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지스터의 구조와 역할, 그리고 트랜지스터가 바꾼 전자산업의 모습

[테크월드=이건한 기자] 전자산업의 과거이자 현재, 나아가 미래의 변화를 책임질 반도체 핵심 소자 트랜지스터(Transistor). 혹자는 트랜지스터를 ‘전자공학의 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가방엔 노트북을 담고, 손에는 스마트폰을 든 채 어디서나 빠르고 쾌적한 컴퓨팅 환경을 누린다.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이런 일이 가능해진 건 지금으로부터 약 70년 전 개발된 트랜지스터란 녀석 덕분이다. 트랜지스터의 탄생으로 전자산업의 발전 속도는 눈부시게 빨라졌으며, 과장을 조금 덧대 현대 전자공학의 역사는 트랜지스터의 탄생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트랜지스터는 1947년, 미국 벨 연구소 소속 과학자인 윌리엄 쇼클리(William B. Shockley)와 존 바딘(John Bardeen), 월터 브래튼(Walter H. Brattain)에 의해 개발됐다. 전류의 효율적인 증폭과 스위칭 작용을 위해 필요한 트랜지스터는 진공관 대비 작은 크기, 적은 발열과 전력 소모, 그리고 낮은 가격 등이 특징이다. 개발된 지 수십 년이 흘렀지만 트랜지스터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소자는 아직까지 개발되지 못할 만큼 지금의 트랜지스터는 구조면에서도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부품이다.

오히려 트랜지스터는 지금도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기존의 한계마저 돌파하는 단계에 서 있다. 아마 큰 이변이 없는 한 트랜지스터는 앞으로도 우리 전자산업이 혁신을 이뤄가는 과정의 큰 축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림1] 트랜지스터 개발팀, 왼쪽부터 존 바딘, 월터 브래튼, 윌리엄 쇼클리(사진: NOKIA Bell Labs)

트랜지스터의 정의와 구조, 종류

트랜지스터는 트랜스(Trans, 바뀜)과 레지스터(Resistor, 저항)의 합성어로 전자회로 내에서 전자의 증폭과 스위칭을 담당하는 소자다. 여기서 증폭이란 입력된 신호의 파형은 그대로 둔 채 전압과 전류의 크기만을 확대하는 것이고, 스위칭은 마치 전구를 껐다 켜듯 전류의 공급과 차단을 반복하는 것이다. 디지털에서는 주로 트랜지스터의 스위칭 기능을 이용해 이진법 신호로 사용되는 0과 1을 구분한다. 또한 전자회로를 설계할 때 트랜지스터를 조합해 AND, OR, NOR, NAND, XOR 등의 논리 게이트를 만들 수 있고, 이를 조합하면 다시 연산기나 기억장치 등을 만들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CPU, GPU, RAM, 플래시 메모리 등이 대표적이다.

트랜지스터의 구조는 흔히 수도를 예로 설명된다. 보통 우리가 아는 트랜지스터는 3개의 다리를 갖고 있다. 이를 각각 이미터(Emitter, E)와 베이스(Base, B), 컬렉터(Collector, C)라고 부르는데, 현실에서는 컬렉터를 수도꼭지에, 베이스를 밸브에, 이미터를 수도 배관에 비유할 수 있다. 그리고 마치 밸브를 작은 힘(입력 신호)으로 열고 닫으며 수도꼭지(컬렉터)에서 나오는 물의 양(컬렉터로 흐르는 전류)를 조절하는 것처럼, 트랜지스터는 베이스에 가하는 전기적 신호를 조절해 전류의 증폭과 스위칭 작용을 통제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그림2] NPN 트랜지스터의 간단한 단면도
[그림3] 좌: NPN BJT 기호, 우: PNP BJT 기호

트랜지스터의 종류는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접합형 트랜지스터(BJT), 전계효과 트랜지스터(FET)다. BJT는 앞서 말한 벨 연구소의 과학자 3인이 만든 최초의 트랜지스터로, N형과 P형으로 나뉜 반도체에 제어용 전극을 붙여 샌드위치처럼 결합한 구조를 갖고 있다. ‘NPN’, 혹은 ‘PNP’의 형태로 접합되며, 둘 사이에 기능적인 차이는 없다. 진공관과 달리 스위칭 기능 구현이 쉬우며 초기 트랜지스터로 널리 사용됐다.

