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edded Basics

[테크월드=박진희 기자] 미래를 다루거나 첨단과학이 사용되는 영화를 보면 비현실적인 장면들이 나온다. 현대과학으로는 불가능해 보여 영화적 허용으로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저게 가능해?’ 싶은 장면들 중 ‘이제 가능해!’ 라고 말할 수 있는 장면들이 몇몇 있다.

영화 ‘빅 히어로’ 에서 악당은 생각대로 뭉치거나 흩어지는 손톱만한 크기의 마이크로봇을 이용해 도시를 파괴한다. 로봇 전문가 히로는 악당에 대응하기 위해 로봇 베이맥스를 슈퍼 히어로로 업그레이드 한다.

3D 스캐너로 베이맥스의 전신을 스캔하고 3D 모델링을 기반으로 몸에 맞는 전투 슈트를 제작한다. 3D 프린터에 연결하고 정보를 전송하면 끝이다. 3D 프린팅을 활용해 베이맥스는 전투용 슈퍼 히어로로 재탄생 한다.

베이멕스에게 수트를 입히는 히로 출처: 빅히어로 공식홈페이지

1996년 개봉된 ‘미션 임파서블’에서는 거의 모든 시리즈에 주인공이 필요한 캐릭터의 얼굴을 완벽하게 복사한 가면을 사용한다. ‘미션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시리즈에서는 3D 프린팅을 활용해 가면을 제작, 인쇄하는 장면이 묘사됐다.

특허만료가 시장에 기회 제공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먼 미래의 일인 줄 알았던 이런 일들이 실제 상용화에 가까워졌다. 3D 프린팅은 제조 분야의 미래 유망 기술로 주목 받고 있고, 막대한 파급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미있는 최첨단 기술로 보이는 3D 프린팅은 1981년 고다마 히데오(小玉秀男)가 처음 이론화하고, 1986년 미국 척 헐(Chuck Hull)이 특허를 얻어 설립한 3D 시스템즈사에서 처음 제품화했다.

척 헐의 세계 최초 3D프린터 관련 특허 출처: 미국 특허청

척 헐은 이후 1986년 캐나다로부터 투자를 받아 회사를 설립한다. 이 회사가 3D 프린팅으로 유명한 3D시스템즈(3D Systems)다. 2년 후 3D프린터가 세계 최초로 판매됐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7년 전이다.

그 동안 특허 문제로 침체돼 이던 3D프린터 시장은 2009년 스트라타시스(Stratasys)가 보유한 압출적층방식(FDM: Fused Deposition Modeling)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렙랩(RepRap)과 같은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가능해졌다. 오래 전 기술이지만, 특허의 만료로 누구나 활용이 가능해져 2010년대 들어 급부상한 것이다.

압출적층방식은 플라스틱 소재를 녹여 반 액체상태로 분사한다. 재료를 층층이 섬세하게 쌓아 물건을 완성하는 방법이다. 이 특허의 만료로 저가 3D프린터 시장이 열렸다. 과거에는 3D프린터 가격이 수천 만 원부터 그 이상을 넘기도 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가격대의 3D프린터가 출시됐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나오는 출연자가 개인용 3D프린터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장면이 방송되기도 했다.

비슷한 경우로 2014년 2월에 3D시스템즈가 가지고 있던 선택적레이저소결조형방식(SLS: Selective Laser Sintering)의 핵심 특허 만료로 이를 활용한 제품 생산이 활성화되고, 접근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적층 방식으로 구성

3D 프린팅의 기본적인 제조기술에는 ▲압출적층방식(FDM: Fused Deposition Modeling) ▲광경화성수지적층조형 (SLA: Stereolithography Apparatus) ▲광경화성수지투사방식 DLP(Digital Light Processing) 등이 있다.

▲압출적층방식(FDM: Fused Deposition Modeling)

앞에서 언급했듯이 플라스틱 소재를 녹여 액체상태로 분사한다. 재료를 층층이 섬세하게 쌓아 물건을 완성하는 방법이다. 분사 노즐에서 나온 재료는 쌓는 순간 바로 굳기 시작하는데 한 층이 완료되면 모델 조형판은 쌓인 층만큼(0.1~0.3mm) Z축으로 하강하고 다시 프린트 헤드는 X, Y축으로 쌓아간다.

FDM방식 3D Printing 동영상

동시에 Z축이 하강하는 과정을 반복해 층을 쌓아 올려가는 방식이다. 열가소성 플라스틱 재료를 노즐을 통해 200°C 이상(보통 240~250°C)으로 반 액체 상태로 녹여가며 압출해 재료를 조형판 위에 한 층씩 쌓아가는 기본적인 방식이다.

▲ 광경화성수지적층조형 (SLA: Stereolithography Apparatus)
액형 기반 RP 시스템 공정인 SLA(Stereo Lithography Apparatus) 방식은 포토마스크 방법과 함께 가장 대표적인 광조형과정(Photolithography) 중 하나로 빛에 반응하는 아크릴이나 에폭시 계열의 광경화성 수지(Photocurable resin)가 들어있는 수조(Vat)에 레이저(Laser) 빔을 주사해 원하는 모델을 조형한다.

