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인식 부족, 콘텐츠의 부족이 주요 원인

[테크월드=배유미 기자] 첨단 ICT 기술의 발전으로 몰입경험 시장도 청신호가 켜지는 듯 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한계점은 존재하며, ‘기대 반 걱정 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Part 2에서는 몰입경험 시장의 현황과 한계, 대안과 발전 방향 등에 대해 다뤄보겠다.

 

포켓몬 고에서 발견한 가능성, 하지만…

몰입경험이 급속하게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AR 모바일게임 ‘포켓몬 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포켓몬 고는 2016년 7월 게임 개발사 나이언틱(Niantic)이 출시한 모바일 앱 게임으로, 실제 장소에 증강현실을 이용해 포켓몬을 잡거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 스토어 인텔리전스(Sensor Tower Store Intelligence)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9년 10월 기준 포켓몬 고 누적 매출액은 약 30억 달러이며, 36.2%가 미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포켓몬 고의 성장과 함께, 관련 기술도 성장했다. 우선 VR 성능 자체가 향상됐으며, VR을 위한 기기도 등장했고,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와 통신 기술도 성장할 수 있었다. 삼성 기어 VR, HTC, 오큘러스 등 모바일과 PC를 넘나드는 VR 기기가 성행했으며, VR만을 위한 기기도 등장했다. 기기 뿐 아니라 시각적 기술도 향상했고, 시선 추적 기술 등 새로운 기술도 추가되면서 VR 시장의 앞길은 창창할 것만 같았다.

[그림 1] AR, VR 시장 등 몰입경험 시장 규모 변화 추이. 2018년에 비해 2019년에 다소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자료제공=Statista)

 

하지만 [그림 1]의 자료를 토대로, 몰입경험 시장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산업동향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9년 8월에 출시한 갤럭시 노트10에 기어 VR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구글도 지난 10월 3년 동안 개발했던 VR 플랫폼 ‘데이드림’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포켓몬 고가 이슈가 됐던 2016년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모습이다.

 

창창할 줄만 알았던 몰입경험, 현실은 ‘인식과 콘텐츠 부족’

몰입경험 시장이 분명 승승장구할 시장으로 여겨졌던 것은 확실하다. 그만큼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인 원인으로 업계에서는 크게 ▲필요성 인식의 부족 ▲콘텐츠 부족을 꼽았다.

먼저, 기업들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인식을 다수 가지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림 2]와 같이 몰입경험 관련 시장조사단체 VR 인텔리전스(VR Intelligence)의 2019년 3분기 통계에 따르면, 58.3%의 응답자가 몰입경험을 통한 이익과 선택사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해당 기술을 자신의 비즈니스에 도입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ROI가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설치 비용, 시스템이나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비즈니스를 몰입경험 기술과 통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기술은 등장했으나 이 기술이 어디에 사용될 수 있는지 아직 잘 모르는 실정이다.

[그림 2] 기업이 몰입경험 기술을 비즈니스에 통합하지 않는 이유 (자료제공=VR 인텔리전스)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VR, AR, MR 등 XR을 즐기기 위해서는 머리나 눈 등에 착용하는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MD)’를 사용하고 감상해야 한다. 우선 재차 기기를 구매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고, 착용할 때의 불편함도 있다. 또한, 3D 가상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대용량의 데이터 용량을 필요로 해, 이를 구축할 때의 부담도 고려하게 된다. 물론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무방하지만, 안타깝게도 2016년 이후에는 킬러 콘텐츠는 고사하고 관련 콘텐츠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존재하는 콘텐츠의 재생 길이도 20~30분 내외이기에,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 번의 반짝 급부상 이후 지속적인 콘텐츠 부족난을 겪으면서, 몰입경험 관련 시장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도 식었다. 이는 게임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는데, 국내 시장조사기관 DMC리포트(Digital Media&Marketing Intelligence Center)는 2018년 초, 국내 2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2018 모바일 게임 이용행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AR 게임 이용률은 1.0%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23.8%에 비해 대폭 하락한 수치다. AR 게임 설치율은 6.4%를 기록했으며, 이 또한 2017년 50.2%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매우 저조한 수치다. 포켓몬 고의 인기몰이가 끝남과 함께, 급락했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VR‧AR 기술로 인한 건강, 과몰입, 범죄 악용 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

 

기관·기업 협력으로 몰입경험 시장 살리기

 

하지만 여러 우려 속에서도, 다시 반등할 것에 대한 희망은 여전히 존재한다. 시장조사기관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는 “2019년에는 둔화됐지만, 이를 극복하고 2020년에 글로벌 시장 규모가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많은 산업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를 맞이해 변화하고 있고, 특히 코로나19로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몰입경험 시장을 손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중앙 기관과 기업들이 시장 활성화에 팔을 걷고 나섰다.

우선, 정부는 지난 10월 7일 콘텐츠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VR, AR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보통신전략위원회를 통해 ‘5G 시대 선도를 위한 실감콘텐츠산업 활성화 전략’을 발표했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 7월 몰입경험과 같은 개념의 실감기술을 활용해 서비스 제작을 지원하는 ‘실감콘텐츠 신시장창출 프로젝트’에 추경 200억 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추경 투입은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을 주도해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판단 하에 진행됐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중앙 기관이 몰입경험 시장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런 콘텐츠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VR‧AR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는 2019년 10월 7일 정보통신전략위원회를 통해 ‘5G 시대 선도를 위한 실감콘텐츠산업 활성화 전략’을 심의·확정했다. 이를 통해 VR·AR 등 실감콘텐츠산업 분야에 올해부터 5년간 1조 3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관련 기업들도 몰입경험 시장 심폐소생술에 팔을 걷고 나섰다. 먼저, 삼성전자는 걸을 때의 골반의 움직임과 그 각도를 측정하고 정상적인 걸음을 돕는 웨어러블 보조 로봇 GEMS(Gait Enhancing&Motivating System)을 공개했다. 플렉사운드는 청각과 진동을 동시에 느껴 입체적인 소리를 즐길 수 있는 플렉사운드 증강오디오(FLEXOUND Augmented Audio)를 출시했다. 알리바바도 지난 5월 VR과 AR을 접목시켜 온라인 쇼핑을 오프라인처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3D 쇼핑 서비스’를 오픈했다. 가장 최근인 7월 20일에는 ‘신과 함께’ 영화를 제작한 덱스터스튜디오가 대만 OTT 플랫폼 프라이데이(friDay)의 VR 플랫폼에 VR 콘텐츠 ‘신과 함께 VR-지옥탈출’과 VR툰 ‘조의 영역 1, 2편’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덱스터스튜디오는 이후 더 많은 콘텐츠를 해당 플랫폼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처럼 기관도, 기업도 몰입경험이 산업, 특히 언택트 시대에서의 비즈니스에 많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아직은 기대 반, 걱정 반… 기술·정책적 지원 필요

현재 몰입경험 시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이와 관련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자체 발간 자료를 통해 “몰입경험 영역이 확대되면서 기술 영역도 다양화되고 있는데 여러 기술이 상호 협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며, “각 분야의 우수 국내 기술이 긴밀히 협력한다면, 시너지 효과도 빠르고 크게 나타날 것이며, 글로벌 시장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2016년 반짝 인기몰이 이후 성과가 다소 지지부진한 가운데, 관련 기술 발전과 적절한 정책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꽃 피울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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