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선연수 기자] 전기 자동차(EV)는 시장 점유율을 점점 늘려가다, 결국엔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직류(DC) 고속 충전소가 주유소를 대체·통합하고,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 에너지가 충전소에 전력을 공급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15분 만에 전기차를 충전하기를 원하지, 기둥처럼 세워진 충전 기기 앞에서 줄 서 기다리고 싶어하진 않을 것이다.
충전 설비 여러대를 고려할 경우, 그리드가 지역에 공급해야 하는 충전 피크 전력이 1MW가 넘게 된다. 그리드는 여러 지점에서 붕괴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에,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송전선을 개선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와 훨씬 높은 기본 부하를 공급할 수 있는 중앙 발전소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부하는 불규칙적인 대량 부하로,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원에서 간헐적으로 생산되는 에너지와 결합해야 한다.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은 이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휘발유와 같은 액체나 가스를 사용해 에너지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가령 차에 연료를 공급할 때) 에너지를 재사용한다. 같은 원리로, 전자와 화합물을 사용하는 배터리에도 전기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그 다음 저장된 에너지를 활용해 전기차를 충전함으로써, 피크 전력을 낮춰 그리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정전 시에 전력도 공급할 수 있다.
2040년엔 절반이 전기차
모빌리티 시장은 변화하고 있다. 올해는 총 8000만 대가 넘는 차량 중 전기차는 300만 대 정도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틈새 시장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런 고 성장세를 지속해 2025년에는 최대 1000만 대, 2040년에는 총 1억 대의 차량 중 5000만 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2040년에는 전체 차량의 절반이 순수 전기차가 되는 것이다.
모든 전기 차량은 충전을 해야 한다. 가정용 전원을 쓰거나, 저장 배터리와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갖춘 수 킬로와트급 가정용 DC 충전기로 밤새 완속 충전하거나, 도로에 마련된 충전 설비에서 급속 충전하거나, 미래 전기차 충전소에서 초고속 충전을 해야 한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최근 재생 에너지 발전 시장은 태양광 발전(PV) 시스템의 호황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약 80%의 가격 하락과 대대적인 탈탄소화 추진에 힘입어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지금 전 세계 발전량의 5%를 넘지 않는 태양광은 2050년 33%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전력을 감당하기 위한 ESS
순간적으로 대량 부하가 발생하는 미래에는, 그리드 중심의 에너지 생태계에 충전이 필요한 전기차나,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 등 간헐적인 에너지원들을 결합하는 방식을 해결해야 한다. 전기차 등 순간적인 부하로 높은 전력 피크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송전선 규모를 추가 확장할 필요가 있다.
태양광 발전은 그리드가 과충전되지 않도록 중앙 발전소의 가동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고, 사람들은 전기를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기를 원할 것이며, 주택용 태양광 시스템을 통해 가정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점점 가정 내 자가 소비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이 모든 요소들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청정 전기차의 이점을 온전히 누릴 수 있으려면, 예컨대 정오에 생산한 태양 에너지를 저녁에 사용하는 것처럼, 전력 수요가 낮을 때 발전한 전기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남는 에너지를 사용해 그리드의 균형을 맞추는 ESS를 이 생태계 안으로 끌어 들여야 한다.
ESS는 연료 탱크나 석탄 저장 창고와 같은 전기 저장 장치로, 주택과 산업 모두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주택용인 경우, 간단히 PV 인버터를 저장 배터리에 연결해 가정에서 에너지를 저장·사용할 수 있고, 낮에 태양으로부터 생산한 에너지를 밤에 자동차 충전에 이용할 수 있다. 산업용 또는 그리드에 연결된 서비스와 같은 유틸리티급 ESS 설비는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 제어부터 에너지 차익거래까지, 백업 지원에서 블랙 스타트(디젤 발전기 불필요)까지, 그리고 전체 비용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 유예(Investment deferral)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ESS를 그리드 노드에서 전력 피크에 대응하는 데 사용한다면, 비용이 많이 드는 송전선 업그레이드를 굳이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또 다른 사례는 ESS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마이크로그리드(섬처럼 작은 구역을 담당하는)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고려할 때 ESS 시장은 현재의 10GW 파워/20GWh에서 가파르게 성장해 2045년이 되기 전에 1000GW 파워/2000GWh 용량 임계값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글에서는 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위한 ESS 설비에 초점을 맞춰 설명한다.
ESS 없는 전기차 충전소
AC 충전 인프라는 개인 설비용과 공공 설비용 모두 단순하지만 전력이 제한적이다. 레벨 1 AC 충전기는 120V AC에서 동작하고 최대 2kW를, 레벨 2는 240V AC에서 20kW를 공급한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차량의 내장형 충전기에 AC에서 DC로의 전력 변환 장치를 필요로 한다. AC 월 박스(Wall box)는 충전기라기보다는 계량기이자 보호 장치다. 자동차를 위한 차량용 내장형 충전기는 비용, 크기, 무게 제한으로 정격 전력이 항상 20kW 미만으로 지정된다.
