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성, 모두를 포용하는 기술을 위한 노력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현재 세계 인구는 약 70억 명, 이 중 신체적 장애를 지닌 사람의 수는 7분의 1인 약 10억 명에 달한다. 생각보다 많은 숫자다. 하지만 이들에겐 우리가 아주 쉽고 당연하게 쓰고 있는 서비스의 이용도 큰 장벽처럼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그 서비스들이 ‘접근성(Accessibility)’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접근성이란 말 그대로 모든 사람이 평등한 조건에서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디바이스와 서비스, 환경을 설계하는 것을 뜻한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을 위해 차체를 낮게 만든 저상버스, 시각 장애인을 위해 신호 안내기가 설치된 횡단보도,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 방송 서비스 등이 좋은 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접근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높아지면서 이를 서비스 개발과 개선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기업들의 수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그중 구글은 접근성을 특히 중시하는 기업이다. 모든 개발팀에 매년 접근성에 대해 달성해야 하는 목표치가 정해져 있을 정도다. 구글은 또 안드로이드와 구글 플레이를 이용하는 파트너 기업과 개발자들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때도 접근성을 장려할 수 있도록 접근성 가이드라인과 테스트 방법을 제공하며, ▲라이브 트랜스크라이브(Live Transcribe), ▲사운드 앰플리파이어(Sound Amplifier) 같은 접근성 관련 앱을 구글 플레이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또한 매년 접근성 측면에서 큰 진전을 보인 앱들을 수상하는 리워드를 개최하기도 하다. 안드로이드란 거대 플랫폼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파트너들이 최대한 접근성 문제에 주목하고 손쉽게 개발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구글의 이런 노력은 실제 어떤 성과를 낳고 있을까?

한국 구글플레이가 12월 11일 청담동 드레스가든에서 주최한 ‘개발자와의 대화-접근성’ 간담회에는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용훈 상무, T맵을 서비스하는 SKT의 서종원 매니저가 참석해 각자의 앱 서비스를 개발할 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벌여온 노력과 결과, 그리고 느낀 점 등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엇이 불편한지 직접 보고, 개발에 적용하면 맥락이 보인다

김용훈 상무는 “우아한형제들은 사업 초기부터 접근성에 관심을 두고 있었지만 초기 성장 단계에서는 일손이 부족해 이를 미처 충족하지 못했다. 그러던 2014년, 어떤 시각장애인이 배달의민족 앱 후기에 앱을 이용하기 너무 불편하다고 남긴 평가를 본 것이 본격적인 접근성 개선에 나서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접근성 개선을 위해 구글이 제공하는 접근성 가이드라인과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구글의 외부 컨설팅은 물론, 내부적으로는 저시력·전맹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체험 간담회를 진행하며 이들이 사용을 어려워하는 점들을 직접 확인해 개발에 반영하기도 한다.

김용훈 우아한형제들 상무

김 상무는 “내·외부 협력을 통해 접근성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기능의 개선뿐만이 아닌, 접근성 개발에 필요한 ‘맥락’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령, 회원가입을 진행할 때 가입 동의를 뜻하는 체크박스마저 제대로 인지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겐 단순히 대체 텍스트를 통해 그것이 체크박스임을 설명하는 것 외에도, ‘체크박스를 눌렀을 때 약관에 동의하는 것임’을 설명하는 것이 어떤 차이를 갖게 되는지 깨달았다는 것이다.

또한 “접근성 개선 작업에 나선 이후 각종 커뮤니티에서 배달의민족 앱 접근성을 높게 평가하기 시작하는 분위기들을 확인할 수 있었고, 특히 일전에 앱이 불편하다고 리뷰를 남겨주셨던 분께서 ‘앱이 많이 편리해졌다’며 다시 리뷰를 남겨준 일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우리는 나아가 이것이 곧 우아한형제들과 배달의민족이란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제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더 많은 사람이 신체적 장애를 넘어 편리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고민하고 나아가는 것이 배달의민족의 다음 미션”이라고 덧붙였다.

 

손이 자유롭지 않을 땐, 음성이 손처럼 자유로워야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T맵의 경우 특히 음성 접근성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서종원 T맵 서비스 매니저는 “음성인식은 평소엔 보조 도구에 불과하지만 손이 자유롭지 않은 운전 중에는 필수적인 인터페이스가 된다. 따라서 가급적 정확한 음성인식과 음성제어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T맵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핵심 과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음성인식은 지역별로 다양한 사투리와 개인적인 발음의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에 머신러닝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명령을 하는지 지속적으로 학습할 필요가 있는 기술이다. 2016년부터 음성인식 기술을 도입해온 T맵의 현재 음성 인식률은 약 95%에 달한다.

서종원 SKT T맵 서비스 매니저

올해 4월에는 우아한형제들과 마찬가지로 구글의 접근성 컨설팅을 통해 시각적인 측면에서도 개선을 이뤘으며, 정기적인 고객 조사와 함께 접근성에 대한 고객 문의는 1:1 대응을 통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서 매니저는 “지금은 사람들이 운전을 할 때 어떤 음성 명령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되는지 잘 모른다. 그것을 일일이 다 설명하기 보다는 차라리 운전에 필요한 전반적인 음성 서비스를 다 구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며, “나아가 운전자가 ‘졸리다’고 말하면 잠을 깨워주는 기능처럼 음성을 통해 앱과 사용자가 보다 편리하고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T맵의 월간 사용자 수는 1250만 명이며, 약 절반 수준인 600만 명 이상이 음성제어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

 

비용이 아닌 가치를 보라

접근성 개발을 준비하는 다른 개발사들에게 이날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당부한 내용은 “ROI(투자 대비 수익률)를 따지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가치가 아닌 비용을 따지면 아무도 앱 접근성을 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또 접근성 개선 과정 중에는 디자인적으로 포기해야 하는 부분들이 반드시 생기며, 이것이 내부 디자이너들과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한쪽의 편만 들기보다 접근성과 전체 디자인 면에서의 손해 등을 충분히 조율해가며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담을 마치며 서종원 매니저는 “접근성 그 자체가 사회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어 목표를 둘 명분이 충분한 일이란 생각을 개발사들이 가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김용훈 상무는 “접근성이 우리에겐 좋고 나쁨의 문제일 뿐이지만 장애인들에겐 ‘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란 점을 기억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이 접근성 개선에 동참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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