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다양한 차종 생산 가능해질 듯

얼마 전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IONIQ)5가 출시됐다. 이번 출시는 단순히 새로운 차종이 출시된 것을 넘어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출시 전부터 이어진 관심이 이를 입증한다. 아이오닉5에 대한 관심은 수치로 드러난다. 단 이틀 만에 올해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물량인 2만 6000대를 넘겼기 때문이다. 유럽으로 가는 3000대의 물량도 예약이 하루 만에 완판됐다. 테슬라의 대항마가 나타났다고 할 만하다. 내부에서는 올해 공급하는 물량인 7만대도 부족하다고 판단해 특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과연 아이오닉5는 그 만큼 장점을 내포하고 있을까.

아이오닉5는 현대차의 다른 차종 대비 큰 장점을 갖고 있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펠리세이드보다 긴 휠 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간 거리)를 활용해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아이오닉5는 실제로 현대차의 다른 차종인 투싼 만한 크기의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CUV)이면서도 실내 공간은 중형차 수준으로 넓다. 뒷 좌석의 무릎 공간도 충분할 정도로 넓다. 센터 콘솔(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박스 공간)을 움직일 수 있어 주차 문제 때문에 운전석에서 차량 밖으로 나가기 어려울 경우 조수석에서 내릴 수도 있다. 

특히 가장 큰 장점은 선택 사양인 ‘V2L(vehicle to Load)’ 기능에 있다. 전기차에 탑재된 고전압 대형 배터리의 전력을 여러 가전 기기에 공급할 수 있는 기능이다. 필요하면 방전된 다른 전기차에 전기 에너지를 공급할 수도 있다. 최근 2~3년 사이에 바람이 불기 시작한 이른바 ‘차박(차에서 캠핑을 즐기는 것)’ 문화에서의 응용도를 높인 것이다. 다만 원래 알려진 주행 거리 500Km에 훨씬 못 미치는 410~430Km 정도의 거리 등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다.

아이오닉5의 출시는 차량 자체의 장단점을 떠나 여러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alar Platform)’의 출현이다. 이 플랫폼은 차량의 바닥에 배터리와 모터 등 무겁고 부피가 큰 부품을 배치해 상단의 공간을 넓히고 무게 중심을 낮춰 주행 안정성 등 성능을 향상시킨다. 또 차량 상단의 전기 전자 부품과 배선 수를 줄일 수 있어 내구성을 높인다. 뿐만 아니라 상단의 뚜껑만 바꾸면 여러 차종을 생산할 수 있다. 해당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차량을 출시하며 현대차가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전기차는 지금까지 주로 기존 내연 기관차와 혼류 생산(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 생산)되면서 필요 없는 부품이 많았다. 또 소량 생산으로 적자도 누적돼 왔다. 게다가 제품의 완성도까지 떨어져 한계가 컸다. 그러나 이런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기차를 생산하면서 전기차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게 됐다. 

아이오닉5의 출시가 갖는 두 번째 의미는 애플카와의 협업 가능성에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최근 현대차보다 기아차가 더 부각된 이유는 E-GMP를 사용하고 조지아 공장 등 해외에 공장이 있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내년에 PBV(Purpase Built Vehicle)라는 목적 기반 자동차의 사업부를 만들며 애플의 요구에 맞는 디바이스 제공에 집중할 수 있었다. 

때문에 양사의 협업은 무산됐지만 애플의 입장에서는 기아차와 다시 물밑에서 협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아이오닉5를 보면서 애플은 ‘이 차에 현대차의 엠블럼 대신 애플의 사과 로고를 사용했다면’이라는 식의 아쉬움이 있었을 수도 있다.

아이오닉5의 출시가 갖는 세 번째 의미는 전기차 대량 생산 체계의 시작점을 알렸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 내연 기관차에도 대량 생산 체계가 있다. 하지만 해당 체계는 어디까지나 제작사에 한정돼 있다. 이번 아이오닉5 출시는 전기차의 다양성을 전제로 한 출시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모빌리티(이동 편의 서비스) 분야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의 등장을 불러올 수 있다. 수요자의 주문에 따라 대량으로 전기차를 찍어내는 업체가 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애플카를 시작으로 구글카, 아마존카 등 다양한 자율주행 전기차의 주문 생산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을 하청 생산하는 대만의 폭스콘과 같은 제작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물론 탑승자의 목숨이 전제된 만큼 변수는 분명히 있다. 

아이오닉5의 출시가 갖는 네번째 의미는 노사 문제에 있다. 전용 플랫폼을 통한 생산인 만큼 생산 과정에서 인력 투입과 관련 시스템이 간략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선 전기차가 제대로 생산되는 순간부터 생산 인력이 약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의 전기차 제작사들은 이미 생산 현장을 정리하고 구조조정에 나섰다. 내부의 고정비를 줄여 전기차에 투자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노조 입장에선 막상 현실에 부닥치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가 현장의 노사 관계 조정 등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는다면 전기차의 미래는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필요하면 같은 업종 중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을 합병하거나 업종을 전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관련 기업의 연구 개발 등을 지원해 미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정부가 서둘러야 한다. 미리하지 않으면 미래의 먹거리 확보는 물론 일자리 보장도 어려울 수 있다. 

아이오닉5의 출시가 갖는 마지막 의미는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 그룹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미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으나, 이 차종은 대중화되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만큼 당장의 먹거리라고 보긴 어렵다. 지금은 전기차가 대세이므로 아이오닉5의 출시로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선도 그룹에 나서게 된 데 따른 의미가 더 크다. 

곧 기아차의 전기차가 출시되고 연말에 현대차의 제네시스 관련 차종까지 출시되면 우리나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미래의 주도권을 가질 기회가 올 수도 있다. 아직 현대차의 약점인 자율주행 기술이 추가로 확보된다면 더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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