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가입자 둔화에 깊어지는 고민
중장기적 관점 비통신 사업에 집중
제4이동통신사 사업성 매력 없어

[테크월드뉴스=양승갑 기자]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7개 분기 연속 1조 원을 돌파했다. 다만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KT는 28.9%, LG유플러스의 경우 10.8% 감소했다. SK텔레콤(SKT)만 7.0% 상승했다.

한때 통신 3사의 성장을 이끌었던 5G 가입자 증가율은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정체기를 맞고 있다. 이에 통신 3사는 AI, 데이터센터 등 비통신 사업의 영역을 늘리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회를 모색하려는 모양새다. 한편 정부는 제4이동통신사업자의 유치를 추진했으나 사업성 미비로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통신 3사의 성장을 이끌었던 5G 가입자 증가율이 감소세로 돌아서며 AI 등 비통신 사업의 영역을 늘리는 모양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통신 3사의 성장을 이끌었던 5G 가입자 증가율이 감소세로 돌아서며 AI 등 비통신 사업의 영역을 늘리는 모양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G 가입자 둔화에, LTE 경쟁은 힘들고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로 호황을 누리던 통신 시장은 날개가 꺾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발표한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5G 가입자 수는 3179만 5052명으로 8월 말 대비 0.9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19년 4월 5G 상용화 이후 4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0%대를 기록한 것이다.

통신 3사들은 중간요금제 등 상품 라인업 확대를 통해 5G 가입자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LG유플러스는 데이터 최저 1GB부터 무제한까지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너겟’ 요금제를 출시했다. SKT와 LG유플러스 역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중간요금제를 신설하기도 했다.

LTE 시장에서의 경쟁도 쉽지만은 않다.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월 요금이 0원인 이른바 ‘공짜’ 요금제를 출시한 바 있다. 출혈 경쟁을 감내하고서라도 LTE 시장에서의 입지를 일단 확보하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통신 3사의 요금제는 저가 요금을 내세우는 알뜰폰 업체의 LTE 요금제와 비교했을 때 가격 측면에서 만족스럽지 않다. 굳이 LTE 이용자는 5G 서비스로 갈아탈 필요성이 없다.

더욱이 과기정통부는 11월 8일 관계부처 합동 논의를 거쳐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4만원대 중후반인 통신 3사의 저구간 5G 요금제를 3만원대로 하향하고 30GB 이하 소량 구간 5G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세분화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통신 3사의 이용약관을 개정해 5G 단말기로 LTE 요금제에 가입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통신업계의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판단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장관이 11월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장관이 11월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하지만 통신 3사와 정부 부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규 가입자 확보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특정 요금제 가입을 강제하는 제한, 5G 데이터 품질에 대한 문제 등 통신 3사 서비스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현재 통신 3사는 고민이다. 전체적인 5G 가입자 수는 늘었지만 증가율이 하락하고 있으며 ARPU(사용자당 평균 수익)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 3분기 통신 3사 자료에 따르면 ARPU는 ▲SKT 2만 9913원 ▲KT 3만 3838원 ▲LG유플러스 2만 7300원 등이다. 전년 동기 대비 KT는 2.8% 증가했지만 S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2.3%, 6.4% 하락했다.

 

비통신 영역에서 성장 동력 찾는다

5G 가입자 증가율과 수익성 측면에서 한계를 보이기 시작하자 통신 3사는 신사업에 나서며 성장동력 발굴에 나섰다. 특히 모두 AI에 중점을 둔 가운데 각 사 실정에 맞는 차별화된 전략을 지녔다.

SKT는 ‘AI 컴퍼니’라는 목표하에 전환을 가속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오픈AI 경쟁사 앤트로픽에 투자하고 AI 반도체 전문기업 사피온과 협력하기도 했다. AI 컴퍼니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히 B2C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에이닷을 정식 출시하며 서비스 고도화에 나섰다. 이는 AI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함으로 향후 AI 경쟁력의 승부처라 평가받는 개인비서 서비스 공략과도 연관됐다.

