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개의 손글씨 데이터만으로 11172개의 완성형 한글 글꼴 제작
딥러닝, 이미지 생성, ORC 기술 등 활용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손글씨에는 특유의 개성과 매력이 느껴진다. 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직접 써야 하는 불편은 디지털 시대에 손글씨의 입지를 크게 줄였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아름다운 손글씨란, 일종의 미적 콘텐츠나 예술로 치부되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나만의 특별한 손글씨를 디지털 글꼴로 만들어 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어떨까?

네이버가 9월 4일부터 24일까지 '한글날 손글씨 공모전'을 개최하고, 사용자 손글씨를 공모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전은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네이버가 매년 열어온 '한글한글 아름답게'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사진=네이버

공모전 참가자는 주어진 양식에 맞춰 쓴 약 250자의 손글씨와 함께, 희망하는 글꼴 이름과 그에 담긴 소개말을 제출하면 된다. 네이버는 제출된 손글씨 중에서 사용자의 뜻깊은 소개말이 담긴 손글씨 109개를 선정한 뒤 네이버의 클로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글꼴로 제작할 예정이다.

글꼴 제작에는 정교한 OCR(광학 문자 판독) 기술이 활용돼 사용자의 손글씨를 인식하고, 딥러닝 기술로 글씨체의 특징을 추출한다. 추출된 특징을 적용한 글꼴을 제작하는 데에는 이미지 생성 기술이 접목된다. 제작된 글꼴은 10월 9일 한글날을 기념해 공모전 홈페이지와 네이버 한글한글아름답게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공개된다.

네이버가 '나눔손글씨'를 글꼴로 제작하는 건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손글씨를 글꼴로 제작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디자이너가 일일이 글자를 그려야하며 제작까지 몇 달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제작 비용도 만만찮다. 

하지만 AI로 제작하는 손글씨는 이런 어려움이 대폭 감소했다. 250자의 사용자 손글씨 데이터만 있다면 이를 학습해 1만 1172개의 전체 한글 조합을 완성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기 때문에 제작까지 매우 적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자료=네이버 한글날 공모전 페이지

네이버 클로바의 정석근 리더는 “사용자들의 손글씨가 감성까지 구현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만나, 더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는 글꼴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이번 공모전의 의미가 깊다”면서, “사용자와 함께 만든 ‘나눔손글씨’ 글꼴이 한글의 아름다움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요즘은  AI의 학습 능력을 활용한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가 증가하는 추세다. AI 음성합성이 대표적이다. AI를 활용한 음성학습 기술은 짧게는 몇십 분, 길어도 수 시간 이내에 음성 데이터만 있으면 사용자의 목소리와 말투를 거의 유사하게 학습한 음성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 네이버도 작년 8월 '클로바 보이스'라는 관련 기술을 공개한 바 있다. 

일례로 KT는 올해 5월 초 '내 목소리 동화'란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용자가 제시된 일정 문장을 녹음하면 해당 데이터에 음성합성 기술을 적용해 비슷한 목소리로 동화를 낭독해주는 서비스다. 특히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와 아이들 사이에서 호응이 높다. 

아마 AI 글꼴 제작도 비슷하게 서비스화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른바 '나만의 글꼴 제작 서비스'말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기반 기술은 충분하다. 서비스는 수요가 있다면 공급될 것이다. 아마도 그런 미래엔 내가 없어도 나의 흔적이 묻은 목소리와 글씨, 그리고 '무언가'가 영원히 남는 세상이 오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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