DC 충전은 이보다 훨씬 높은 전력으로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 레벨 3 충전기는 최대 450V DC에서 150kW로 정격 지정되며, 최신 슈퍼 충전기(레벨 4에 해당)는 350kW, 800V DC 이상의 수준을 보여준다. 상한 전압은 출력 커넥터가 자동차에 연결됐을 때 안전 상의 이유로 1000V DC로 설정된다. DC 충전기를 사용하는 동안 충전 설비에서는 전력이 변환되며, DC 전력 출력은 충전 설비와 자동차 배터리 사이에 직접 연결된다. 따라서 내장 충전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 차지 공간과 무게가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전환기에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여전히 단편화돼 있고 국가와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사용자가 필요할 경우 AC 콘센트를 통해 충전할 수 있도록 대부분의 전기차에 소형 11kW 내장 충전기가 탑재돼 있다.
충전 전력이 커질 수록 동작 전압을 높여야 한다. 전류는 케이블의 크기와 비용에 맞춰 합리적 제한 범위 내로 유지해야 한다. 이는 충전소를 설치하는 마이크로그리드나 서브그리드를 적절히 설계하고 크기를 지정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2030년, 미래의 충전소를 상상해 보자. 연료가 전자로 구성되고, 이 연료는 변환기를 통해 중전압(MV, Medium Voltage) 그리드에 연결된 송전선(Transmission line)이란 파이프를 통해 사용하게 될 것이다. 현재는 연료를 대형 지하 탱크에 저장했다가 탱크로리를 이용해 주유소에 정기적으로 운반한다. 새로운 연료, 즉 항상 전자를 그리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간단한 일 같지만, 운전자가 15분 내에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이런 단순한 방법은 지속성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충전소에 각각 최대 500kW 피크 전력 출력을 공급할 수 있는 5개의 DC 충전 설비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최악의 시나리오로(이를 대비해 충전소의 크기를 지정해야 한다), 배터리가 완전히 고갈된 5대의 전기차가 동시에 충전하려는 상황이 발생됐다. 계산을 단순화하기 위해 이제 전력 변환 단계와 배터리 충전 경로에서는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간주한다. 이 글의 뒷부분에서 보겠지만, 전력 체인에서 발생하는 작은 전력 손실조차 설계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각각 75kWh의 배터리(오늘날 시판 중인 완전한 전기 파워트레인을 갖춘 전기차는 30~120kWh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를 탑재한 5대의 전기차가 10%의 충전 상태(SOC, State Of Charge)에서 80%까지 충전해야 한다고 가정한다.
이는 262.5kWh의 에너지를 15분만에 그리드에서 전기차로 전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드에서는 1MW가 조금 넘는 전력을 15분 동안 전기차에 공급해야 한다. 리튬 배터리의 충전 과정은 정전류, 정전압 충전 프로파일을 필요로 하는데, 여기서 배터리의 최대 80%를 충전하는 데 필요한 전력은 마지막 20%보다 크다. 앞의 예시에서는 80%로 가정한 최대 전력에서 충전을 멈춘다.
그리드나 이보다 나은 형태의 충전소를 갖춘 서브그리드는 1MW가 넘는 피크 전력을 단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주파수에 영향을 주지 않고 불안정성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그리드를 효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매우 효율적이고 복잡한 능동 역률 보정(PFC, Power Factor Correction) 단을 구현해야 한다. 또한, 저전압 충전소를 중전압 그리드에 연결하는 값 비싼 트랜스포머를 설치해야 할 뿐 아니라, 발전소에서 충전소로 전력을 운반하는 송전선을 피크 전력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적절한 크기로 지정해야 한다. 충전소가 일반 승용차는 물론 트럭이나 버스까지 모두 충전해야 할 경우, 요구되는 전력은 더 높아진다.
새로운 송전선이나 대형 트랜스포머의 설치를 대신하는, 가장 단순하고 경제적인 해결책은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 에너지에서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전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사용자가 여분의 전력을 갖는 충전소에 직접 연결할 수 있어 그리드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적으로 100~500kW 범위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충전소나 충전소에 연결된 서브그리드 근처에 설치할 수 있다.
현재는 그리드로부터 요구되는 전력을 500kW로 제한하고 있어 PV 소스는 500kW를 공급할 수 있지만, PV 소스는 단속적이며 항상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특성은 그리드에 불안정성을 가져오고 전기차 운전자는 일조량이 가장 큰 한낮에만 자동차를 최고 속도로 충전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도, 지속성도 없는 것이다.
▷ 'ESS로 구현하는 전기차 고속 충전 인프라 ②'로 이어집니다.
글: 스테파노 갈리나로(Stefano Gallinaro) 재생 에너지 사업부 전략 마케팅 매니저
자료제공: 아나로그디바이스
- 이 글은 테크월드가 발행하는 월간 <EPNC 電子部品> 2020년 4월 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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