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부름에 응답한 'Wi-Fi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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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부름에 응답한 'Wi-Fi 6'
  • 이건한 기자
  • 승인 2019.12.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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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Fi 6의 등장 배경과 기술적 특징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Wi-Fi는 현대인의 필수품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일반화된 요즘이라지만, 100% 완전 무제한이 아닌 이상 사람들은 여전히 Wi-Fi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한다. 특히 사물인터넷 기기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수년 전부터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Wi-Fi 기술 개발에 대한 요구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Wi-Fi론 다수의 기기가 동시에 접속하는 환경에서 속도와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9월 16일 공식 출범을 알린 Wi-Fi 6는 단순히 더 빨라진 속도 외에도 다중접속과 안정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여러 기술이 망라된 진보적 Wi-Fi로 평가받는다. 이번 글에서는 달라진 시대적 요구와 함께 등장한 Wi-Fi 6의 등장 배경과 의의, 주요 개선사항 등에 대해 알아보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Wi-Fi 6의 등장

Wi-Fi를 사용하면 일반적으로 두 가지 이점이 있다. 하나는 데이터 사용량에서 자유로운 무선 인터넷 사용이고, 또 하나는 통신사의 셀룰러 서비스(4G, 5G 등)에 가입하지 않고도 노트북과 생활 가전을 비롯한 각종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역시 거의 무료로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런 특징 때문에 Wi-Fi는 집 외에 공공장소에서의 수요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하철이나 카페, 행사장 등에 설치된 공공 Wi-Fi가 대표적이다. 일례로 서울 구로구는 아예 구 전체에 공공 Wi-Fi를 설치해 구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Wi-Fi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펑펑 터지는 초고속 Wi-Fi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Wi-Fi 액세스 포인트(AP, 공유기)에 접속하는 기기가 조금만 늘어나도 속도와 안정성이 뚝뚝 떨어지는 문제는 Wi-Fi의 오래된 지병이었다. 평소 출퇴근 시간 사람이 몰리는 지하철이나 버스, 그리고 대규모 행사장 등에서 제대로 된 Wi-F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던 바로 그 순간처럼 말이다.

이런 혼잡한 환경에서 일반적인 Wi-Fi가 과연 터질까?
이런 혼잡한 환경에서 일반적인 Wi-Fi가 과연 터질까?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17년 84억 대 였던 전 세계 사물인터넷 기기의 수가 2022년에는 204억 대로 2.5배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제 집안뿐 아니라 도시 곳곳, 공장, 국가 인프라를 포함해 각지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는 기기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이에 대응할 새로운 Wi-Fi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초연결 시대가 오고 있다’는 혹자들의 외침도 반쪽에 머물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Wi-Fi 6는 처음부터 이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방향으로 설계됐다. 원래 처음 이름은 IEEE 802.11ax였으나, ‘802.11xx’와 같은 딱딱한 명칭이 일반인들에게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을 수용해 지금의 Wi-Fi 6란 직관적인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 이와 함께 이전 버전인 801.11ac는 Wi-Fi 5로, 그보다 오래된 802.11n은 Wi-Fi 4로 명명하게 되면서 Wi-Fi 세대 구분이 훨씬 수월해졌다.

유럽에서는 ‘위피’라고 읽는 경우가 많다
유럽에서는 ‘위피’로 읽기도 한다

Wi-Fi 6의 기술적 특징과 변화 

그럼 Wi-Fi 6는 이전과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을까? 우선 새 버전인 만큼 속도부터 크게 향상됐다. Wi-Fi 5는 이론상 최대 속도가 3.6Gbps였던 반면, Wi-Fi 6는 최대 9.6Gbps로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졌다. 무선으로도 웬만한 기가비트 유선LAN과 비슷한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이론상’이란 전제들이 다 그렇듯, 실제 환경에서는 기존 대비 약 30~40% 정도 빨라진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던 것처럼 Wi-Fi 6의 핵심은 바로 사람과 기기가 밀집된 공공 환경에서의 네트워크 송수신 속도와 연결 안정성 증대에 있다. 이를 위해 Wi-Fi 6에서는 기존 Wi-Fi 기술을 새롭게 개선하고 몇 가지 새로운 기능들을 도입하며 문제들을 해결했다.

 

4배 더 증가한 데이터 처리량

Wi-Fi는 전파에 데이터를 실어 보내는 기술이다. 이때 특정 공식에 따라 전파의 진폭과 위상을 변조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표현하는데, 여기엔 여러 방법이 있다. 그중 Wi-Fi가 사용하는 기술은 직교 진폭 변조(QAM)라는 방식이다. 사용하는 단위는 QAM으로, 만약 16QAM이라면 이는 하나의 전파에 16개의 디지털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는 말과 의미와 유사하다. 

즉, QAM이 높을수록 데이터 전송률도 증가한다는 뜻인데, Wi-Fi 6는 1024QAM까지 지원함으로써 이전의 256QAM 대비 4배나 많은 데이터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동시에 크고 작은 여러 정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사물인터넷 시대에 속도 이상으로 꼭 필요한 개선사항이다.

 

업·다운을 모두 지원하는 MU-MIMO

한 번에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도, 한 번에 하나의 기기와 하나의 정보만 통신할 수 있다면 의미가 없다. 그럴 경우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수가 증가하고 접속 기기가 늘어날수록 통신 대기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인데, 이를 위해 일찍이 ‘SU-MIMO’란 단일 사용자-다중 입출력 기술이 도입됐다. 이는 WI-FI 라우터(공유기)가 디바이스와 동시에 여러 정보를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이다.

