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경제, 아직 허상에 불과…지금은 전기차에 집중해야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무공해차의 미래가 더욱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이산
화탄소 저감 등 지구의 미래를 위한 노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 

기존 내연 기관차는 환경 오염에서 가장 많은 책임을 차지하고 있다. 혹자는 내연 기관차가 환경 오염에서 책임져야 할 비율이 20%를 넘는다고 언급하기도 한다. 

이에 요즘 들어 무공해차인 전기차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전기차는 최근 주행거리가 늘고 있고 가장 큰 고민거리인 충전 인프라도 급속충전기의 발전에 따라 예전보다 개선됐다. 아직 내연기관차보다 가격이 비싸고 전용 배터리가 화재와 감전에 취약한데다 급발진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기술의 발전으로 점점 해소될 것이다. 전기차와 더불어 수소차도 무공해차로 주목받고 있다. 산소와 수소를 원료로 공해 물질 없이 물만 배출하기 때문이다. 원료 공급에 관한 돌발 상황에도 유연한 대처가 가능해 일각에선 궁극의 차라고 부르기도 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비싼 가격에 부족한 인프라…수소 생산량 늘려야 
하지만 수소차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우선 가격이 내연기관차보다 약 3배, 전기차보다 1.5~2배 더 비싸다. 이에 정부는 수소차 1대당 최대 360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수소차의 유일한 에너지 공급원인 수소 충전소를 건립하기 위해 충전소 1곳당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이고 있기도 하다. 수소를 추출하기 위한 천연가스 정체 장치까지 설치하면 비용은 더 올라간다. 

관련 시설에 대한 님비(Not In My BackYard·내 뒷마당은 안 된다)현상도 문제다. 이에 지난 4월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기준으로 전국에 설치된 수소 충전소는 69개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의 경우 충전소가 단 4개뿐이어서 애로사항이 많다. 

그럼에도 수소차의 판매대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현대차에 따르면 자사의 수소차인 넥쏘는 국내에 출시한 지 2년 7개월 만에 누적 판매 1만 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하반기에는 누적 판매량이 2만 대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늘어나는 판매대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충전소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수소의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현재는 부생수소(철강·석유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나오는 수소)를 수소차에 주로 이용하는데, 문제는 양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소 ‘에너지원’ 아닌 ‘운반체’에 불과하단 지적 나와 
이에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인 수전해를 활용하면 대용량의 수소를 합리적인 비용에 양산할 수 있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도 배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치 않고, 아직까지 생산 단가가 높아 업계에선 이 방법이 제대로 고안되기 위해서는 20여 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열분해 방식도 있지만 우리나라 정부가 최근 탈원전을 표명한 만큼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전기에너지로 수소를 뽑아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잘못하면 자칫 소모되는 전기에너지가 더 큰 만큼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이에 그냥 전기차에 충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느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수소가 에너지원이 아닌 에너지 운반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소는 에너지를 다원화하고 수소탱크를 이용해 저장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으나, 아직 수소차 상용화를 위한 근본 기술이 마련돼 있지 않다.

낮은 시장 성장 가능성에 양산형 수소차 브랜드 3개에 불과

이처럼 수소차엔 수소의 생산, 이동 및 저장 등 여러 문제가 난제로 남아있다. 이에 양산형 수소차의 브랜드 수는 아직까지 적은 상황이다. 현재는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모델인 ‘넥쏘 2세대’와 토요타 ‘2세대 미라이’, 혼다 ‘클래리티’ 단 3종뿐이다. 특히 혼다는 급감한 판매량과 수소 시장의 낮은 성장 가능성에 관련 모델을 최근 시장에서 철수했다. 

수소차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아직 낮은 만큼 무공해차의 현재는 수소차가 아닌 전기차에 있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이 수소차를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안 만드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에 최근에는 수소차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주변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수소 경제는 아직 허상이고 당장은 전기차가 대세라는 사실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수소차, 장거리 운행·건설기계용 차량 및 UAM에 적합
그렇다고 해서 수소차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은 아니다. 대세인 전기차와 경쟁 관계가 아닌 상생 관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소차는 전기차와 생산 방법만 다를 뿐, 전기차 위에 수소 연료전지를 추가로 얹은 것이다 보니 부품 공유율이 약 70%에 이른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역할에 있어서도 서로 경쟁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인 관계다. 전기차는 중·단거리 무공해, 수소차는 버스나 트럭 등 장거리 운행용으로 활용 가치가 높다. 이 같은 전기차와 수소차의 역할 분담은 현재 내연기관차가 가솔린차와 디젤차로 나뉘어 있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수소차는 건설기계용 차량으로도 기대를 받고 있다. 아직까지는 건설기계용 중장비의 연료를 디젤엔진에서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실정이나, 미래에는 수소 시스템이 이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중에 뜨기 위해 기체의 무게가 중요한 모빌리티인 도심항공기(UAM)의 경우에도 수소 시스템이 전기차 배터리보다 가벼워 더 적합하다. 앞으로 수소 트램과 수소 기차의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수소 분야 투자 늘어나고 있지만 무리한 투자 경계해야
이에 최근 국내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은 수소 분야에 대한 투자에 나섰다. 이를 통해 액화 수소 생산, 수소 저장 방법 개발, 미래형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 수소 시스템을 위한 원천 기술 개발 등이 줄을 잇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각종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으로 수소차에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수소차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은 전기차가 무공해차의 답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기적으로만 보면, 전기차는 충전소를 만드는 데 큰 돈이 안 들지만 수소차는 충전소를 만드는 데 돈이 많이 든다. 또 수소차는 아직 충전소에 대한 불안감이 소비자들 사이에 남아 있어서 전기차 인프라가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인프라가 아직 부족해 중장기 전략이 필요한 수소차와 달리 전기차 시장에선 당장 먹을 수 있는 파이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2월 미국 전기차 시장 전망을 상향 조정하며 같은 해 30만 대에서 2025년 240만 대, 2030년 480만 대, 2035년 800만 대 등 연평균 25% 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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