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예방을 위한 센서 시장 급성장
[테크월드=김경한 기자] 센서는 오늘날 모든 전자 제품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기술의 발전으로 그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체온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사람 간 접촉을 꺼리는 움직임이 증가하면서 비접촉 센서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기존보다 660배 감도가 뛰어난 비접촉 센서가 개발돼 언택트 시대에 주목받는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
센서(Sensor)란 외부 자극을 받아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인 외부 정보를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소자를 말한다. 2019년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센서 산업 중점보고서에 따르면, 센서 시장은 미국, 일본, 독일 3개국이 선제적으로 투자한 시장으로, 일본이 약 40%, 독일이 15~20%, 미국이 15~2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축적된 반도체 기술과 노하우를 적용할 수 있는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300여 개 기업이 센서 산업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의 비중이 96.4%에 달해, 대기업과 특정 분야 센서를 생산하는 다수의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일본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3년 자우즈 브리젝(Janusz Bryzek) 페어차일드 반도체 MEMS/센서 솔루션 담당 부사장은 앞으로 10년 안에 연간 1조 개의 센서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센서 시장은 2017년 1389억 6500만 달러(약 166조 3411억 원)에서 2025년 2870억 달러(약 343조 5390억 원)로 연평균 성장률은 9.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센서 시장은 스마트폰과 전자 기기의 사용 증가, 자동화 분야의 발전, 스마트 시티 개발에 대한 센서 수요의 증가, 사물 인터넷 기술의 급격한 증가와 같은 요인으로 인해 성장이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웨어러블 기기의 채택 급증, 바이오 메디컬 분야의 혁신적인 애플리케이션, 자동차 분야의 발전은 센서 시장에 수익성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센서는 거의 모든 산업에 수직적으로 침투했지만, 전자 제품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자동차와 IT&통신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스마트폰은 가속도계, 자이로스코프, 주변 조도 센서, 근접 센서, 온도 감지기 등의 센서를 통합하는 양상을 보인다. 센서의 통합은 추가 기능을 용이하게 하고 장치를 더 자동화하게 하지만, 추가 비용이 발생해 비용 효율적인 면에서는 어려움이 따른다. 센서는 과열 문제를 만들어 내고 온도에 민감한 부품이 내장돼 스마트폰의 수명을 줄이고, 센서의 작동은 배터리에 의존하기 때문에 배터리 수명도 줄이기 때문이다.
범용 현장으로 확대되는 열화상 카메라 시장
센서는 실시간에 가깝게 측정결과값이 나오기 때문에 제조현장이나 건설현장, 의료현장뿐만 아니라 긴급을 요하는 상황에도 많이 쓰인다. 코로나19로 체온을 실시간으로 재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열화상 카메라의 수요가 증가한 것은 이와 같은 센서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중국 국무원은 지난 1월 30일 열화상 카메라의 주요 부품이 품절됐다는 긴급 통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열화상 카메라 산업은 진입 장벽이 높고 오랜 기간 기술적으로 봉쇄돼 왔다. 현재 미국, 프랑스, 한국, 이스라엘, 중국 등 일부 국가만 비 냉각 적외선 프로브 설계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중국 우한의 한 적외선 업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열화상 카메라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지만 마스크로 인해 프로그램 응용에 어려움이 있었고, 장기적으로 볼 때 AI(인공지능)와 열화상 카메라가 결합한 기술이 트렌드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자 열화상 카메라의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열화상 카메라 제조업체들은 공급망을 강화하고 제품 라인업을 재검토하는 등 수요 충족을 위해 비즈니스를 재정비하고 있을 정도다. 그동안 대부분의 적외선 장비 기업들은 누수와 보안 등에만 집중해왔으나,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열화상 카메라를 우선적인 비즈니스 분야로 적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는 전 세계 열화상 카메라 시장규모가 2027년까지 26억 4280만 달러(약 3조 163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예측 기간 동안 8.6%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켓 와치(Market Watch)는 2025년까지 136억 7000만 달러(약 16조 3629억 원)으로 연평균 10.8% 성장할 것으로 보는 등 열화상 카메라 시장이 더욱더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열화상 카메라의 수요가 개인과 공공 환경 전반에 걸쳐 증가하는 시대상이 반영된 것이다.
