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하루 50만번 측정도 가능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영화 <승리호> 선원과 같은 ‘우주 청소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의 시장 조사 기관인 마켓워치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주 쓰레기 제거 산업은 2024년 6억1047만달러(6831억원) 규모에 이르며 중요한 틈새시장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민간 우주탐사 기업인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9’ 등 재활용 발사체가 산업계에서 인정받으며 위성의 수도 많아졌다. 최근 위성 데이터베이스 전문 조사기관인 UCS는 지구의 주위를 공전하는 활성화된 인공 위성이 지난해 기준으로 2787개라고 밝혔다. 

이로 인한 우주 쓰레기의 규모는 2019년 유럽 우주국(ESA)의 조사에서 3만4000개가량(지름 3cm 이상 물체 기준)으로 집계됐다. 로켓의 잔해와 수명이 다한 위성, 발사체에서 빠진 나사 등 온갖 인공 물체가 여기에 해당한다. 지구 밖 500㎞까지만 올라가도 중력이 급감해 쓰레기가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둥둥 떠다닌다.

이런 쓰레기 조각은 우주선과 인공위성 등에 문제를 야기한다. 영화 <그래비티>에서처럼 비행사의 생명을 위협해 우주 탐사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죽느냐 청소하느냐’의 문제에서 여러 국가와 기업이 관련 시장에 뛰어든 이유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우주 쓰레기 관측∙추적 기업인 레오랩스(LeoLabs)도 그 중 하나다. 단 세퍼를리(Dan Ceperly) 레오랩스 최고경영자(CEO)는 11일 ‘아마존웹서비스(AWS) 서밋’에서 AWS의 클라우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우주 쓰레기 충돌 방지 서비스를 소개했다. 

그는 회사의 핵심 기술은 24시간 위성과 파편을 추적하는 위상 배열(AESA) 레이더라고 설명했다. 해당 장비는 잠자리의 눈과 같은 여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됐다. 부품 하나하나는 작은 레이더의 역할을 한다. 동시에 여러 개의 우주 쓰레기를 실시간으로 식별할 수 있다.

편리성과 효율성도 AESA 레이더의 장점이다. 그는 “이 레이더를 사용하는 이유는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레이더를 움직일 필요도 없기 때문”이라며 “시간당 수천 개의 위성과 파편을 추적한다”고 말했다. 

레오랩스는 현재 남반구(뉴질랜드) 최초의 추적 장비인 ‘키위’ 등 3개의 레이더를 갖고 있다. 해당 장비들이 위성과 우주 쓰레기를 측정하는 횟수는 하루에 50만 번이 넘는다. 

향후 우주 쓰레기의 이동 경로를 예상해 충돌 가능성을 막기도 한다. 그는 “최대 7일 간 위성과 파편이 이동하는 궤도의 추정치를 예측해 하루에 1만3000번에 걸쳐 관련 정보를 업데이트했다”며 “이를 통해 우주 쓰레기와 충돌할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80만개 넘게 생성했다”고 전했다. 내년 초까지 코스타리카에 건설 중인 시설을 포함해 총 6개의 레이더를 보유하게 될 예정이다. 

다만 기술적인 한계는 있다. 위성을 움직이지 못해 폐위성이나 로켓 본체 파편 간의 잠재적 충돌을 막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만 위성을 이동시킬 때 해당 발사체를 스크리닝하고 고객을 위한 해결책을 도출할 수는 있다. 

레이저로 우주 쓰레기를 감지하는 데서 더 나아가 태우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도 있다. 일본의 위성 통신회사인 ‘스카이 퍼펙트 JSAT’는 지난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내년 설계 완성을 목표로 쓰레기에 레이저를 쏴 대기권에서 태우는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우주 쓰레기는 대기권에 진입하면 공기와의 마찰로 타서 없어진다. 잔해가 있어도 거의 바다에 추락한다.

JSAT가 우주 쓰레기 청소에 레이저를 사용하려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실제로 레이저를 이용하면 쓰레기를 옮길 때 연료가 필요하지 않다. JSAT는 일본의 대표적인 과학단체인 이화학연구소 등 여러 기관 및 대학교와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국내에선 한화시스템이 40여년의 레이저 응용분야 개발 경험을 토대로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섰다. 레이저가 쓰레기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 움직이는 물체를 추적하고 궤도를 예측한다. 

정부도 최근 우주 물체 추락 등 위험 대비, 사전 감시 등에 130억원을 투입(국방부 예산 제외)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UN외기권위원회, 우주잔해물조정위원회 등 관련 다자간 협의체에 참여할 계획이다. 그러나 우주 이용에 대한 합의는 다른 분야보다 진행이 늦어 해결책을 찾기까진 긴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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