KT의 경우 거대언어모델(LLM) 믿음과 AI컨택센터(AICC) 등으로 AI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업스테이지, 콴다 등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생성형 AI 생태계 확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스마트물류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KT는 e커머스 플랫폼 롯데온과 손잡고 롯데마트 온라인 주문 배송 업무에 AI 운송 최적화 플랫폼 ‘리스포’를 적용하기도 했다. 적용 결과, 운송 거리는 최대 22%, 운행 시간은 11% 절감했다. 장기적으로 물류 운송 경쟁력을 높여 나가며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전기차 충전 사업을 위한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하며 전기차 충전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전기차 충전 사업을 위한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하며 전기차 충전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역시 AI 모델 엑사원, 익시젠 등 그룹 차원에서 AI 역량을 활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기차 충전 사업도 눈에 띈다. LG유플러스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하며 전기차 충전 사업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전기차 충전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가운데 아직 선두 주자가 명확하지 않은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신규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자 한다.

또한 공통으로 데이터센터(IDC) 사업에도 몰두하며 수익성을 향상하려 한다. 향후 AI 서비스 적용이 많아짐에 따라 기업 데이터를 관리해 주는 데이터센터의 역할이 커지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매출과 관련해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SKT 32.5%, LG유플러스 18.2% 상승했다. KT의 경우 34.5%가량 늘어났다.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사업이 포함됐다.

이처럼 통신 3사는 비통신 사업의 성장성에 주목하며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 제4이동통신사 등장 바라지만, 가능할까

28㎓(기가헤르츠) 대역을 두고 새로운 이동통신사가 등장할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지난 5월 과기정통부는 SKT에 대해 5G 28㎓ 주파수 대역에 대한 할당취소를 공지했다. 당초 할당 조건인 1만 5000대의 기지국을 구축하지 못한 까닭이다. SKT는 5월 4일 기준 1650대의 기지국을 구축했으며 KT, LG유플러스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됐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28㎓ 생태계 활성화 및 미래 네트워크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4이동통신사의 탄생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통신 시장의 과점 구조를 개선하고 소비자에게 더 나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과학기술정보통부는 제4이동통신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않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학기술정보통부는 제4이동통신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않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구체적인 지원 방안도 마련됐다. 과기정통부는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사업자를 위해 필수설비 의무제공 제도에 대한 개선책을 시행했다. 필수설비 의무제공 제도는 소비자들에게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관로, 전주, 광케이블 등과 같은 이용을 특정 사업자가 독점할 수 없도록 규정해 놓은 제도다. 제도 개선을 통해 5년간 기존 의무제공 대상설비에 포함되지 않았던 일부 설비들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제4이동통신사가 시장 진입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통신 시장은 성장에 한계가 있다. 한때 신규 사업자로 KB국민은행,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국내 주요 금융권과 기업이 거론됐었다. 이들은 타 사업자보다는 통신망 구축을 위해 투입해야 하는 비용을 일부 감당할 수 있겠지만 성장률이 정체된 이동통신 시장의 진입은 부담이다.

유일하게 미래모바일이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또한 기존의 통신 3사도 해결하지 못한 28㎓의 낮은 사업성도 과제다. 28㎓ 대역은 높은 주파수 대역을 활용해 이론상 LTE보다 약 20배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주파수 특성상 직진성이 강하고 전파 도달거리가 짧아 더 많은 기지국의 구축이 필요하다. 비용과 기술적 한계로 인해 상용화할 수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내년 통신 시장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한다.

신한투자증권 김아람 연구원은 “2024년 유무선 사업의 성장률이 더욱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5G 침투율이 이미 70%에 육박하는 데다 유선 역시 성장이 쉽지 않다”며 “다만 데이터센터 사업이 데이터 트래픽에 비례해 시장이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AI는 중장기적으로 신규 사업 기회,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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