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의 매각, 기업별 공격적인 팹 투자

[테크월드=이나리 기자]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단연 ‘3D 낸드(NAND) 플래시’다. 본격적인 빅데이터 시대에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처리량이 많아지면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3D 낸드는 기존의 2D 낸드보다 셀 사이의 간섭 영향을 대폭 줄여 셀 특성을 향상시켰고, 지속적으로 적층 단수를 높임으로써 데이터 용량 확대와 원가절감이 장점이다. 이런 이유로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3D 낸드 플래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업체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3D 낸드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낸드 플래시 시장 점유율 2위인 도시바, 적극적인 기술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SK하이닉스, 모바일 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메모리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인텔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3D 낸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구도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3D 낸드가 개발된 배경과 기업별 기술 현황 그리고 낸드 시장 동향에 대해 1,2,3회에 걸쳐 알아보겠다.

마이크론 32단 3D 낸드

3D 낸드에서의 기술 격차는 낸드 플래시 시장 점유율 격차로도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6년 4분기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37.1%이라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다. 이는 2위인 일본 도시바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가 2배 이상으로 차이나는 것이다. 매출 규모는 전 분기보다 19.5% 증가한 44억 7390만 달러(약 5조 1444억 원)였다. 삼성전자는 낸드 출하량을 11∼15% 가량 늘렸고, 평균판매가격(ASP)을 5% 이상 높였으며 매출을 20% 가까이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원자력 사업에서의 손실로 낸드 반도체 사업부문 매각에 나선 일본 도시바는 21억 9980만 달러(약 2조 529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점유율 18.3%를 차지했다. 도시바는 2011년만 해도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1위였으나 이듬해 삼성전자가 이를 역전시켰다. 2016년 4분기처럼 삼성과 도시바가 더블스코어로 차이가 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이어서 웨스턴디지털(WD)이 17.7%(매출 21억2730만 달러)로 3위, 마이크론이 10.6%(12억7200만 달러)로 4위, SK하이닉스가 9.6%(11억 5680만 달러)로 5위, 인텔이 6.8%(8억 1600만 달러)로 6위였다. 3분기와 비교하면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에 4위 자리를 내주며 두 회사의 순위가 뒤바뀌었다.

낸드 플래시 공급 기업별 매출 순위 (자료: D램익스체인지)
기업별 낸드 시장 점유율(2016년 4분기)


삼성전자의 독주는 계속될 것으로 반도체 업계는 보고 있다. 반면 2위인 도시바는 상황이 다르다. 도시바는 미국 원전사업에서 낸 7000억 엔(약 7조 원)의 규모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반도체 사업의 지분 매각을 지난 2월부터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 도시바를 인수하게 되면 삼성전자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게 된다. 현재 도시바는 전체 낸드 캐파에서 2위이고 협력사 웨스턴디지털과 합산할 경우 삼성전자보다 많다.

도시바의 매각가는 약 26조 원으로 알려졌고, 인수전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SK하이닉스, 웨스턴디지털을 비롯해 동종 반도체 업체들은 이미 1차 인수전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폭스콘을 소유하고 있는 홍하이정밀공업,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IT업체도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 뒤늦게 일본 정부는 해외로 반도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이 도시바가 매물로 내놓은 ‘도시바메모리’에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도시바 메모리 지분 34% 이상의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경영에 관한 중요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인수에 성공할 경우 도시바의 미국 내 원전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바 요카이치 공장

2016년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별로 3D 낸드 플래시 시장에 진출하며 대결구도를 형성한 해였다면 2017년은 시장 선점을 위한 공장(팹) 증설이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3D 낸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 2017년 완공 예정인 평택 반도체 공장을 통해 생산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삼성 평택 반도체 공장은 1차 투자금액만 15조 6000억 원이 투입됐으며 부지 면적은 총 289만㎡(87.5만 평)에 이른다. 평택 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삼성전자 3D 낸드 생산량은 웨이퍼 투입 기준으로 월 16~17만장에서 올해 말 32만 장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낸드 플래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청주에 2조 2000억 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세운다고 2016년 12월 공식 발표했다. 신규 공장은 청주 산업단지 테크노폴리스 내 23만4000㎡ 부지에 들어선다. 2017년 1월 설계에 착수하고 2018년 8월∼2019년 6월 반도체 공장 건물과 클린룸을 건설할 예정이다. 또 5월부터는 SK하이닉스의 이천 M14 공장 2층에서 낸드 플래시를 본격 양산한다.

이 공장에서는 최대 월 10만 장 규모의 300mm 웨이퍼(실리콘 기판) 생산이 가능하다. 참고로 기존에 청주 M11과 M12 공장에서 생산해왔던 낸드 플래시는 월 20만장의 수준이었다. SK하이닉스의 신규 공장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현재 5위인 SK하이닉스가 선두권으로 도약하는 데 발판이 될 것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SK하이닉스는 2017년 말까지 3D 낸드의 출하 비중이 전체 낸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컨트롤러도 4세대 제품까지 가능한 자사 제품을 이용해 사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라고 발표했다.

72단 3D 낸드 기술을 확보하라! 본격 경쟁 '돌입'(2)

인텔은 중국 다롄공장에 55억 달러(6조 원)을 들여 3D 낸드 전용라인을 구축했으며 2016년 7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다롄 공장은 인텔이 처음으로 아시아 지역에 세운 12인치 팹으로, 지난 2010년까지 65나노 기반의 공정으로 가동되며 PC용 칩셋 생산만 맡았던 곳이다. 그러나 인텔은 낸드를 이용한 엔터프라이즈용 SSD 생산으로 사업을 전환했다.

한편, 중국 기업들은 한국, 일본, 미국에 비해 낸드 플래시 기술면에서 한창 뒤떨어져 있지만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국유 반도체 회사인 칭화유니그룹은 낸드플래시 부문에 240억 달러(27조 원)을 투자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웨이퍼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칭화유니그룹은 중국 XMC을 인수한 바 있어 기술의 잠재력이 높이 평가 되고 있다. XMC는 미국 반도체 기업 스팬션와 32단 3D 낸드플래시 기술을 양산의 초기 단계에 도달할 정도로 기술력을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

3D 낸드의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기업들이 3D 낸드를 본격적으로 양산한지 아직 3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해 낸드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2016년부터 3D 낸드를 겨냥한 새로운 팹 증설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3D 낸드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더불어 앞으로 낸드 시장을 누가 선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의 시장 우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지나, 앞으로의 생사가 결정되지 않은 업계 2위 도시바의 자리를 쟁탈하기 위한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도시바뿐만 아니라 인텔, 마이크론,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중국 기업들도 3D 낸드 양산을 선언한 상황"이라며 "최대 분기점인 64단 3D 낸드의 경우 최초 경쟁보다는 어느 업체가 가장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 관련 기사
빅데이터 시대! 대세로 떠오른 '3D 낸드'(1)
72단 3D 낸드 기술을 확보하라! 본격 경쟁 '돌입'(2)

 

회원가입 후 이용바랍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