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대림대 교수)은 ‘세계 3대 인명사전’으로 불리는 마퀴스 후즈후의 ‘세계의 인물’에 20년 연속 등재(1998-2018년)된 자동차 전문가다. 2017년부턴 TBS교통방송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TBS 사옥에서 만난 그의 명함엔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연구소의 소장직을 포함해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회장, 에코드라이브운동본부 대표 등 자동차 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경력이 적혀 있었다. 연구할 시간도 부족하고, 돈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닌데 그는 왜 자동차 시장 활성화에 앞장설까.

그는 “앞으로 10년 내외의 기간 동안 전기자동차와 공유자동차, 자율주행차의 결합으로 자동차를 이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길 테니 미래차 시장을 미리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이 TBS 사옥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이 TBS 사옥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사 무너지면 일자리뿐 아니라 산업 생태계도 위협”

-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쇼티지) 현상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 중 특히 꼽을 만한 것은.

“자동차 산업은 고용 창출의 측면에서 다른 산업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애프터 마켓(판매자가 제품을 판매한 뒤 추가로 발생하는 수요에 의해 형성된 시장) 쪽도 그렇고 직간접적으로 고용에 관련된 것들이 많다 보니 그렇다. 그런데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의 생산량을 확 줄여버리면 (국내 완성차) 마이너 3사(한국GM·르노삼성·쌍용차)만 따져도 부품 협력사 직원을 합치면 30만명가량의 일자리가 위기에 놓인다. 실제로 3사의 영세 협력사들에선 이미 고용된 직원의 수가 줄어들었다. 부품사가 무너지면 일자리뿐 아니라 산업 생태계에도 위협이다.”

- 쇼티지는 고용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상반기에 삼성전자의 주가를 부진하게 한 이유로도 작용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바닥을 지났다고 보는지 아니면 더 심화될 것으로 보는지.

“아직까지는 부족 사태가 이어지지 않을까. 그래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의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고 미국의 여러 주에서 삼성전자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해달라고 했지만, 그동안 회사의 고민이 길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했으니 투자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차량용 반도체가 얼마만큼 국내에서 자리매김하느냐에 있어서 삼성전자의 역할이 크지 않을까.” 

“차량용 반도체 자급률 10%까지 올려야”

- 한국은 차량용 반도체의 자급률이 2%정도밖에 안 되는 나라다.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가량은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이고, 비메모리 반도체의 핵심은 바로 차량용 반도체다. 특히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차량용 반도체의 수가 2배 넘게 필요해 반도체의 수급 상황에 더 민감하다. 그런데도 이런 (쇼티지) 문제가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급률을) 10%까지 올려 TSMC와 같은 해외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현대차도 여기에 대해 고민이 깊다. 산·학·연·관(산업, 학계, 연구기관, 공공기관)이 얼마큼 시너지를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 그렇다면 산·학·연·관은 시너지를 얼마나 내고 있나.

“아직까지는 시너지를 못 내고 있다. 현대차가 수요처인 만큼 이런 부분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본다.” 

김 교수는 모빌리티의 미래에 대해선 “기회이면서도 위기”라고 했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근본적인 문제는 ▲화석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환경 파괴 ▲차주가 차를 구매해야 하는데 따른 경제적 부담 ▲사람이 직접 운전해야 함 등인데 최근 전기차∙공유자동차∙자율주행차가 이를 뿌리째 흔들며, 내연기관차의 지위를 빠르게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차는 지난 30여년 동안 노력해 자동차 산업의 세계적인 선두 그룹에 올라섰다”며 “그런데 이제 허리 피고 먹거리를 좀 확보하려 했더니 시대의 흐름이 전기차로 확 바뀌어 버려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자동차 산업의 흐름은 기존 내연기관차가 아닌 전기차∙공유자동차 등 미래차에 있다. 이에 미국의 전기자율주행차 제작사인 테슬라와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는 이미 기존 자동차 회사의 기업 가치를 뛰어넘은 지 오래다. 소프트뱅크와 같은 벤처캐피탈(VC)이 이들 회사의 지분에 참여하는 추세도 미래 모빌리티의 중심이 자동차 완성업체에 있지 않음을 반증한다. 일각에선 이를 ‘카마겟돈(carmageddon·자동차 산업 대혼돈)’이라고 표현할 정도. 그렇다면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는 이와 관련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 현대차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도 시대의 흐름에 빨리 발맞추고 있나.

