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의 소유권과 사용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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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자산의 소유권과 사용권
  • 신동윤
  • 승인 2019.10.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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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구매한 게임과 책, 음원은 누구의 소유인가

최근 프랑스 파리 지방 법원이 온라인 게임 유통업체인 밸브의 ‘스팀 게임 중고 거래 금지’ 행위가 EU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이 소송은 프랑스의 소비자 단체인 ‘UFC 크슈아지르(UFC-Que Choisir)’가 2015년 ‘게임 중고 거래 금지’ 등 스팀 조항 일부가 소비자 권리를 해친다며 밸브를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그 첫 판결이 나온 것이다. 법원은 스팀 게임을 재판매할 수 없도록 막아 놓은 것이 EU법을 위반한다고 봤다. EU법에 따르면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모든 물건은 판매자 허가 없이 EU 안에서 자유롭게 중고 거래할 수 있다. 이 판결에 따르면 패키지는 물론 디지털 다운로드한 게임이라도 유럽 연합 내에서는 중고 거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에 대한 오랜 논쟁에 또 한 번 불을 지피는 사건으로 게임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이에 대한 또 한번의 논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팀의 ‘게임 중고거래 금지’ 위법 판결
스팀이라는 온라인 게임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밸브는 게임이라는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사용권을 판매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번 판결에 불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최근 많은 디지털 자산들이 소유권이 아닌 사용권을 판매하는 형태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대표적인 운영체제인 윈도우의 경우에도 판매하는 것은 사용권이며, 패키지 구매시 사용권 계약서라는 문서를 받게 된다.
이런 게임이나 소프트웨어 외에도 음원이나, 전자책, 영상물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사용권을 판매하는 것일 뿐, 이를 구매하고 다운로드 했다고 하더라도 구매자에게 소유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 법원은 스팀이라는 온라인 게임 유통 서비스를 운영하는 밸브에게 사용자간 게임의 중고거래를 막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프랑스 법원은 스팀이라는 온라인 게임 유통 서비스를 운영하는 밸브에게 사용자간 게임의 중고거래를 막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현재 많은 업체들이 제품의 패키지 판매보다 서브스크립션 개념으로 판매 방식을 바꾸고 있는 이유도 이런 소유권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음원이나 전자책, 영상물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와 같은 경우는 이런 서브스크립션 개념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게임이나 소프트웨어들도 점차 서브스크립션 개념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 365에 이어 윈도우 또한 서브스크립션 방식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며, 어도비 또한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프리미어 등의 소프트웨어를 서브스크립션 방식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게임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패스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나우, 오리진의 액세스와 같이 월정액으로 마음껏 게임을 할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으며, 이외에 애플도 애플 아케이드라는 이와 흡사한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서브스크립션과 스트리밍으로 대체되는 사용권
과거 책이나 음반 등은 구매 후, 중고로 판매하거나, 혹은 후손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는 재산으로써의 가치를 갖고 있었지만, 디지털 자산은 이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2년 미국의 유명 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애플 아이튠즈의 음원 정책에 반발해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가짜 뉴스가 화제가 됐었다. 이 뉴스는 애플은 아이튠즈에서 구입한 음원에 대한 상속이나 양도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정책을 갖고 있는데, 브루스 윌리스가 자신의 딸에게 이 음원을 상속하기 위해 소송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이는 가짜 뉴스로 판명이 됐지만, 이로 인해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에 대한 문제가 부각된 적이 있었다. 많은 소비자들이 돈을 주고 상품을 샀다고 생각하지만, 디지털 자산의 경우 대부분의 상품이 아닌 상품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구매한 것에 불과하며, 구매자의 사망과 함께 모든 권리가 거품처럼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되새기게 해준 것이다.
물론 이런 사용권이 거래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중국의 경우 모든 토지는 국가의 소유이며 매매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토지의 사용권을 국가로부터 구매하고, 이를 상호간에 양도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자산의 사용권이라고 해도 사용자 간의 양도를 금하는 것은 불공정한 계약조건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밸브에 대한 프랑스 법원의 판결도 이런 이유에서 충분한 타당성을 갖고 있으며, 이번 결정이 향후 다른 디지털 자산의 사용권과 소유권에 대해서도 충분한 영향력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이런 또 다른 규제를 넘어서기 위해 음원이나 영상물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또 다른 카드를 꺼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침 구글의 스타디아,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나우,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와 같은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런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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