SLA방식 3D Printing 동영상

이때 조형 파트들은 위 아래로 움직이는 작업대 위에 만들어지게 되며, 한 층 한 층 두께가 만들어 질 때마다 한 층 두께(약 0.025~0.125)만큼 밑으로 내려가면서 다시 레이저(Laser)를 조사한다. 이때 수지의 표면 평탄화와 재료 코팅은 리코터(Recoater)의 수평 날에 의해 이뤄진다. 이러한 일련의 반복 작업이 파트가 완성 될 때까지 계속된다.

▲광경화성수지투사방식 DLP(Digital Light Processing)

엔비전텍사의 퍼팩토리 장비들은 1997년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래리 흔백(Dr. Larry Hornbeck)에 의해 개발된 첨단 디지털 광처리 기술인 DLP(Digital Light Processing)기술을 이용해 모델을 조형한다.

DLP는 우리가 흔히 영화 상영이나 사무실의 프리젠테이션 사용시 DLP프로젝터(투영기)에 사용되는 기술이다. 우선 3D CAD로 제작된 슬라이싱 데이터를 레이어별로 각각의 그림데이터로 전환해 소프트웨어 상에서 디지털마스크를 생성 후 DLP 장치에서 고해상도의 프로젝션광으로 광경화수지(Protopolymer Resin)에 마스크 투영(Digital Mask Projection)해 모델을 조형하는 원리이다.

DLP 방식 3D Printing 동영상

DLP 기술의 핵심은 130~150만개의 초미세거울(0.01×0.01mm)로 구성된 광학 반도체인 DMD(Digital Mirror Device) 칩에 있다. 이 미세거울은 전기적 신호에 따라 초당 5000회까지 독립적으로 이동과 일정각도로 틀어짐으로써 원하는 마스크 영역의 광경화성 수지 재료에 고해상도의 레이저가 아닌 가시광선을 투사, 광중합반응을 유도하여 모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히 마스크 투과된 광이 전체 수지층을 한 번에 경화시키므로 어떠한 형상과 수량에 상관없이 모델조형이 가능하다.

2026년경 안정기 찾아 올 것

3D 프린팅 기술은 대량생산체제에서 안정적으로 활용이 가능해질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과학자와 발명가들은 3D 프린팅 기술을 다양한 방면에 적용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가트너 ‘Hype Cycle for Emerging Technologies’ 상의 프린터 기술 출처: 한국기계연구원 전략연구실

가트너는 2007년부터 ‘Hype Cycle for Emerging Technologies’에서 3D프린터를 미래유망기술로 점 찍었다. 기술 성숙도와 시장에서의 기대, 사업성, 방향성을 평가 항목으로 두고 있다. 2026년쯤에 3D프린터 기술의 생산성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아 광범위한 산업이 자리잡는 ‘안정기(Plateau of Productivity)’가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3D프린터는 시제품의 제작 비용, 시간 절감, 다품종 소량 생산(Mass Customization)•개인 맞춤형 제작 용이, 복잡한 형상 제작, 재료비 절감 우위, 완제품 제작 시의 제조 공정 간소화 이에 따른 인건비•조립 비용 절감의 관점에서 많은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3D 프린터를 활용하여 사내에서 시제품을 제작한다면, 손쉽게 디자인을 수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별도의 금형이 필요 없기 때문에 투자 비용의 극적 감소가 가능하며, 시작품 사내 제작을 통한 기밀 유출 가능성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소량 생산하더라도 3D 디자인 파일만 있으면 매번 디자인이 다른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추가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장점 때문에 개인 맞춤형 제작이 필수적인 보청기, 의료 시술, 의족 개발 등에서의 활용이 확산되고 있다.

3D프린팅으로 출력된 치아 출처: Dubai Health Authority, DHA

벌집구조와 같이 복잡하고 내부가 비어있는 형상 제작에 용이하며, 위상기하학 최적화의 적용이 가능해 동일한 강도이지만 중량은 절반으로 줄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일체형 생산에 따른 시간•비용 절감, 조립•용접 공정 간소화는 생산 공정상의 비용 감소에 기여할 것이다.

반면 한계점도 드러난다. PwC가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D프린팅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출력 품질(47.2%), 가격(31.5%), 소재 혼용(22.2%), 출력속도(19.4%) 등 주로 3D프린터의 성능과 관련된 것이 많았다고 한다. 3D프린터의 한계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소재의 다양성과 가격 경쟁력 확보: 대부분의 3D프린터가 단일소재로 제품을 제작하기 때문에 고무, 플라스틱을 혼용해서 출력할 수 있게 돼야 한다.
▲품질 관리 비용 축소: 생산성과 수익성이 큰 금속 3D프린터 확산의 가장 큰 문제는 출력 부품의 품질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3D프린터로 출력한 제품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파악하면 생산 제품의 물성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다양하고 특수한 디자인 확보: 3D 프린터로 출력하는 제품은 구조적 디자인의 제약이 없다. 따라서 가능한 많은 아이디어를 확보하고, 각 상황에 맞는 가장 적합한 디자인을 찾는 과정이 중요해 진다


이처럼, 3D프린터 개발의 한계점이 속속 드러나고 업계가 차츰 정리되고 있는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소재 개발이다. 프린터 시장이 완전히 정착되면 예전 프린터처럼 카트리지나 잉크가 소모품으로 필요해지듯 이제는 소재의 다양성과 한계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차세대 소재는 기술 집약의 끝을 실현하는 생바이오성 물질이 될 것이다. 즉, 폐, 심장 등의 인공장기가 현실화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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