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의 블루오션, 일본 제조사와 손잡고 있는 K-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K-배터리
ESS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 중인 K-배터리

[테크월드뉴스=김준혁 기자] 한동안 전 세계 전기차의 배터리 공급은 대한민국이 책임져 왔다. 초기 전기차 대다수는 성능과 효율성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대한민국이 개발 및 제조하는 삼원계 배터리는 이러한 시장의 요구에 완벽히 부합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전기차 보급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자 상황은 역전 됐다. 전기차의 성능보다는 가격으로 시장의 무게 중심이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때문에 성능은 일부 포기하더라도 가격이 훨씬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를 찾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K-배터리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중국산 배터리의 파상공세에 대응 중인 K-배터리의 다양한 노력을 살펴 봤다.

포르쉐의 전기차 타이칸 등에 탑재되며 한동안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지배했던 K-배터리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 [사진=포르쉐]
포르쉐의 전기차 타이칸 등에 탑재되며 한동안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지배했던 K-배터리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 [사진=포르쉐]

 

▶ 완벽하게 역전된 K-배터리와 중국산 배터리의 지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의 전 세계 점유율은 중국 제조사에 역전당한지 오래다. [사진=포르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의 전 세계 점유율은 중국 제조사에 역전당한지 오래다. [사진=포르쉐]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의 총 사용량을 집계한 결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 3사의 점유율은 23.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대비 1.6% 하락한 수치다. 각 제조사별로 살펴봐도 하향세는 뚜렷하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점유율이 14.1%에서 13.6%로 하락하며 전체 순위에서도 한 단계 내려간 3위에 머물렀다. 

반면 1위인 중국 CATL의 점유율은 2022년 대비 0.6% 상승한 36.8%였다. 상승세보다 눈에 띄는 것은 국내 3사의 수치를 합친 것보다 높은 점유율이다. 테슬라를 비롯해 독일 자동차 제조사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CATL의 영향력은 점차 거대해지고 있다. BYD의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이미 테슬라를 제치고 전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로 등극한 BYD는 배터리 제조사로도 유명하다. 이 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BYD는 LG에너지솔루션을 2.2% 차이로 따돌리며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K-배터리와 중국산 배터리의 점유율 차이는 매년 벌어지고 있다. 과거의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부족한 성능과 신뢰도가 낮은 품질로 인해 외면 받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저렴한 가격과 꾸준한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소위 파괴적 혁신을 달성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LFP 배터리는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이 붙은 삼원계 배터리와 근소한 성능 차이를 보이며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격차가 매년 심화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 전기차 시장의 블루오션, 일본 제조사와 손잡고 있는 K-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은 전 세계 1위 자동차 제조사인 토요타의 차세대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전 세계 1위 자동차 제조사인 토요타의 차세대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 같은 상황을 K-배터리 제조사들이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다. 중국산 배터리에 내준 점유율 1위 자리는 당장 되찾기 어렵더라도 공급처 확대와 새로운 기술 개발로 전기차 배터리 강국의 지위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그중 대표적인 방식이 일본 자동차 제조사와의 협업이다. 사실, 그동안 일본은 전 세계 자동차 흐름과 다소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전 세계적인 자동차 시장과 산업의 중심이 전기차로 빠르게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전통적인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기술 개발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전기차로의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된 현 시점에서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도 뒤늦게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런 상황을 놓치지 않고 지난해부터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3대 자동차 제조사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미 2022년 9월 혼다와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체결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0월 토요타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도 성사시켰다. 해당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연간 20GWh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장기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계약이 주목을 받는 것은 전 세계 1위 규모의 자동차 제조사인 토요타가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개발하는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최초로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이 토요타와 체결한 연간 20GWh의 배터리 규모는 80kWh 용량의 전기차를 연간 25만 대 가량 제조할 수 있는 것이기에 현재 침체기에 빠진 K-배터리의 분위기를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K-배터리

BMW iX 같은 고성능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해 왔던 삼성SDI 등의 K-배터리 제조사들은 그 어떤 곳보다 수준 높은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BMW]
BMW iX 같은 고성능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해 왔던 삼성SDI 등의 K-배터리 제조사들은 그 어떤 곳보다 수준 높은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BMW]

오늘날 전기차 배터리는 국내 업계가 주도하는 NCM(니켈, 코발트, 망간) 계열의 삼원계 배터리, 그리고 중국 제조사가 강세를 나타내는 LFP 배터리로 양분화되고 있다. 배터리의 양극제를 구성하는 화학 물질에서 두 방식은 큰 차이를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액체 전해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한계를 보여준다. 

따라서 자동차 업계와 대다수 전문가들은 전고체 배터리야말로 현재의 전기차와 배터리가 가진 단점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궁극의 기술로 여기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전고차 배터리 기술 개발에서 K-배터리 제조사들이 중국 제조사들을 크게 앞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제조사별로 전고체 배터리의 대표적인 분야인 고분자계와 황화물계를 고르게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K-배터리의 밝은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 

국내 3사 중에서도 특히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2023년 전고체 배터리 시험생산 라인을 완공한 뒤, 시제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삼성SDI는 2027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도 만만치 않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외에도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까지 함께 개발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은 황화물계보다 뒤쳐지지만 기술 개발이 상대적으로 쉬운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를 2026년 우선 양산할 계획이다. 이어 2030년에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양산까지 마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SK온 또한 2026년과 2028년 각각 시제품 생산, 상용화 목료를 제시한 뒤 고분자계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동시에 개발 중이다. 

 

▶ ESS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 중인 K-배터리

ESS는 K-배터리 제조사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또 다른 기술 개발 영역 중 하나다. [사진=셔터스톡]
ESS는 K-배터리 제조사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또 다른 기술 개발 영역 중 하나다. [사진=셔터스톡]

K-배터리 제조사들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새로운 공급처를 찾거나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탓에 줄어든 점유율과 수익률을 당장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 때문에 K-배터리 제조사들은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장치) 기술 개발 및 투자를 병행하며 새로운 활로를 찾는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 세계 ESS 시장 규모는 2022년 152억 달러에서 2030년 395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큰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신재생 에너지의 틈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나름의 방식으로 대비를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미국 애리조나에 3조 원을 투자해 ESS용 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곳에서 2026년 ESS 전용 LFP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며, 2028년까지 ESS 부문 매출을 5조 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I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올해 안으로 일체형 ESS인 SBB(삼성 배터리 박스)의 판매 규모를 늘리는 한편, 새로운 중대형 ESS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SK온은 미국 시장에서 신재생 에너지와 연계된 ESS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전기차 충전 사업용 ESS와 선박용 ESS 시장을 개척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배터리 제조사를 향해 기운 무게의 추를 K-배터리가 되찾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전기차 업계 전문가는 “K-배터리가 전 세계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일본 자동차 제조사와 손을 잡고, 전고체 배터리를 빠르게 양산한다면 미래 전기차 시장의 판세를 바꿀 가능성도 없지 않다”면서도 “그 전까지 가장 중요한 점은 K-배터리 제조사들이 중국 배터리 제조사와의 격차를 최소한으로 유지해 미래의 역전극을 준비할 발판을 마련하는 일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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