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Jet Fusion 3D 4200 / 580 프린터 탐방기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21세기 제조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3D 프린터. 아직은 높은 가격으로 인해 그 실물을 볼 기회가 많지 않은 편인데, 1월 15일 HP의 3D 프린터 국내 사업을 총괄하는 폼엑스(Formx)가 주최한 제품 시연회를 통해 3D 프린터의 작동 과정과 장점 등을 들어보고, 실제 시제품들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MJF? 선택적 생산이 아닌 ‘동시 병렬 생산’

이번 시연회에서 체험한 제품은 주로 산업용 부품 제조에 사용되는 ‘HP Jet Fusion 3D 프린터’ 시리즈다. 현재 많은 3D 프린터가 ‘선택적 소결 레이저 방식’인 SLS(Selective Laser Sintering) 방식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HP의 3D 프린터는 ‘다중 소결 파우더 방식’이라 부를 만한 MJF(Multi Jet Fusion)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전통의 프린터 강자 HP는 SLS 대비 장점이 뚜렷한 MJF 방식이 향후 3D 프린터의 미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MJF 방식의 경쟁력 (자료=폼엑스)

이날 제품 시연과 설명을 담당한 폼엑스 HP 3D프린터 사업부 정재엽 부장은 MJF 방식만의 차별화된 포인트로 ▲속도 ▲품질 ▲경제성을 들었다. 현재 시판 중인 많은 3D 프린터의 단점으로 지목되는 느린 조형 속도와 완성품의 Z축 품질 불균형 문제, 사용 후 남은 재료에 대한 낮은 재사용성을 크게 개선했다는 말이었다. 이번 시연에 동원된 제품은 HP Jet Fusion 3D 4200과 580 모델이다. 4200은 다량 생산이 가능한 흑백 조형 모델이며, 580은 소량의 시제품 생산에 특화된 컬러 조형 모델이다.

HP Jet Fusion 3D 580 모델. 4200은 부피가 좀 더 크다.

생산성과 경제성 강화에 중점

우선 가공 속도 측면에서 개별 제품을 하나의 레이저로 적층 가공하는 SLS 방식은 생산품 수가 늘어날수록 전체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도 함께 증가한다. 반면 작업 공간 내 1회 수용할 수 있는 모든 제품에 대해 동시에 파우더를 도포하고, 곧바로 소결(굳힘)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MJF 방식은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매우 높아진다. 동일한 제품이라면, 1개를 제작하거나 10개를 제작하거나 같은 시간에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HP 또한 MJF 방식이 SLS 방식에 비해 작업 속도가 최대 10배 이상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품질면에선 X, Y, Z축 관계없이 모든 부위의 품질이 동일한 등방성을 보장하는 것이 강점이다. 일반적인 3D 프린터는 제한된 축 내에서 한 층씩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최종 결과물의 Z축이 다소 어그러지는 품질 불균형 이슈가 발생하기도 한다. 반면 MJF 방식은 가공 축의 제한이 없고, 독자적인 퓨징·디테일링 에이전트 융합 기술을 적용해 전 가공 면에 대한 정교한 가공과 제작이 가능하다.

산업용 3D 프린터의 경우 유지보수 비용도 제품의 경제성을 결정짓는 주요한 요소다. 특히 미세한 가루 분자를 활용하는 파우더 방식의 3D 프린터는 제작 후 남은 파우더를 얼마나 재사용할 수 있는지가 제품의 경제성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장재엽 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HP Jet Fusion 3D 프린터는 반자동 파우더 수거 장치를 통해 80%에서 최대 90%까지 파우더를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평균 50% 수준에 불과한 소재 재사용률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남은 파우더를 사람이 직접 수거하는 기존 3D 프린터와 달리, HP 3D 프린터의 경우 파우더 처리, 분진 흡입, 배합 과정을 통합한 별도의 처리 장비가 제품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메인 제조기 자체도 교환이 가능한 카트리지 방식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 후 소결과 후처리를 별도의 장비에서 진행하는 동안 곧바로 새로운 제조 공정을 시작할 수 있어 장비 가용성 또한 높다.

4200 프로세싱 스테이션 (자료=폼엑스)

 

가벼움, 단단함, 부드러움, 탄력·· 다양한 성질 표현

빠른 속도와 높은 경제성이 보장되는 환경이라면, 반대로 완성품의 내구성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이런 의구심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이어진 설명에선 결과물의 우수한 강도와 인장력이 수차례 강조됐다. 제품에 주로 사용되는 소재인 PA12는 기본적으로 가벼우면서, 높은 인장력과 탄성력을 모두 구현할 수 있는 신기한 재료다.

데모 영상에서는 MJF로 조형된 113g 짜리 체인링크 하나로 4.5톤 자동차를 안정적으로 끌어 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스펙상 표기된 인장 강도와 탄성률은 각각 48Mpa, 1700Mpa다. 또 실제 현장에서 만져본 견본 제품들 모두 용도에 따라 단단함, 부드러움, 탄성 등의 다양한 성질을 이질감 없이 표현하고 있었다.

정밀하게 가공된 견본 제품들
이들 모두 실제 사용되고 있는 부품이라고 한다
세밀한 마감 처리
몬스터볼이 반가웠다

특히 소재와 관련해 HP 3D 프린터 사업부가 펼치는 독특한 전략 가운데 하나는 바로 개방형 플랫폼이다. HP는 이례적으로 자사 제품에 쓰일 다양한 3D 프린터용 파우더의 외부 제작을 허용하고 있다(원래 프린터 사업의 주 수입원 중 하나는 본체가 아닌 지속적인 토너 판매다). 이들 제품은 HP의 엄격한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후 사용될 수 있으며, 각 사의 제품이 지닌 성질과 장단점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고객은 필요에 따라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소재를 직접 골라 쓸 수 있다.

아울러 초기 3D 프린터의 조악한 가공 품질을 기억하던 기자에게 극도로 정밀한 표현이 가미된 완제품들의 모습은 꽤 이질적으로 느껴질 만큼 정교한 것이었다. 또한 HP 역시 부품의 완성도를 증명하듯 실제 Jet Fusion 3D 프린터 제품 내외부 66개 파트를 해당 제품으로 직접 생산한 부품으로 채워 판매하고 있다.

 

느리지만, 3D 프린터의 시대는 반드시 온다

잘 알려진 대로 3D 프린터가 지닌 잠재력과 가능성은 무한하다. 물리적 금형 사출 방식의 한계를 넘어 아무리 복잡한 제품이라도 설계도만 있으면 3D 프린터 내에서 모두 가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기기로 만들어낼 수 있는 제품의 수는 사실상 무한하며, 다품종 소량 생산, 소품종 다량 생산 모두 가능하다. 소비자용 제품의 경우 안경과 같은 웨어러블 액세서리는 3D 프린터를 이용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자신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이날 현장에서 예시로 보여준 항공기용 손잡이는 기존 철제 손잡이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적은 양의 소재를 사용할 수 있어 훨씬 경제적으로 보였다. 또 해외에서는 이미 의료 기구, 전장 부품, 건축 자재, 소비자용 제품 프레임 등 전방위적인 산업에 3D 프린터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강도는 비슷하지만, 3배 더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손잡이 by 3D 프린터

아쉬운 점이라면 아직도 고가인 3D 프린터의 장비 가격과 운용 비용이다. 대당 수억 원에 이르는 산업용 장비의 가격이 여전히 3D 프린터의 확산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3D 프린터만의 놀라운 활용 가치와 장기적 관점에서의 높은 경제 효용성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는 만큼 향후 수요와 공급이 안정될수록 이런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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