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우주과학 ①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사람은 28,968km/h 속도를 버텨낼 수 있을까?

 

우주왕복선의 경우 이륙 시 속도는 0km/h에서 28,968km/h로 순식간에 가속된다. 이는 라이플 총알의 평균 속도보다 9배나 빠른 속도다. 이 속에서 우주인은 이륙의 가속도를 온 몸으로 버텨내야 한다. 아무런 장치 없이 순전히 인간의 신체만으로 이런 압력을 견뎌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극한의 고통을 요구한다. 나사는 이런 우주 비행사들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신소재 개발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우주의 신소재는 이제 땅 위의 매트리스가 됐다.

사진 1. 매트리스

 

우주선 이착륙 장치에서 침대가 되기까지

1966년 NASA는 외부 압력에 의한 충격을 흡수해 우주비행에서 우주인의 척추 및 관절을 보호하고 편안함을 높이기 위해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에 참여했던 엔지니어 찰스 요스트(Charles Yost)가 상용화 시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이 신소재를 ‘템퍼 폼(temper foam)’이라고 명명했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침구를 구매하려고 할 때 만나는 메모리폼(memory foam)의 시초이다.
메모리폼은 상용화 되면서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사이 댈러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라는 미식축구 팀의 헬멧에 들어가는 소재로도 사용됐고, 주로 누워서 생활을 하는 환자들의 욕창을 방지하기 위한 용도, 패션 구두의 소재, 자동차 시트, 놀이공원 시트, 인공신체기관 부품,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 중 침대 메모리폼 매트리스는 전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제품이다.

 

온 몸을 감싸는 점탄성 메모리폼
기본적으로 침대의 매트리스는 주로 수백 개의 코일 스프링으로 내부가 구성된다. 이 매트리스는 사용자가 딱딱하게 느낄 수 있고, 몸의 굴곡에 따라 신체 부분 별로 받는 압력이 차이가 난다. 좀 더 편안하게 구성하기 위해서는 코일 스프링의 수를 늘리는 방법이 있으며, 이 개수가 많아질수록 가격이 높아진다. 조금 더 고급형의 경우 포켓스프링을 사용하기도 한다.
 

사진 2. 코일 스프링으로 구성된 매트리스의 내부

코일 스프링의 탄성을 이용해 매트리스를 만들어 왔으나 메모리폼은 구성되는 입자들이 자체적으로 탄력을 가진다. 구체적으로 ‘점탄성의(viscoelastic)’란 특성을 가지는데, 이것이 매트리스에 적용될 경우 누웠을 때 몸이 움직이는 대로 부드럽게 모양이 변형되고 몸을 떼내면 다시 원래의 모양을 유지하는 이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온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재로 체온에 최적화되어 매트리스의 온도가 유지되며, 더 높은 온도일수록 부드러워져 신체에 더 편하게 조정된다. 이러한 장점들로 메모리폼 매트리스는 몸의 굴곡에 상관없이 신체 전체에 고른 압박을 유지해 특정 부위에 무리가 가지 않아 혈액순환을 도우며, 요통과 관절염 등에 좋은 효능을 발휘한다.
템퍼(Tempur)는 현재 자사만의 메모리폼 제작 공정에 대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며 더욱 편안한 매트리스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템퍼는 이 기술로 1998년 나사로부터 기술 인증 라이선스를 부여 받은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 

 

사진 3. 자동차 시트

 

편안한 매트리스를 가능하게 한 우주 기술
산소통 하나 없이는 인간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 바로 우주다. 그런 최악의 환경을 가정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은 일견 매우 불필요해 보일 수 있다. 여기에 처음 시도되는 연구의 투자 부담감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이를 이뤄냈을 때 그 성과는 각종 산업 분야에서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것이 다소 어렵긴 해도 우리가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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