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인력 무작정 정리하면 부작용 클 것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벌써부터 디젤차 구입이 꺼려지기 시작했다. 이미 5등급 차량은 수도권 전역에서 운행이 제한되고 환경개선부담금은 물론 노후 디젤차 폐차 지원까지 주변에서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작년 말 현대차 그룹도 더 이상 디젤엔진 개발을 하지 않기로 했고 가솔린 엔진 개발도 머지않아 중지될 수 있다. 내연기관차 이용이 끝물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일반인의 신차 구입 조건도 더 복잡해지고 있다. 가격이나 연비, 디자인, 옵션 등 여러 면을 고민하던 관행에서 이제는 처음부터 어떤 에너지를 사용하는가가 첫 조건이 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연기관차가 아닌 전기차의 구입을 심사숙고하는 상황으로 진전되고 있다. 

‘1가구 2차량 시대’가 오면서 두 번째 차로 전기차를 생각하던 흐름이 최근 첫차부터 전기차 구입을 고려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그 만큼 내연기관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늘고 있고 완성도 좋은 전기차의 종류가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된 현대차 아이오닉5나 기아차 EV6의 경우 모두가 전기차용 플랫폼을 활용해 가성비가 좋아 예약 시점부터 기존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기차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반증이다. 앞으로 이런 흐름은 더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 130여년을 이어왔던 내연기관차 시대의 수명이 줄고 있다. 몇 년 전 유럽을 중심으로 불던 내연기관차 판매종식 선언이 이젠 세계적으로 불고 있다. 유럽에선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관련 선언을 했다. 이 흐름은 전 세계로 몰아치며 미국과 일본도 2035년 종식을 선언했다. 도요타 등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나라는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2035년이나 2040년에 종식할 것을 선언했다. 글로벌 제작사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볼보를 시작으로 재규어, 랜드로버는 물론 최근 폭스바겐도 하루속히 전기차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기차의 역습…일자리가 흔들린다

이런 상황이 도래한 원인에는 전기차의 단점을 줄이는 기술개발도 있으나 지구 환경을 위해 자동차에 대한 규제가 없으면 안 된다는 인식 개선도 작용했다. 문제는 내연기관차 종식이 너무 빨리 이뤄지다보니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모든 산업 분야에 경착륙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 도입 초기에는 내연기관차와 각종 친환경차가 중첩되는 시간이 약 40년은 될 것이라 예견했으나 이 기간은 최근 20여년으로 급감했다. 이 기간도 더 줄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그 만큼 경착륙을 통한 고민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당장 일반 정비업소의 경우 하이브리드 차나 전기차 등은 아예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부에서 3000여 곳의 정비소를 대상으로 전기차 교육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서둘러 진행하지 않을 경우 큰 충격이 예상된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이미 국내 명문대조차 내연기관이나 변속기 분야의 석·박사 과정에 진학하는 학생이 없다. 사양화된 분야에 자신의 미래를 걸지 않기 때문이다. 관련 교수들도 신기술로 무장하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대학도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교과과정 개편은 물론 신기술로 무장한 교수 양성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이런 사례는 점차 늘 것이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다. 필요하면 업종전환이나 전환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2~4차 부품협력사, 전기차 시대 준비할 자원도 정보도 부족

일자리 문제는 아이오닉5의 생산에서 노·사 간의 갈등을 야기하기도 했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생산에 10명이 필요했지만 전기차는 여기서 3~4명은 없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지 않아도 강성노조와 경직된 노동법으로 고민이 많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 또 하나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폭스바겐 등은 전기차 생산을 위해 최근 5000명 이상을 감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부품업종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1차 부품 협력사엔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2~4차 부품협력사는 준비돼 있지 않다. 실적이 낮아 연구·개발에 도입할 자원도 없고 미래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다. 한 순간에 도태되는 아픔을 느낄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를 중심으로 산·학·연·관의 노력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우선 조금이나마 연착륙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자동차 산업의 급변으로 발생할 사회·경제적 영향이 큰 만큼 미리 준비해 악영향을 줄여야 한다. 특히 감소된 생산인원으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할 노·사·정의 대안이 필요하다. 해당 인력을 다른 분야로 돌릴 수 있는 전환 교육과 전환 방법이 진행돼야 한다. 해외 일부 기업처럼 무작정 정리하면 부작용이 그만큼 클 것이다. 

