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셔는 히든 챔피언··” TSN에 대비한 기술 선점에 집중할 시기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인더스트리 4.0에 관해 이야기할 때 ‘연결(Connectivity)’은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여기서 말하는 연결이란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디바이스와 시스템들이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연결되고 데이터를 공유하게 되며,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약적인 생산성 개선을 이루려는 일련의 노력과 변화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최근 자동화 산업에서는 로우 레벨의 OT 인프라와 외부 IT 시스템을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시도가 다수 이어지고 있다. 또 독자적인 OT 네트워크를 운영하던 기존 기업들도 새로운 네트워크 확장과 속도 향상에 관심을 드러내는 등, 오랫동안 보수적으로 움직이던 산업계에 보기 드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도 기업 혁신에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산업용 네트워크 전문기업의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긴 시간 자신들만의 영역에 집중하며 경쟁력을 길러왔고, 연결성이 강조된 최신 산업 트렌드에 따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만나본 독일의 ‘힐셔(Hilscher)’도 마찬가지다. 

올라프 크랏지(Olaf Kratge) 힐셔 부사장

지난 수십 년 동안 산업용 네트워크 기술 개발과 서비스에 매진해온 힐셔는 독자적인 제품 특징과 미래 트렌드에 대한 빠른 대응을 바탕으로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성장해온 기업이다.

최근에는 TSN을 비롯한 차세대 산업용 네트워크 기술 개발과, 기존 포트폴리오를 활용한 시장 점유율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새로운 산업 격변기에 놓인 힐셔가 주목하고 있는 영역과 미래 비전은 무엇인지 한국을 찾은 올라프 크랏지(Olaf Kratge) 힐셔 해외영업 담당 부사장을 직접 만나 들어봤다.

 

인터뷰에 앞서 독자들에게 힐셔란 기업과 힐셔가 이룬 성과 등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힐셔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1986년에 설립돼 현재 한국, 일본, 중국, 스위스, 이태리, 미국 등 8곳에 지사를 두고 운영 중인 산업용 네트워크 전문 기업이다. 특히 산업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대한 개발과 제품 생산을 오랫동안 해왔으며, 칩 단위 기술과 임베디드, PC카드를 비롯한 여러 자동화 제품 영역에서도 강점을 지니고 있다.

힐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과 같은 기업이라고 소개할 수 있다. 현재 힐셔가 생산하는 40% 이상의 제품이 슈나이더나 GE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이름을 통해 OEM으로 판매되고 있다. 또 이들은 모두 독자적인 코어(Core) 기술을 지닌 기업들이지만, 산업용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관련해서 만큼은 모두 힐셔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참고로 산업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란 EtherNet/IP라든가, DeviceNet과 같은 전문 산업용 프로토콜을 다루는 기술을 뜻한다. 

힐셔 로고

지금까지 힐셔가 전면에 내세운 제품군 중에는 특히 전체 라인업의 코어(Core) 역할을 해온 ‘netX’ ASIC의 존재감이 컸다. 사실 netX는 각기 다른 기기들이 하나의 칩으로 호환되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제품이다. 반면, 높은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단점도 있으리라 생각해왔는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

netX는 완전한 유연성을 보장하는 플랫폼이다. 하나의 칩으로 다양한 산업 기기를 통합해서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장점이다. 따라서 사실 netX 생태계에 아직까지 어떤 단점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만약 어떤 기업이 단 하나의 프로토콜, 예를 들어 EtherCAT과 같은 단일 네트워크만 사용한다고 하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다소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최신 글로벌 시장 트렌드는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여러 국가와 시장에서 사용되는 주요 프로토콜이나 핵심 기술 트렌드가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netX 기반의 힐셔 제품 포트폴리오

그런 측면에서 보면 netX 기반의 통합 지원 전략은 오히려 기업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마다 각 시장 특성에 맞춰 제품을 일일이 새로 디자인하지 않고도 동일한 하드웨어를 유지하며 소프트웨어만 변경하며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등 모든 부분에서 매력적인 플랫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따라서 힐셔의 이런 차별화 전략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다. 다만 현재 수준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해서 새로운 버전의 제품을 출시하고 업데이트하면서 최신 트렌드에 뒤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 OT와 IT 사이 네트워크 융합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힐셔는 이점에 대해 어떤 관점을 지니고 있는가? 또, 그와 관련된 제품이 있는가?

