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장점이었던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 집중하는 삼성 SDI
고성능과 저가 등 다양한 배터리 라인업을 구축 중인 삼성 SDI
공급처와 투자 확대로 장기전을 준비 중인 삼성 SDI

[테크월드뉴스=김준혁 기자] 한동안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호령하던 K-배터리가 위기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무서운 성장 때문이다. 후발주자라는 이유로 국내 기업들이 등한시 하던 사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바탕으로 한 저렴한 가격과 빠른 기술 성장으로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업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소위 빅3로 불리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중 이번에는 삼성 SDI의 대응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삼성SDI는 수익을 개선하고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삼성SDI는 수익을 개선하고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7위를 기록한 삼성 SDI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 성장을 이루며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7위를 기록했다. [사진=셔터스톡]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 성장을 이루며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7위를 기록했다. [사진=셔터스톡]

삼성 SDI의 지난해 성적은 사실 나쁘지 않았다. 지난 해에만 22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삼성 SDI의 핵심 사업이라 할 수 있는 전지 부문에서는 성과가 좋지 못했다. 전지 부문 매출은 2022년 대비 6.4% 감소한 4조9983억 원이었다. 영업 이익 또한 전년 대비 37%나 감소한 2261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세부 내역 중 전기차에 탑재되는 중대형 전지 분야에서는 매출이 늘어나기도 했다. 실제로도 시장 조사 업체인 SNE리서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 SDI의 2023년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2022년 대비 약 36.1%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 됐다. 

그러나 2023년 전 세계 시장에서 삼성 SDI의 점유율 순위는 2022년 6위에서 한 계단 하락한 7위였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회복하면서 모든 배터리 업체들이 동반 성장했기 때문이다. 즉, 삼성 SDI의 2023년 성적은 혼자만 잘해서 기록한 것이 아닌, 전기차 시장 전체가 회복하면서 이룬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 최대 장점이었던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 집중하는 삼성 SDI

향후 삼성SDI의 행보가 기대되는 것은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 분야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셔터스톡]
향후 삼성SDI의 행보가 기대되는 것은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 분야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셔터스톡]

삼성 SDI는 날이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 중이다. 그중 하나가 기존의 장점이었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전략이다. 

그중 하나가 전고체 배터리 개발이다. 전고체 배터리란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를 의미한다. 액체 전해질이 갖고 있던 외부 온도 변화에 따른 성능 저하, 불안정성을 모두 해결할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삼성 SDI는 현재 전 세계에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서 가장 앞선 곳으로 평가 받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삼성 SDI는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투자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 국내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시험 생산 라인을 구축한 바 있다. 이곳에서 시험 생산된 전고체 배터리는 이미 일부 고객사에 제공돼 성능 및 내구성 테스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삼성 SDI는 지난해 말 전고체 배터리 사업화 추진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해당 팀을 통해 삼성 SDI는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전달한 고객사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이를 반영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후발 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 고성능과 저가 등 다양한 배터리 라인업을 구축 중인 삼성 SDI

삼성SDI는 BMW에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공급하며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공략 중이다. [사진=BMW]
삼성SDI는 BMW에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공급하며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공략 중이다. [사진=BMW]

삼성 SDI가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양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남은 만큼 현재 보유 중인 기술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분야에도 진출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삼성 SDI는 전기차용 주력 배터리인 니켈, 코발트, 망간으로 구성된 NCM 삼원계 P5 배터리에 대한 투자도 여전히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 SDI의 P5 배터리는 기존 전기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약 20% 높고, 제작비는 20% 이상 낮춘 것이 특징이다. 비결은 니켈 함량이 88%를 넘어서는 하이니켈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를 사용한 데 있다. 

현재 전기차 시장의 중심이 저가형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고 하지만, 시장 한켠에는 고성능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도 분명 존재한다. 삼성 SDI는 P5 배터리를 통해 이른바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해 점유율 싸움보다는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 SDI의 P5 배터리는 BMW의 고성능 전기차인 i4와 iX를 비롯해 플래그십 전기차 i7에도 탑재되며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삼성 SDI가 지난해 전기차용 전지 분야에서 매출을 확대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프리미엄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삼성 SDI는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시장으로 자리잡은 보급형 저가 배터리 시장의 대응 전략도 준비 중이다. 물론, 당장 시장에 내세울 수 있는 LFP 배터리를 삼성 SDI가 보유한 것은 아니다. 다만, 2026년 LFP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올해 초 울산시와 협약을 맺고 1조 원대 투자를 진행한다 밝히기도 했다. 또한 양극소재 자회사인 STM에도 400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투입했다. 

 

▶ 공급처와 투자 확대로 장기전을 준비 중인 삼성 SDI

삼성SDI는 유럽에서 판매될 현대차에 차세대 P6 배터리 공급 계획을 밝히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삼성SDI는 유럽에서 판매될 현대차에 차세대 P6 배터리 공급 계획을 밝히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삼성 SDI는 기존에 배터리를 공급하던 자동차 제조사 외에도 고객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다. 구체적으로 삼성 SDI는 지난해 10월 유럽에서 판매될 현대차의 차세대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각각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서 손 꼽히는 선두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삼성 SDI와 현대차가 손을 잡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삼성 SDI가 현대차에 공급할 배터리는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P6 배터리다. 니켈 함량을 기존 88%에서 91%까지 높이고 음극재에 독자 개발한 실리콘 소재를 적용해 에너지 밀도를 기존보다 높인 것이 특징이다. P6 배터리는 삼성 SDI의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해 현대차의 유럽 공장에 직접 공급돼 가격 경쟁력까지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삼성 SDI는 차세대 P6 배터리를 생산할 헝가리 공장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도 진행 중이다. 새로운 공장은 헝가리 괴드에 위치한 2공장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건설되고 있다. 대외에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천 억 원 규모에 달하는 금액이 투입돼 유럽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전초 기지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삼성 SDI는 앞서 언급한 주요 고객사인 BMW와 현대차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긍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최근 중국 배터리 업체들에게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잃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가고 있으며, 미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좌우할 전고체 배터리와 LFP 배터리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도 전기차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삼성 SDI가 확실한 고객과의 계약을 장기적으로 유지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며 “몇 년 뒤 삼성 SDI가 직접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의 실체가 밝혀진다면 삼성 SDI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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