자동차 애프터마켓(출고 후 개조시장)에서의 변화도 심각한 수준이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정비 분야는 물론 튜닝, 중고차 분야 등의 변화에 준비해야 한다. 특히 정부의 경우 관련 인식이 약해 이를 제고함으로써 변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대학∙정부 변해야… 산·학·연·관 시너지 필요

앞서 말했듯 대학도 변화해야 한다. 대학은 일선의 흐름에 대비한 준비가 미흡한 곳이다. 변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변화의 움직임도 있다. 최근 일부 주요 대학에서는 모빌리티 관련 학과를 신설했다. 학과의 명칭에 ‘미래’를 붙이는 작업이 늘고 있는데 몇 년 뒤 ‘미래 모빌리티 학과’나 ‘모빌리티 융합학과’ 등으로 바뀔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최근 관련 인력 양성을 위해 여러 대학이 모인 컨소시엄(공동 목적을 위해 조직된 협회나 조합) 형태의 정책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처럼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하는 센서,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알고리즘과 배터리 등 전기차, 수소전기차 분야의 연구인력 양성은 중요한 과제다. 충전기, 전기차 정비, 배터리 재활용, 중고 전기차 진단평가 인력 양성도 중요한 과업이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통해 미래를 긍정적으로 그릴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대학을 중심으로 산·학·연·관의 시너지가 요구된다. 

규제 일변도에서 산업 기반 정책으로 바꿔야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레벨3 단계로 미흡하지만 5~6년 이내에 레벨4로 접어들 수 있는 만큼 해당 분야의 변화를 눈여겨 봐야 한다.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분야는 바로 물류다. 물류의 혁신으로 군집주행(운전자 한 명만으로도 여러 대 차량을 동시에 운전할 수 있는 기술), 택배의 무인화는 물론 발렛 분야까지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되면서 일자리가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 물류 비용이 최소화됨에 따라 발생하는 일자리 감소는 또 다른 고민이 될 것이다. 냉철하게 분석하고 조치해야 한다. 더불어 자율주행이 완전히 적용되기 전까지 나타날 관련 분야도 개척해야 한다. 관광지나 대규모 아파트 단지 내에 운영되는 시속 약 30Km 내외의 자율 마이크로 버스의 적용이나 교통사고를 방지해주는 능동식 안전장치의 적용, 완전한 풀 파킹 시스템의 적용 등 일상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를 잘 응용하면 새로운 먹거리가 탄생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선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산업 기반의 정책으로 바꿔야한다. 현재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으나 수십 년 간 이어진 규제를 한 순간에 바꾸긴 어려울 것이다. 모빌리티는 신산업인 만큼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기업 환경을 선진형으로 바꾸기 쉽지 않다. 여기엔 융합적 제도를 기반으로 한 인재 양성과 정부의 모빌리티 관련 기관 설립이 요구된다. 이를 위한 새 조직이 탄생할 수 없다면 기존 조직을 가다듬어 부처 이기주의나 중첩 투자가 아닌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을 편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글로벌 자동차 제작사가 가진 ‘수퍼 갑’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모빌리티 영역은 아직 누가 승자가 될지 알 수 없는 안개 속이다. 그래서 글로벌 제작사와 관련 우수 기업 간 짝짓기 가 성행하고 있다. 이종 간의 결합, 적과의 동침, 합종연횡 등 누가 몸을 많이 섞는가가 성공의 관건이다. 이제 산·학·연·관의 시너지가 요구되는 시기다. 수명이 줄고 있는 내연기관차 시대를 잘 마무리하면서 모빌리티를 철저히 준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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