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변화는 트랜지스터에서부터 시작됐다.

[테크월드=박지성 기자] (편집자 주: Tech Talk는 IT 콘텐츠를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테크월드의 기자들이 심층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제작한 비디오 콘텐츠입니다)

트랜지스터의 발전은 전자공학,산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기반이 된다.

 

 

안녕하세요? 테크월드 뉴스의 박지성 기자입니다. 오늘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전자부품인 트랜지스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합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라는 이름은 굉장히 익숙하지만 트랜지스터라는 이름은 참 많이 낯설죠. 하지만, 사실 우리가 늘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컴퓨터 이런 모든 전자기기들은 트랜지스터가 없었다면 우리 곁에 있을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트랜지스터를 일컬어 어떤 이들은 ‘전자공학의 꽃’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에겐 너무 익숙한 일상입니다. 가방엔 노트북을 담고, 손에는 스마트폰을 든 채 어디서나 빠르고 쾌적한 컴퓨팅 환경을 누리죠.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이런 일이 가능해진 건 지금으로부터 약 70년 전 개발된 트랜지스터 덕분입니다.

트랜지스터의 탄생으로 전자산업의 발전 속도는 눈부시게 빨라졌으며, 과장을 조금 덧대 현대 전자공학의 역사는 트랜지스터의 탄생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이런 트랜지스터의 진화 단계는 크게 3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트랜지스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요. 먼저 트랜지스터의 탄생에 대해서 알아보죠.

 

트랜지스터가 개발된 지는 벌써 70여년이 됐습니다. 트랜지스터의 최초 개발자가 진짜 누구냐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트랜지스터는 그 유명한 벨 연구소의 쇼클리와 바딘, 브래튼의 공동 작품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태어난 건 바딘과 브래튼을 주축으로 개발된 ‘점 접촉식 트랜지스터’ 였습니다. 이후 1951년 같은 트랜지스터 연구팀의 리더였던 쇼클리가 자신의 기존 이론을 발전시키면서 ‘면 접촉식 트랜지스터’ 개발에 성공하게 되죠. 이후 산업 환경에서 주로 사용된 건 바로 쇼클리의 트랜지스터 였는데요. 아무래도 구조적으로 점보단 면 접촉식이 더 많은 전자의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하나의 팀에서 2개의 트랜지스터가 개발되고 여기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다 보니 ‘누가 최초의 트랜지스터 개발자냐’는 식의 묘한 갈등도 있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1956년에는 사이 좋게 노벨 물리학상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세상에 처음 태어난 트랜지스터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냐? 엄청난 의미가 있었죠. 트랜지스터 이전의 세상은 진공관의 시대였습니다. 1904년에 개발된 진공관은 엄청나게 큰 크기에 유리관인 탓에 잘 깨지기도 했습니다. 또 가열에 필요한 전력 소모가 크고 예열까지 필요하다는 불편이 있었죠. 우리가 잘 아는 초기 컴퓨터인 ‘에니악(ENIAC)’만 해도 진공관이 무려 1만 8000개나 사용됐습니다. 이렇게 많은 진공관을 활용해야 하다 보니, 에니악은 가로세로 폭이 10m 전후인 거대한 외형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컴퓨터라는 것은 대형 산업시설에나 가야 볼 수 있었죠. 하지만 트랜지스터의 탄생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진공관 보다 수십 분의 일 크기에, 전력 소비가 적으며, 예열이 필요 없는 특징과 대규모 집적회로까지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전자기기가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된 것이죠.  

