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소재 최신분석 세미나’ 개최

[테크월드=김경한 기자] 디젤게이트와 글로벌 환경규제를 계기로 전기차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비싼 가격 탓에 전기차는 보조금 없이는 내연기관차와 경쟁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전기차로도 돈을 버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산업교육연구소는 ‘2020년 전기차/충전·재사용 배터리 신사업 전략과 배터리(소재) 최신분석 세미나’를 개최하고 전기차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전망과 핵심소재의 개발동향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세미나는 코로나19 여파로 앞뒤양옆을 한 칸씩 띄우고 자리가 배치된 후 진행됐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차 사라질 것"

한국투자증권 김진우 연구위원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망’을 주제로 디젤게이트부터 시작된 배기가스 규제가 더욱 엄격해지며 막대한 벌금을 피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김진우 연구위원

김진우 연구위원은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이후 친환경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으며, 디젤 엔진의 정화장치 비용 부담도 상승해 자동차 업체가 디젤차 투자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화된 배기가스 측정방법에 따라 각국 환경당국은 실주행과 가까운 조건에서 배기가스를 측정(WLTP)하고, 실제 도로 배출량(RDE) 기준으로도 측정하고 있으며, 이는 20년부터 기준치를 1.5배로 강화한 것이다. 

디젤게이트 이후 또다른 내연기관차인 가솔린차의 비중이 상승하고 있으나, 최근 가솔린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면서 친환경차 확대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규제에 맞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게 쉽지 않은 점도 이유 중 하나다. 202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은 95g인데, 일반적인 SUV는 150g, 국내 한 세단차는 120에 이른다. 이에 비해 전기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0g이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2020년 이후에는 보조금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크게 줄일 계획을 가짐에 따라,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격차를 얼마나 해소하냐가 관건으로 자리잡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의 개수가 크게 줄어든다. 따라서 모터, 배터리, 공조부품이 원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는 이 3대 부품의 원가를 줄이려 노력 중이다.

모터는 인버터와 컨버터를 묶어서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 개발하는 추세다. 배터리는 셀 단위로는 아웃소싱, 패키징과 BMS는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 조달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공조부품은 엔진이 없어지면서 냉난방의 중요성이 상승해 여전히 아웃소싱에 주력하고 있다. 

전기차의 원가절감에는 전용 플랫폼의 등장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위원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플랫폼을 출시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다”며,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규모의 경제가 더욱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플랫폼 공유로 차종간의 호환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부품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는 “전기차 판매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규모의 경제 효과가 증가해 배터리, 구동부품, 공조부품 등 3대 부품의 가격도 하락해 결국에는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차이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전기차로 합종연횡하는 완성차 업체의 움직임도 주목할만하다. 전기차 업체는 플랫폼을 주도적으로 개발한 업체와 원친 기술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업체들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후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하고, 후자는 전자를 통해 개발비 등 비용을 절감하고자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GM과 혼다, 포드와 폭스바겐,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FCA)와 푸조시트로엥(PSA)이 연합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연합은 결국 전기차로 돈을 벌려는 전략이며, 향후 전기차로 돈을 벌 수 있는지의 여부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 함께 높이는 양극재 개발 관건

부경대학교 오필건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의 양극 소재의 기술개발 동향과 주요 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부경대학교 오필건 교수

전기차는 가격 측면에서 배터리의 비중이 50%를 차지하며, 배터리 소재의 가격 측면에서 양극 소재의 비중은 40%에 이른다. 따라서 전기차 배터리의 원가 절감은 양극 소재의 가격을 얼마나 낮추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필건 교수는 “양극 소재의 공통적인 특징은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이 서로 반비례한다. 즉,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진들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양극 소재를 개발하는 동시에, 이를 안정화시키는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 교수는 “기존에는 불안정한 소재를 안정한 소재로 치환하는 심플도핑 연구가 많이 진행됐으나, 최근에는 새로운 전기화학적인 기능을 추가하면서 도핑을 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기존의 도핑 연구가 획일화된 방법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실제로 소재가 어떤 자리에 들어갔는지 살펴보기 어려웠다. 따라서 앞으로 도핑 연구에 있어서는 방법론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필건 교수는 양극 소재의 재활용(리사이클링)이 중요함도 강조했다. 오 교수는 “양극 소재는 가격이 비싸고 매장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리튬이온배터리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양극 소재를 얼마나 재활용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 배터리 연구의 중요한 이슈로 작용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분리막의 가격절감과 안전성 요구 증가할 것”

한양대학교 김동원 교수는 최근 분리막의 연구 동향에 대해 소개했다. 분리막은 기공을 통해 리튬 이온이 활발히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하며, 음극과 양극의 물리적 접촉을 방지해 전기적 단락을 방지하는 부품이다. 