우선 IT와 OT는 프로토콜 부분에서의 접근법부터 다르다. 또 표준 이더넷을 활용하는 IT 영역과 달리 OT 영역은 PROFINET, EtherNet/IP 같은 전용 이더넷 기술을 사용하며 상호운용성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 있기 때문에 IT와 OT를 접목하기에 앞서, 먼저 OT 시스템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와 관련해 힐셔의 오랜 노하우를 담아 만든 제품으로는 얼마 전 공개한 ‘netFIELD’ 플랫폼이 있다. netFIELD는 IP67 기반으로 산업용 커뮤니케이션 기술, 기기 연결성, 클라우드로의 확장, 앞으로 개발될 차세대 제품들의 기반이 될 것이며, 여러 OEM 디바이스에도 관련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그 안에는 향후 TSN을 포함한 PROFINET, EtherCAT, OPC-UA, MQTT 등이 내재될 것이고, 그 후에는 IO Link 무선 기술까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TSN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아직 널리 알려진 기술은 아닌데, 산업용 네트워크 영역에서 TSN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힐셔는 지난 2년 동안 여러 간담회와 유저그룹 등을 통해 TSN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TSN이야말로 차기 산업 커뮤니케이션 영역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TSN의 기본적인 방향성은 분리돼 있던 네트워크 시스템이 모두 TSN으로 통합되는 것이며, 나아가 기가비트(Gigabit) 속도의 보다 빠른 네트워크를 구현함으로써 기업의 생산과 운영 효율이 한층 개선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아직은 TSN을 온전히 구현할 수 있는 기기가 없고, 표준화 역시 진행 단계에 있기 때문에 TSN 관련 제품들의 구체적인 상용화 시기를 단언하긴 어렵다. 힐셔는 이를 가속하기 위해 TSN 표준 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과 TSN이 구현되는 하드웨어 개발 등에 대해 노력하고 있으며, 힐셔의 netX 제품군 등에는 이미 TSN이 구현 가능한 상태에 있다. 또 앞서 말한 기가비트 솔루션을 위한 하드웨어 개발도 병행하고 있는 단계다.

힐셔가 참여 중인 TSN 테스트베드

조금 이르지만, 그래도 TSN 적용과 관련해 국내외에 소개할 만한 레퍼런스가 있는가?

아쉽지만 아직 공개할 만한 제품이 있는 건 아니다. 말한 것처럼 시장 내에서도 한창 TSN과 관련된 표준이 정의되고 있는 과정이고, 구체적인 프로파일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시장 전체를 보더라도 아직 완전한 TSN을 구현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객사들은 TSN에 대한 선점적인 준비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우리도 그런 요구를 충족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TSN 관련 표준화 단체와 워킹그룹 등을 통한 테스트베드 구축에 앞장서고, 지속적인 TSN 제품 개발과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점들을 들 수 있겠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언제쯤 TSN을 구현한 기기들을 볼 수 있겠는가?

과거 전통적인 필드버스 시스템에서 리얼타임 이더넷으로 변화하던 시기에도 지금의 TSN처럼 많은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완전한 전환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결코 적지 않았다. 아마 TSN 역시 비슷하리라고 생각된다.

우선 예상하는 시기는 2021년 중반에 TSN 프로파일들이 나오고, 그해 말이나 2022년부터 관련 영역이 조금씩 확장될 것으로 보이며, 아마 그전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참고로 힐셔가 개발 중인 TSN 기술과 제품 데모에 관해서는 올해 11월 독일에서 열리는 SPS SHOW 행사에서 보다 자세히 공개하게 될 것이다.

 

힐셔가 말하는 ‘산업용 클라우드 통신’의 넥스트 키워드는 무엇인가?

사실 인더스트리 4.0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전에도 데이터 수집이나 자동화와 관련된 기술 적용은 이미 지난 몇 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던 것들이었다. 따라서 이것들을 지금에 와서 새롭게 볼 것인가라고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다. 다만 앞으로 계속 중요해질 것은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유의미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들이다.

그렇지 않고 수집된 데이터를 단순히 클라우드에 보관만 하는 것은 오히려 자칫 더 많은 비용만 발생시키거나, ROI(투자 대비 수익률)를 감소시키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은 수집된 데이터로 예측 정비를 하는 등의 활용 모델이 필요하다.

 

정리하자면 지금은 미래 시장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준비를 거치는 과정이며, 본격적인 결과물들은 내년 이후를 기대하면 될 것이란 이야기 같다. 추가로 더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힐셔의 기본 전략과 장점은 공급 독립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작한다. 힐셔는 외부에 의존하기보다 자체 기술과 제품을 사용을 우선하고 있으며, 가족경영 기업이기 때문에 외부 간섭에 더욱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다.

곧 경영을 승계할 창립자의 아들도 기술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 앞으로도 기술 중심회사란 힐셔의 오랜 정체성을 잘 지켜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힐셔가 산업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보여줄 성과들에 대해 많은 기대와 관심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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