“자율주행 쪽은 아직 선진국에 3~4년 뒤쳐져 있다. 현대차가 자율주행차의 기술력을 얼마큼 끌어 올리느냐에 따라 미래 모빌리티 먹거리 확보가 달려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다른 기업과 협력하거나 인수합병(M&A)하는 식으로 합종연횡하고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고 있다. 미래에도 (자동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부품 산업과 미래차 기술인력 양성에 있어서 아직 국내의 인프라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더 고민을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규제 일변도…노조가 경영에 관여하는 것 말이 안 돼”

- 국내의 인프라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과 관련해선 정부도 고민해야 하겠지만, 자율주행시대를 열려면 ‘진짜 5G(5세대 이동통신)’가 필요한데 통신사들이 28기가헤르츠(㎓) 망 설치를 미적거리는 탓도 있다. 정부가 구체적으로 뭘 더 고민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자세히 설명해달라. 

“사실 문재인 정부가 규제 일변도 아닌가. 얼마큼 규제를 잘 풀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느냐가 중요한데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권 중에서 가장 ‘노동자 프랜들리(friendly∙친노동)’다 보니 노동법을 경직시켜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힘든 구조로 바꿨다. 이렇게 강성 노조에 유리한 구조는 자동차 산업엔 아주 안 좋은 그림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처럼 노조가 경영에 관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파업도 문제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야 하는데 아무리 데모를 해도 며칠 동안은 임금을 보상해줘 버리니 파업이 몸에 베어버렸다. (기업이 자동차 산업의) 외적인 영향이나 급변하는 부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시간도 부족하고 능력도 부족한데, 파업이 무작정 노조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 때 정부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기업이 잘 돼야 근로자의 소득도 늘어나지 않겠나. 일자리 만들겠다고 ‘소득 주도성장’을 추진하지 말고 ‘성장 주도소득’을 추진해야 한다.” 

- 규제 일변도든 팽창 일변도든 지나치면 안 좋을 것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동법이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임금 협상 주기를 1년 주기에서 3~5년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섭 주기를 스페인이나 미국처럼 4년으로 늘리면 매년 노사 분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또 미국은 파업이 일어나면 일시적으로나 영구적으로 회사 밖에서 사람을 뽑는 대체근무를 시행할 수 있게 하는데 이런 점도 참고해야 한다.” 

“EU ‘디젤 게이트’ 후 친환경 정책 더 적극 추진”

김 교수는 1인당 전기차 판매 대수가 미국보다 노동법이 상대적으로 강한 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 더 많으니, 노동법이 노동자에게 더 유리하다고 해서 자동차 시장의 발전이 저해되는 것은 아니지 않겠냐는 반문에는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배출가스 조작 사건) 이후 유럽연합(EU)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정책을 더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의 1인당 전기차 판매 대수가 더 많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EU는 탄소 중립(온실가스 초과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로드맵을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달 14일 탄소 국경세(CBAM∙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를 2026년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히며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친환경 정책 외에 전기차 배터리의 가격도 판매량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배터리가 전기차의 생산 단가에서 40%를 차지하는 만큼 자동차의 가격, 관련 보험의 손해율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과거 보고서에서 차량용 배터리의 가격이 킬로와트시(㎾h, 전력량 단위)당 200달러(약 23만원) 밑으로 내려가면 전기차의 경제성이 내연기관차를 능가한다고 분석했다. 해당 가격에 도달하는 시점은 지난해 전후로 전망했다.

