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장 인터뷰

[테크월드뉴스=이재민 기자] AI 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에 속하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부품이다. AI 반도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나, 인공지능 기술과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시스템 반도체로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AI 반도체는 고도의 기술력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유한 기술인력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고급인재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대학은 AI 반도체와 관련한 교육을 강화하고, 산학연은 협력을 통해 실무역량을 제고하며 글로벌 AI 석학을 유치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방문하고, 대권 주자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반도체에 대해 알고 싶다며 찾은 그 곳.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AI칩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이종호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만났다.

▲ 이종호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장
▲ 이종호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장

Q. 인터뷰에 앞서 2021년도 훌륭한 공대교수상 수상하신 것을 축하드린다.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는 어떤 곳인가?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이하 연구소)는 1988년 10월 29일에 개소했다. 2000년 11월에는 설계연구관 완공, 2005년 6월에는 디스플레이 센터가 증축됐다. 연구소는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정 서비스, 측정·분석 장비 지원, 설계 툴 지원, 자문 및 벤처 육성 등의 분야에서 많은 공헌을 해왔다.

개소 후 연구소에서 양성된 인력은 지금까지 석사 1158명, 박사 659명이다. 이들은 주요 반도체 기업으로 진출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경쟁력을 높였다.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각종 장비는 매년 2만 건 이상, 최근 5년간은 약 11만 7000건의 사용 실적을 올리고 있다. 서울대를 포함한 전국 27개 대학, 9개 국공립연구소, 35개 업체에서 사용했다. 이런 실적은 연구소가 철저한 공익을 우선으로 투명하게 운영됐기 때문이다. 교육기관으로서는 유일하게 우리나라 반도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담당했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알 수 없었던 것을 연구소에서 실험을 통해 많이 배웠다. 젊은 후배들을 비롯해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이 연구소에서 배우며, 꿈을 꿀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

 

Q. 학부생을 위한 기본 공정교육 후기가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고있다.

2018, 2019년에는 1년에 1200명에서 1300명까지 이론, 실습 등의 공정교육을 받았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약 800~900명이 교육을 받았다. 너무 많은 인원이 지원해 서버가 다운된 적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부탁 메일도 수없이 받았을 정도로 지원 열기가 대단하다. 나중에는 결국 추첨 제도로 바꿨다.

▲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공정 장비 사용자 현황
▲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공정 장비 사용자 현황

Q. 인공지능(AI)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 아이폰의 시리(siri)일 것이다. AI에서 핵심 기술은 어떤 것들이 있나?

원래 AI는 예전부터 있었다. 퍼지 이론(자연 언어 등의 애매함을 정량적으로 다룬 수학 이론)이나 뉴럴 네트워크(인공 뉴런이나 노드로 구성된 인공 신경망)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개발이 계속 실패하면서 거의 잊혀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 빅데이터 등으로 인해 2010년부터 살아나게 됐다. 데이터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AI도 성장세를 보였다.

데이터는 AI를 학습시킬 수 있는 교과서와 같다. 하지만 데이터만 가지고 AI를 구성할 수 없다. 여기에 반도체 기술이 있어야 하며, 특히 CPU나 GPU와 같은 계산 능력이 강화돼야 한다. 이 계산 능력은 핀펫(FinFET, 전력 사용을 줄이며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초미세 반도체 트랜지스터 구조)이 등장하면서 급격히 높아졌다.
(핀펫은 이종호 연구소장이 원광대 교수로 재직할 때 카이스트와 합작 연구해 개발한 것으로, 2001년 한국, 미국 등에서 관련 특허를 취득했다.)

결국 AI에서 핵심 기술은 계산 능력으로 쌓여진 ‘학습 알고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선생님이 어떤 방식으로 학생을 가르쳤는지에 따라 학생의 수업 이해도가 높아져 좋은 점수를 받는 것처럼.

 

Q. 메모리 반도체 기반의 AI칩에 대해 연구한다고 들었다.

2013년부터 연구를 시작했으니 거의 10년이 다 돼간다.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하드웨어 형태로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AI에서 CPU, GPU, D램이 서로 병렬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면 전력 소모가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메모리 안에서 연산 작업을 하는 AI칩인 PIM(Processing-In-Memory) 또는 CIM(Computing-In-Memory)을 사용하면 전력 소모를 최소 10배 이상으로 줄일 수 있다. 이것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그린 테크놀로지가 될 수 있다.