그리고 이어 Wi-Fi 5와 함께 등장한 ‘MU-MIMO’는 아예 라우터가 여러 기기와 동시에 복수의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때까지의 MU-MIMO 기술 역시 다운로드에만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MU-MIMO를 표현한 이미지 (자료=아루바)
MU-MIMO를 표현한 이미지 (자료=아루바)

만약 우리가 과거처럼 무선 인터넷으로 고화질 영상을 스트리밍해서 보는 일 정도였다면 이 부분이 크게 상관은 없었겠지만, 진정한 사물인터넷 시대에서는 반대로 사용자 디바이스에서 외부 디바이스나 서버로 전송되는 업로드 데이터의 양도 크게 증가하므로 고속의 다중 업로드를 지원도 필수로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역시 불필요한 전송 대기 시간들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Wi-Fi 6에 적용된 MU-MIMO는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모두 지원하며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OFDMA

다수의 접속을 동시에 처리하려면 한정된 주파수를 보다 효율적으로 분배해 사용할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하다. Wi-Fi 6에서는 이를 위해 OFDMA(직교 주파수 분할 다중접속)란 기술이 특히 중요하게 다뤄진다. OFDMA는 주어진 대역폭을 일종의 고속도로 차선과 같은 하위 채널로 나눠 동시에 여러 기기와 통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이다.

즉, 데이터를 전송할 때 이를 연결된 각 기기와의 통신에 필요한 프레임만큼 유기적으로 분할해 동시에 전송함으로써 한정된 대역을 한층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원래 AP가 각 사물인터넷 단말기와 통신할 땐 하나의 신호가 하나의 기기로 온전히 전송된 것이 확인돼야만 다음 신호를 전송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마큼 접속된 기기가 많을수록 전송과 확인, 순차 전송에 따른 대기와 지연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Wi-Fi 6는 이를 OFDMA로 해결했다.

이와 더불어 채널 본딩(Channel bonding)이라 부르는 주파수 융합 기술을 활용해 대역폭을 넓히면서 Wi-Fi 6는 하나의 AP가 최소 9개에서 최대 74개에 이르는 다량의 기기와 유기적으로 접속할 수 있게 됐다. 

BSS 컬러링

Wi-Fi 6는 여기에 고밀도 공간에서의 접속 안정성을 개선하기 위한 BSS 컬러링(Coloring)이란 기술도 더했다. BSS 컬러링은 쉽게 설명해 하나의 AP가 우선 처리할 수 있는 기기를 AP의 구역별로 그룹화해, 기기가 주변의 여러 AP의 범위에 중복 접속하며 발생할 수 있는 통신 대기와 지연 문제를 최소화하는 개념이다. 

각 사용자의 접속을 AP의 범위 내로 한정한다 (자료=시스코 유튜브)
각 사용자의 접속을 AP의 범위 내로 한정한다 (자료=시스코 유튜브)

이 밖에도 TWT(Target Wake Time) 기술은 자신의 전송 차례를 기다리는 기기를 비활성 상태로 전환하고 필요할 때만 활성화하는 전력관리 기술이다 이를 통해 저전력이 중요한 사물인터넷 기기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며, 아예 저대역폭의 사물인터넷 기기만을 위한 별도의 운영 기능 지원, 그리고 해킹에 대비한 새로운 WPA3 보안 표준까지 적용되며 Wi-Fi 6는 철저히 미래 수요와 효율성 만족에 무게를 둔 Wi-Fi로 거듭나게 됐다.

 

5G와 Wi-Fi 6

한편, 초고속, 낮은 지연 속도, 확장된 연결성 등 Wi-Fi 6는 최근 LTE를 대체 중인 5G와 다소 비슷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둘의 쓰임새는 엄연히 다르다. 같은 무선통신 기술이지만 5G는 이통사 기지국 기반의 넓은 커버리지와 안정적이고 빠른 속도, 저지연성 등을 앞세워 자율주행이나 도로교통시스템, 산업 인프라 같은 미션 크리티컬한 영역에 적합한 통신 기술이다. 그러나 5G는 설치와 유지보수에 따른 비용이 높기 때문에 모든 통신을 5G로 대신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반면 Wi-Fi 6는 한정된 공간에 특화된 로컬 통신으로 유지비용이 낮고 설명한 것처럼 다중접속에서 뛰어난 안정성을 보장한다. 즉, 5G와 Wi-Fi 6는 경쟁의 개념이 아닌 상호보완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알맞다.

Wi-Fi 6 적용 사례

Wi-Fi 6는 비교적 신생 기술에 속하고, 공식 인증이 시작된 지도 얼마 안됐기 때문에 아직 실제 적용 사례는 많지 않은 편이다. 다만 올해 이미 시스코, 아루바 네트웍스, 루커스 네트웍스 등 주요 네트워크 전문 기업들이 Wi-Fi 6 지원 기기를 발표하고 시스템 구축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몇 차례 발표한 바 있다.

아루바는 지난 8월 원광대학교병원 내 무선 네트워크 인프라를 자사의 Wi-Fi 6로 교체했다고 밝혔으며, 시스코도 지난 10월 미래에셋생명 전국 지점에 Wi-Fi 6 기반 초고속 무선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같은 달 서울시는 2022년까지 1027억 원을 투자해 서울 전역에 Wi-Fi 6 기반의 공공 Wi-Fi존인 S-Net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Wi-Fi 6는 공공 환경을 중심으로, 2020년부터는 한층 본격적인 제품 출시와 시스템 적용이 시작돼 한층 다양한 곳에서 Wi-Fi 6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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