하지만 17일 현재 배터리의 가격이 1㎾h당 140달러 선으로 하락했음에도 전기차 시장은 아직 몸집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는 떨어져아 전기차 시장이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야 전기차의 가격이 동급의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선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선 올해 공급할 전기차 보조금의 예산이 바닥을 보이자 지원 규모를 축소했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까. 

“아파트 전기차 충전기 확대, 전기차 정책 성패 결정지을 것”

- 지난달 말부터 서울의 전기차 보조금이 최대 200만원까지 줄어들었다. 보조금이 줄어든 뒤에 사면 남들보다 손해라는 생각에 전기차 구매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시내에 전기차 충전기를 보급하기 위해 줄인 거니까. 보조금이 좀 줄어도 차의 완성도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충전 인프라가 잘 돼 있으면 많은 소비자가 이점을 느끼게 돼 있다. 아파트가 전기차 충전 갈등이 심한 만큼 그런 곳에 충전기의 수를 늘리면 전기차를 출시하는 회사의 입장에선 (보조금 축소에 따른)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아파트 입주민들의 이런 어려움이 어떻게 해결되느냐가 전기차 정책의 성공을 결정지을 것이다.” 

- 말씀하셨다시피 차의 완성도가 높으면 보조금이 줄어도 전기차를 사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의 기술 경쟁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

“작년부터 나오는 현대차그룹의 차 자체는 글로벌 수준으로 진입했다. 특히 제네시스(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가 수준급으로 올라섰다. (제네시스가) BMW, 벤츠 같은 브랜드보단 이미지가 떨어지지만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품질이) 좋아졌다.”

“현대차, 기술력 높지만 ‘흉기차’ 오명…정의선 체제 고민 많이 해야”

- 하지만 현대차에 ‘품질 경영’, ‘글로벌 1등 기업’ 등의 수사가 따라오면 여론은 싸늘하다. 

“실제로 애프터서비스(AS)를 비롯해 여러 문제가 있다 보니 현기차(현대기아차의 줄임말)가 아니라 ‘흉기차’(품질이 형편없어 흉기나 다름없는 차라는 뜻)라고도 불리긴 한다. 기술 개발로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문제가 생기면 환불이나 교체를 적극적으로 해줘야 한다.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여기(서비스 개선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연이은 화재 사건으로 제기된 안전성 문제도 전기차 보급 확대에 찬물을 끼얹는 이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열과 충격에 약해 내연기관차보다 화재에 치명적이다. 완성차 업계가 올해 전기차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믿고 탈 수 있나’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남는 이유다. 

“전기차 문제 100% 해결 불가…NCA·NCMA·LFP 배터리가 대안”

- 보조금이나 기업 이미지보다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은 아마 안전성 문제일 것이다.

“전기차에 안전성과 내구성 문제가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자동차가) 침수된 도로를 지나가다 배터리에 문제가 생기면 아무리 안전조치를 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배터리로 인한 화재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아직 고민으로 남아있다. (전기차의 보급이 확대되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 해결 방안이 있나. 

“어쩔 수 없다. 전기차의 어떤 문제를 최소화해줄 순 있어도 100% 해결할 순 없다. 그래도 예전보다 문제의 심각성은 줄었다.”

- 예전보다 전기차의 위험성이 줄었다면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업계에선 어떤 노력을 했나.

“리튬이온 배터리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처럼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제품을 많이 쓰고 있다.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알루미늄을 더한 NCMA 배터리도 상대적으로 열에 강하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2024년부터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전기차 전용 뼈대) 생산 차량에 적용될 예정이다. 한물간 기술로 여겨졌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도 값이 싸고 폭발 위험성이 낮아서 일부 회사에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인 BMS(배터리관리시스템)도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장치다. 배터리의 전압과 전류, 온도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내수 독주 폐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

- 지난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친환경차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내연기관차의 연비와 배출가스 기준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런 정책 기조가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으로의 침투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시나. 