언택트 시장의 신흥 강자, 비접촉 센서
비접촉 센서(Non-Contact Sensor)는 비접촉 기술을 사용해 위치, 속도, 온도, 공기 품질, 거리를 감지하는 센서다. 신뢰성이 높고 작동 속도가 빠르며, 물체와 직접 접촉이 없기 때문에 수명이 긴 것이 장점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주목받는 센서이기도 하다.
근접(Proximity) 센서와 유량(Flow) 센서는 비접촉 센서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제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는 의료분야에서 근접 센서의 성장이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서 시장의 약진이 예상된다. 이런 센서는 차량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휠 속도 감지 시스템, 엔진과 변속기 관리 등의 용도에 사용된다.
주요 시장은 북미, 아시아태평양(APAC), 유럽 지역이며, 북미는 비접촉 센서의 선두 시장이다. 주로 국방, 항공, 화학 처리, 자동차용 센서 적용으로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상업용 차량의 증가 영향이 크며, 향후 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퓨처 마켓 인사이트(Future Market Insights)는 비접촉 센서 시장이 향후 6~7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비접촉 센서 시장의 핵심 성장 동력은 헬스케어, 물류, 방위 등 다양한 산업에서 이 센서의 채택 증가, 자동차의 고급 보안 솔루션에 대한 필요성, 에너지 절약을 위한 산업 응용, 군사 수요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군사 수요 측면에서는 드론, 항공기와 같이 표적 탐지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이 발달하면서 비접촉 센서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교체 비용과 전개 비용, 프라이버시의 부족, 맞춤화의 부족, 복잡성은 이 시장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진이 직접적인 접촉 없이도 약 1cm 거리에서 습도를 감지하는 비접촉 센서를 개발해 주목받았다. 이는 기존보다 660배의 감도를 지닌 센서로, 생활 속 거리 두기가 중요한 코로나19 시대의 감염병 에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습도 센서는 습도에 따라 저항이 변화하며 전기 신호 출력이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해 감지하는 센서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모니터 스크린 등 터치형 제품이나 전자기기 방수 기능에 활용되며 최근에는 스마트 사물인터넷(IoT), 농작물 관리 스마트팜에도 많이 적용되는 추세다.
습도 센서의 감도를 높이면 접촉 없이도 반응할 수 있는 비접촉 센서를 개발할 수 있다. 가전제품, 산업용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원전 계통 내방사선 센서로 활용할 수 있고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생활 방역 관련 기술로 많은 응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ETRI가 개발한 습도 센서의 감도가 6만 6000% 이상으로 기존 센서보다 660배 이상 뛰어나다. 감지 시간도 0.5초로 5~6초씩 걸리는 기존 상용 센서보다 최대 12배 빠르다.
이 센서는 ETRI 연구진이 신소재인 이황화몰리브덴(MoS2)을 활용해 피부의 땀과 같은 수분이나 사람의 호흡량을 고감도로 감지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황화몰리브덴을 코팅해 벌집 구조를 이루는 센서로 만들어 감도를 대폭 높일 수 있었다. 센서의 구성 물질이 벌집 구조를 이루면 수분, 수증기 등을 감지할 수 있는 비표면적이 넓어져 감도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발된 센서는 피부의 수분량, 운동 전후 땀 배출량, 호흡량의 차이 등을 감지할 수 있다. 실제, 손으로 직접 터치를 하지 않아도 손에 미량의 수분을 센서가 감지하고 패치형으로 센서를 만들어 피부에 붙임으로써 운동 전후 땀의 양 변화나 운동 강도에 따른 호흡량을 측정할 수 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하면, 신체 각 부위의 수분량 측정이 손쉽게 센싱할 수 있어 피부의 습도와 관련된 디지털 헬스케어, 뷰티·미용 보습 제품, 공기청정기 등에 향후 활용이 예상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엘리베이터에는 항균 스티커가 붙어 있는 걸 많이 볼 수 있는데, 많이 사용하다 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의 분비물이 묻어 있을 수 있다. 버튼을 직접 누르지 않고도 작동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항균 스티커의 대안 기술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사태는 열화상 카메라와 비접촉 센서 시장을 성장시키는 가장 큰 동인이라 할 수 있다. 갑작스런 감염병의 확산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장기적 침체기에 빠지고, 미래의 회복 시기도 쉽게 예단하기 힘든 시기다. 하지만 코로나19 관련 센서 시장은 확대일로에 접어든 점에서 알 수 있듯, 실시간으로 외부 정보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 기술에 대해 꾸준히 연구개발을 진행한다면 언젠가 빛을 발할 날도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