2019년 기준, 분리막 시장은 아사히 카세이(Asahi Kasei), 상하이 에너지, SK이노베이션, 센젠 시니어(Shenzhen Senior), 폴리포어(Polypore)가 글로벌 시장의 64%를 점유하고 있다. 국가별 생산량은 중국이 42.9%, 일본이 40.7%, 한국이 16.4%를 차지하고 있다. 

김동원 교수는 “이런 시장흐름 속에서 향후 분리막은 중대형 리튬이온배터리용이 소형 리튬이온배터리용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반영해 전지의 대용량과 안전성 강화에 따른 고안전성 분리막 적용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고온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폴리올레핀계 분리막 위에 열적, 기계적 특성이 우수한 세라믹 재료와 내열성 고분자를 코팅해 전지의 내부단락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안정성 강화기술을 적용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김 교수는 “분리막은 이차전지의 안전성과 직결되는 부품이므로,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분리막의 가격절감과 안전성에 대한 요구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량으로 각광받는 실리콘계 음극소재

건국대학교 최원창 교수는 음극 소재의 연구개발 동향에 대해 소개했다. 

배터리 음극 소재로는 탄소계 소재, 산화물 소재, 합금반응기반 소재 등이 연구되고 있다. 탄소계 소재는 다시 흑연과 비정질 탄소로 나뉜다. 흑연에는 천연흑연과 인조흑연이 있다. 최원창 교수는 “그동안 천연흑연에서 인조흑연으로 대체되는 추세였으나, 천연흑연은 비싸긴 하지만 에너지 용량을 더 많이 얻을 수 있어 최근엔 다시 천연흑연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건국대학교 최원창 교수

비정질 탄소(Amorphous Carbon)에는 소프트 카본과 하드 카본이 있다. 소프트 카본은 고온에서의 열처리로 흑연화가 진행되기 쉬운 카본 재료이며, 하드 카본은 고온에서 열처리를 해도 흑연화가 어려운 카본 재료다. 이중 하드 카본은 물리적으로 결정성이 떨어지지만 층간거리가 넓어서 전자 이동이 빠르다. 따라서 낮은 에너지밀도로 인해 효율과 전압이 불리하지만 장수명과 고출력 음극 소재(HEV용)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산화물 소재는 양극 소재에 많이 쓰이고 있다. 최근 음극 소재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많이 활용되진 않고 있다. 한 예로, 산화물 소재의 하나인 Li4Ti5O12는 작동범위가 1.5V이기 때문에 에너지 밀도가 낮아 실제로 많이 쓰이진 않는다. 이는 음극의 전압이 낮아야 양극과의 전압차가 커져서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는데, Li4Ti5O12는 음극의 전압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합금반응기반 소재는 실리콘(Si)과 실리콘 산화물계(SiOx)를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음극소재로 많이 쓰이는 흑연의 에너지 용량은 370mAh인 반면, 실리콘의 에너지 용량은 4000mAh에 가깝다. 하지만 실리콘은 부피팽창 문제와 잘 깨지는 단점이 있다. 최 교수는 “실리콘의 부피가 팽창하다 보면 떨어져 나가서 1차적으로 용량이 줄어들며, 깨져나간 실리콘이 전해질과 반응해서 또다시 용량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거듭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실리콘이 부피팽창 안 되도록 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실리콘 산화물계 소재는 실리콘의 부피팽창을 막을 수 있는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이 소재는 Si 대비 우수한 수명 특성을 구현할 수 있고 소재 수용 측면이 뛰어나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충전 후 방전되는 과정에서 에너지 용량을 잃어버리는 ‘비가역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실리콘 산화물계 소재의 기술적 과제로는 대량생산이 어렵고 상대적으로 초기효율이 낮은 점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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