“미국의 친환경 정책보다 눈 여겨 봐야할 점은 미중 무역 갈등이 더 심화됐다는 사실이다. 이럴 때 자동차 업체에서 한 나라만 택했다간 자칫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또 하나는 여전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정책이다. 특히 아메리카 퍼스트로 인해 현지에서 생산된 전기차와 관련 부품(ex. 배터리)을 장착하는 경우에만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에서 생산 설비를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에서 만든 전기차를 미국으로 수출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최근에 현대차는 전기차를 현지에서 생산하기 위해 앨래배마주에 공장을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는 각각 미국 자동차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와 합작사를 만들었다.” 

이처럼 시대의 흐름이 전기차로 바뀌고 있지만 마이너 3사는 미래에 대한 대비는커녕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실제로 3사는 올해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후 23년만에 가장 적은 생산·판매량을 기록했다. 자금 사정 악화, 투자 위축 등의 문제를 반복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 현대차·기아의 독주는 더 심해졌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가 많은 유럽에서도 가장 시장 점유율이 높은 기업인 폴크스바겐의 비중이 20%대에 그치는 것과 대비된다.

- 1998년에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면서 생긴 내수 독점 구조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차 산업에 어떤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 

“마이너 3사의 부진으로 현대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88.5%(올해 3월 기준)까지 올라간 것으로 안다. 독점의 피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나라 차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경쟁이 없으면 (경쟁력이) 입증이 안 되고, 그러면 외국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는 독식으로 비판받지만 조직 문화 개선에 관한 노력을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9년 3월 시행된 복장 자율화다. 이전까지 재계에서 ‘상명하복’의 수직적 의사전달 구조와 제왕적 오너 체제의 상징으로 통했던 사실을 생각하면 ‘조직문화 대수술’까진 아니어도 소수술급은 된다.

- 현대차의 작년 이직률(4.4%, 지난해 국내 기준)이 오른 이유로 급여와 조직 문화에 불만을 가진 젊은 세대의 이직이 꼽힌다. 한국 회사(법인)의 평균 이직률(19.8%)보다는 훨씬 낮지만 조직 문화에 어떤 문제가 있길래.

“현대차그룹엔 아직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의 경직된 군대 문화가 남아있다. 군대 문화 아래에선 (윗선으로 인한) 실패가 있어도 (윗선을) 검증하기가 어려워 아래로 책임을 미룰 가능성이 높다. 굉장히 위험한 문화다.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도 경직된 조직 문화 속에서 두려움을 느낀 책임자들이 문제를 정당화하기에 급급해하다가 벌어진 일 아닌가. 그래도 현대차는 외국인 임원들을 수혈하고 직급제를 간소화하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긴 하다.”

- 변화하는 것은 좋은데 핵심적인 변화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아직도 군대 문화하면 현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 듯한데 현대차의 조직 문화가 언제쯤 바뀔 수 있을까. 

“5~6년은 걸릴 것이다. 저를 비롯해 (현대차 측에 관련) 주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 지난해에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태국이 우리나라의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를 없애면서 일본의 텃밭이었던 이 지역을 공략하려는 현대차에 활로를 열어주게 됐다. ‘해외 탈출’에 따라 ‘공동화’ 현상에 대한 우려도 더 심해졌는데.

“비용을 절감한다는 측면에선 좋은 현상이지만 국내에선 일자리가 줄어드니 딜레마다. 현대차가 왜 LG와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만들겠나. 전기차 배터리의 원자재를 조달하기 쉬워서 그렇다. 공장이 들어서는 인도네시아의 카라왕 지역은 니켈(N)의 채굴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이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다. 저렴한 인건비도 동남아로 가는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국내에선 어떻게 해야 하느냐.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제네시스같은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의 생산 라인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생길 일자리보다 없어질 일자리가 더 많아질 테니 재직자들의 직무 전환을 포함해 산업계의 노동 전환에 대한 대비를 빨리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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