우리 연구소에서는 D램 또는 낸드 플래시 안에서도 PIM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창의적으로 바꿔가면서 연구하고 있다. 소자나 공정을 통해 메모리를 시냅스에 가깝게 바꾸거나 저전력 환경에서 학습 및 추론을 시키는 등 다양하게 연구 중이다.

틀릴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PIM이 대성할 것이라 본다. 그렇다면 PIM이 기존 CMOS 기반의 AI를 대체하느냐? 그렇지 않을 것이다. 둘 다 서로 응용되면서, 즉 소프트웨어 AI와 하드웨어 AI가 서로 돕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 반도체공동연구소는 과기정통부로부터 국가연구시설로 지정됐다
▲ 반도체공동연구소는 과기정통부로부터 국가연구시설로 지정됐다

Q. AI 반도체는 어느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나?

AI 반도체에는 GPU 가속기, 앞으로 더 개발돼 상용화할 수 있는 PIM, CIM 등도 다 해당된다. AI 반도체는 서버 같이 방대한 데이터를 사용해야하는 분야에 많이 관여하게 될 것이다. 이미 로봇 청소기, 냉장고 등 가전 제품부터 시작해 휴대폰, 자율주행차까지 일상 생활과 밀접한 거의 모든 산업에서 사용되고 있다.

 

Q. CPU(중앙처리장치)가 아닌 AI칩을 따로 사용하게 되면 어떤 이점이 있나?

CPU만으로도 사칙연산이 가능하나, 전력 소모가 크다. AI칩(PIM 또는 CIM)을 따로 사용하게 되면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휴대 기기, 드론 등에서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어 앞으로 국방 분야에 큰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Q. 현재 AI칩 연구개발에 있어 경쟁력을 좌우할 기술이나 성능은?

연구소와 관련해 말씀드리면, 2012~2013년 초창기에 이머징 메모리(미래형 메모리), 뉴 메모리 등을 시도했으나, 쉽지 않았다. 몇 번의 실패 후 메모리 아키텍처를 가지고 AI에 맞게 시냅스와 뉴로에는 어떻게 배열돼 있는지 등을 흉내 낼 수 있게 됐다. 연구소에서는 AI를 창의적으로 발전시키는 연구를 한다. 이런 부분에서는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닐까.

AI칩 연구개발에 있어 경쟁력을 좌우할 기술은 창의성에서 시작될 것 같다. 성능은 얼마나 초소형으로 만들면서 초저전력을 실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 전경
▲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 전경

Q. 엔비디아의 Arm 인수, AMD의 자일링수 인수 등은 AI 반도체 시장 공략과 연관이 있다. 국내 기업들의 전망은 어떨까? (예를 들면 M&A나 자체 개발 가능성 등)

글로벌 기업들의 활발한 M&A 현상을 보면 AI가 대세인 것 같다. AI에는 필연적으로 CPU, GPU 둘 다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을 것이다.

국내에서 CMOS 기반으로 AI를 하기에는 이미 늦은 감이 있다. 미국이 더 우세하지만, 중국과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이 CMOS로 휴대폰에 들어가는 AI칩을 설계하고 있다. 두 나라를 빼고 군소 나라 중 하나가 우리나라인 것 같다. 우리만 늦은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CMOS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나 삼성전자 등에서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비하면 성능이 뒤떨어졌지만,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내가 추측하는 바로는, 국내 기업들의 전망은 외국의 AI 설계 벤처 기업들을 M&A하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 삼성전자나 SK 같은 경우는 자체적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약하지 않다. 제대로 한다고 하면 뭐든 잘하기 때문에 AI 반도체 시장 공략도 가능하다. 이 가능성을 ‘천재’가 열어줘야 한다. 이런 천재는 우수한 인재 양성 교육에서 만들어진다. 컴퓨터 아키텍처를 잘 알며, 공학 수학, 확률 변수 등 기초가 탄탄하면서 응용 능력을 가진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반도체는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 반도체에 필요한 요소를 한 사람이 다 해낼 수도 없다. 그래서 한 분야씩이라도 천재성을 보이는 사람들이 모이면 큰 핵심이 될 수 있다. 기업에서도 내부 인원만으로 혁신을 이루기 힘들어 오픈 이노베이션(기업의 혁신을 위해 필요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 자원을 통해 활용하는 것)을 계속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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