당시 벨 연구소에서 1950년대 중반에 만든 트랜지스터 4개짜리 특수회로는 미국 AT&T의 전화 장비에 활용됐고, 이후 계산기나 라디오 등 민간 영역에서 트랜지스터를 탑재한 제품의 종류는 점점 많아졌다. 그 중에서도 일반인에게까지 ‘트랜지스터’란 명칭을 널리 알린 건 바로 라디오였습니다. 트랜지스터 라디오는 작고 가벼운 외형, 저렴하고 휴대까지 가능한 특징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는데, 당시에는 특히 일본제 트랜지스터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죠. 1959년 일본의 소니와 도시바, 샤프 등의 기업이 수출한 라디오의 수는 약 600만개에 이르렀으며, 이는 일본이 20세기 전자산업의 리더로 성장하게 된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앞서서 트랜지스터를 최초로 개발한 3명 간의 미묘한 신경전을 잠깐 언급했는데요. 이 후 쇼클리와 바딘, 브래튼은 1956년 물리학자로서 최고의 영예인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하며 세 사람 모두 트랜지스터 개발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됩니다.
 

트랜지스터에 대한 연구 개발이 계속되면서 트랜지스터는 점점 작아졌습니다. 집적과 대량 생산에 유리한 MOSFET 구조 트랜지스터가 태어나면서 집적회로(IC)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심어 반도체 칩 성능을 향상하려는 제조기업 간 경쟁은 점차 심화됐죠.기업들은 반도체의 미세공정 수준과 더불어 트랜지스터 집적도를 자사의 기술력 과시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일례로 인텔(Intel)은 2017년 10nm 공정 세부 도입 계획을 발표하는 행사에서 자신들은 1㎟당 트랜지스터 1억 800만개를 심을 수 있는 반면,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TSMC의 기술은 1㎟당 5000만 개를 심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인텔의 기술 우위를 강조한 적도 있죠.
 

이처럼 그 발전 속도가 실로 엄청나서, 초기 컴퓨터에는 약 2300개 정도였던 트랜지스터 숫자가 현대에 들어서는 수십 억 개 수준으로 증가하죠. 이런 집적도 향상이 이뤄지면서 산업·소비자용 전자제품의 성능 개선도 빠른 속도로 증가합니다. 불과 10년 만에 엄청난 성능 향상을 이뤄낸 스마트폰이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 여기서 잠시 흥미로운 이야기를 짚고 가자면, 2세대 트랜지스터의 대표적인 제품으로 평가받는모스펫의 주요 개발자가 바로 ‘강대원(姜大元)’이란 한국인 물리학자란 사실인데요. 강 박사는 2000년 집적회로(IC) 개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잭 킬비(Jack Kilby) 박사가 수상식 현장에서 “강 박사의 모스펫 기술이 오늘날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다.”고 치하했을 만큼, 반도체 역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인물입니다. 그런데도 반도체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강대원 박사는 그가 남긴 업적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는 것은 참 아쉬운 부분이죠.

하지만 단순한 소형화는 물리적인 한계가 따르죠. 그리고 요즘은 이런 한계를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현재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연구 중 하나가 바로 스핀(Spin) 트랜지스터입니다. 한국 KIST의 장준연·구현철 박사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 스핀 트랜지스터는 엄청난 잠재력이 기대되고 있는데요.

 

스핀 트랜지스터는 전자의 이동 뿐 아니라 회전 정보까지 디지털 신호 구분의 기준으로 활용해 트랜지스터의 성능과 저전력 수준의 한계를 또 한 번 돌파할 수 있는 획기적 제품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만약 이 제품이 상용화된다면 1회 충전에 수 주에서 한달까지 작동하는 스마트폰, 부팅 없이 파워를 누르자마자 켜지는 컴퓨터, 고성능 AI 기기, 전력 소모가 대폭 줄어든 슈퍼 컴퓨터, 양자 컴퓨팅 응용, 무어의 법칙 부활 등이 가능해지며 전자산업은 또 한 번의 혁신기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예측이 되고 있습니다.
 

아마 다가올 미래에도 전자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 순간엔 그 밑바탕에 트랜지스터의 진화가 함께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바퀴나 전구처럼 기술 발전이 선물하는 문명의 혜택을 묵묵히 뒷받침하는 존재. 비록 이제는 눈에는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졌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트랜지스터야말로 전자공학이 피운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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