FET는 게이트 전극에 전압을 건 뒤 채널의 전기장에 의해 전자나 양공이 흐르는 관문이 생기게 하는 원리로, 소스와 드레인의 전류를 제어하는 트랜지스터다. 접합형과 비교해 동작 속도는 느리지만 고밀도 집적에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어 현대 반도체 집적회로(IC)의 주류로 사용되고 있다. FET를 응용해 뒤에 나올 MOSFET이나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박막 트랜지스터(TFT) 등이 만들어졌으며, 이 밖에도 PN접합이 1개뿐인 UJT, 쇼트키 효과를 이용한 MESFET 등이 있지만 일반적인 영역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두 개이지만 하나인 최초의 트랜지스터

이제 다시 과거로 돌아가, 앞서 언급한 최초의 트랜지스터도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모두 쇼클리와 바딘, 브래튼의 작품인데, 세상에 먼저 태어난 건 바딘과 브래튼을 주축으로 개발된 ‘점 접촉식 트랜지스터’다. 지금 보기엔 상당히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당시 전자회로의 주요 소자로 쓰이던 진공관과 비교하면 수십 배 이상 작아진 혁명적 작품이었다. 이후 1951년 트랜지스터 연구팀의 리더였던 쇼클리가 자신의 기존 이론을 발전시킨 ‘면 접촉식 트랜지스터’를 개발하는데, 이후 산업 환경에서 주로 사용된 건 바로 쇼클리의 트랜지스터다. 아무래도 구조적으로 점보단 면 접촉식이 더 많은 전자의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하나의 팀에서 2개의 트랜지스터가 개발되고 여기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다 보니 ‘누가 최초의 트랜지스터 개발자냐’는 식의 묘한 갈등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진공관 시대를 끝낸 트랜지스터의 원리와 틀은 두 방식 모두 크게 다르지 않았고 세 사람의 공로 역시 누구 하나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쇼클리와 바딘, 브래튼은 1956년 물리학자로서 최고의 영예인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하며 세 사람 모두 트랜지스터 개발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

[그림4] 초기 점 접촉식 트랜지스터(사진: NOKIA Bell Labs)

Good Bye 골리앗, Hello 다윗

트랜지스터가 바꾼 전자산업의 가장 큰 변화는 진공관을 대체한 일이다. 1904년 개발된 진공관은 트랜지스터와 비교해 여러모로 비효율적인 면을 갖고 있다. 크기는 트랜지스터보다 수십 배 이상 크고 유리관인 탓에 잘 깨지기도 했다. 또 가열에 필요한 전력 소모가 크고 예열까지 필요하다는 불편이 있다 보니, 진공관으로 민간에서 쓸만한 소형 전자제품을 만든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컴퓨터만 해도 그렇다. 우리가 잘 아는 초기 컴퓨터인 ‘에니악(ENIAC)’만 해도 진공관이 무려 1만 8000개나 사용됐다. 여기에 가로세로 폭이 10m 전후인 거대한 외형 덕분에 에니악은 대형 산업시설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컴퓨터였다. 하지만 작고, 전력 소비가 적으며, 예열이 필요 없는 특징과 대규모 집적회로까지 만들 수 있는 트랜지스터의 탄생은 드디어 일상에서도 쓸 수 있는 작고 빠른 전자기기 개발의 단초가 됐다.

당시 벨 연구소에서 1950년대 중반에 만든 트랜지스터 4개짜리 특수회로는 미국 AT&T의 전화 장비에 활용됐고, 이후 계산기나 라디오 등 민간 영역에서 트랜지스터를 탑재한 제품의 종류는 점점 많아졌다. 그중 일반인에게까지 ‘트랜지스터’란 명칭을 널리 알린 건 바로 라디오였다. 트랜지스터 라디오 역시 진공관 라디오보다 작고 가벼운 외형, 저렴하고 휴대까지 가능한 특징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는데, 당시에는 특히 일본제 트랜지스터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1959년 일본의 소니와 도시바, 샤프 등의 기업이 수출한 라디오의 수는 약 600만개에 이르며, 이는 일본이 20세기 전자산업의 리더로 성장하게 된 발판이 됐다. 또 이후에도 트랜지스터를 활용해 개발된 TV나 컴퓨터, 냉장고 같은 소형 가전제품들은 대중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림5] 일반적인 진공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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