화(스마트 팩토리), 원격 관리 등 새로운 방식의 업무 프로세스와 기반 시설 구축 수요를 이끈다. 원격과 자동화 추세는 계측기에도 적용된다. 오실로스코프 등 범용계측기는 소형화, 무선화되고 원격 조작이 가능한 방향으로 변화한다. 앞으로는 하이엔드급 오실로스코프에 Wi-Fi가 필수 기능으로 탑재될 것이며, 소프트웨어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PC·스마트폰·태블릿과의 연동 같은 원격 접속 인터페이스가 제품의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5G 계측기 시장의 성장세 가속화

무선통신 계측 장비는 통신 환경의 측정·감시에 특화돼 있다. 그러면서도 기준 신호의 재생, 무선통신 설비 규격 검증, 부품 측정, 불법 전파 감시, 기지국 안테나 설치 조절 등 그 활용 범위가 넓은 편이다. 무선통신 계측에는 오실로스코프, 스펙트럼분석기 같은 일반 범용 계측기와 함께 5G 채널 에뮬레이터 등 5G 전용 계측 장비가 사용된다. 이들 장비는 무선 신규 서비스 품질 검증, 단말 수신 테스트, 무선국 검사와 유지 보수 등 5G 시스템의 무선 부문은 물론 유선구간과 네트워크 성능 진단에도 쓰인다. 통신사업자는 5G 구축 과정에서 자사 인프라 장비는 물론 네트워크와 사용자 장치의 성능도 검증해야 하므로, 관련 계측장비 수요가 다수 발생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원격 근무와 교육 같은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5G 수요가 늘었다. 5G 품질 관련 이슈도 늘었는데,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9년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 1년 간 접수한 5G 관련 불만사항 중 통신 품질 관련 소비자 피해가 32.3%로 가장 많았단 사실은 질적 강화의 필요를 증명한다. 5G 서비스 체감 속도가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응답도 52.9%(423명)에 달했다.

양질의 5G 서비스 확장은 통신 제조·서비스 기업의 테스트·측정 장비 수요를 견인한다. 마켓 앤 마켓은 전 세계 통신 테스트 장비와 계측기 시장이 2024년 89억 13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며 2018년(51억 7100만 달러)부터 연평균 9.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이는 전체 계측기 시장 성장률보다 높은 전망치다. 또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5G 관련 계측기 시장이 2024년에 10억 55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2019~2024년 전 세계 통신 테스트·측정 장비 시장 (단위: 백만 달러, 출처: Markets and Markets)
2019~2024년 전 세계 통신 테스트·측정 장비 시장 (단위: 백만 달러, 출처: Markets and Markets)

5G 계측의 핵심은 ①빔포밍 송수신 ②기지국 RF ③밀리미터파 대역 무선 채널 ④단말 ⑤무선망 성능·용량 관련 기술이다. 범용 계측기와 달리, 5G 분야 계측 기술은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발표한 5G 무선통신 테스트·계측 장비 출원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5G 계측기 시장의 31%를 점유해 미국(46%)의 뒤를 이었으며, 유럽(13%)과 일본(10%)을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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