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전송거리 줄여 용량 커도 초고속·초저지연 구현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11월 10일 경기도에서 특이하게 ‘화성 탐사 로봇대회’가 열렸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웹실시간통신(WebRTC) 전문 기업인 팀그릿이 5G MEC(Mobile Edge Computing) 특징을 극대화해 화성에 있는 탐사 로봇을 지구에서 조종한다는 관점으로 진행한 원격 레이싱 대회였다. 판교에 있는 경기혁신센터 기가홀과 2021년 초 중소벤처기업부가 KT의 기술지원을 받아 구축한 경기스타트업캠퍼스 내 5G 밀리미터파(28GHz) 테스트베드에서 진행됐다.

원격 레이싱 종목은 경기스타트업캠퍼스 내 5G·MEC 환경에 있는 RC카 로봇(카메라, 통신, SW 탑재)을 1km 정도 떨어진 경기혁신센터에서 스마트폰으로 조종하는 토너먼트 경기 형식이었다. 참가자들은 사전에 제공된 5G MEC 환경 체험 경험을 살려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실제로 5G와 MEC 기술이 만나면 고용량 데이터를 초저지연(데이터 송신∙수신 중 발생하는 시간 차가 1000분의 1초 수준으로 짧은 상태)으로 구현해 원거리에서도 로봇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날 경기혁신센터 측은 “5G MEC 환경에서는 장소나 시간을 초월해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에 대규모 인원이 다양한 디바이스로 ‘동시 접속’하는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이를 계기로 다양한 상용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MEC, 클라우드 컴퓨팅 한계 보완 위해 생겨

5G의 핵심 기술인 MEC가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의 ‘ICT 시사상식 2021’에 따르면 MEC는 데이터를 기지국 등 사용자와 가까운 가장자리(엣지)에서 처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한편에서는 다중액세스 엣지컴퓨팅이라고도 부른다. 

이 MEC 기술은 클라우드(가상 서버) 컴퓨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생겼다. 최근 비대면 상황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어떤 한계가 있는 것일까.

클라우드 컴퓨팅은 중앙 컴퓨터 한 곳으로부터 정보 기술(IT) 자원을 빌려 쓰는 구조다. 중앙 컴퓨터 한 곳에서 모든 데이터들을 받아 처리하고 다시 결과값을 내보내는 방식이다. 

네트워크 속도가 빠르진 않던 시기에는 중앙에 있는 대용량 메인컴퓨터를 이용해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에 그다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기존보다 100배에서 1000배 이상 빠른 초고속 인터넷과 초고속 모바일 네트워크인 5G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급증했다. 접속하는 기기도 많아졌을 뿐 아니라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같은 기술이 발전하며 필요한 처리 데이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MEC, 5G와 만나 속도 2배 이상 ↑

이렇다 보니 중앙 컴퓨터만으론 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또 중앙 컴퓨터에 연결된 인터넷이 끊어지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해킹을 당할 경우 한 번에 모든 데이터를 도둑맞을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과거엔 스마트폰에서 발생한 데이터는 기지국과 교환국을 거쳐 인터넷을 통해 중앙 컴퓨터에 이르는 수십, 수백 킬로미터(km) 거리의 여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MEC를 적용하면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서버에서 데이터를 직접 처리해 버린다. 

이를 통해 데이터가 중앙 컴퓨터까지 갈 필요가 없어져 그만큼 오고 가는 거리가 짧아진다. 이는기업이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빠르게 할 수 있게 돕는다. 배달 로봇이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서 중앙 컴퓨터 대신 가까운 서버로부터 정보를 받아 빠르게 피하거나 새로운 길을 찾아 서비스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MEC는 분산된 컴퓨팅 구조를 기반으로 여러 데이터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때도 이를 나눠 처리한다. 데이터를 나눠 처리해 해킹될 확률과 피해 비율을 낮추고, 데이터 과부하도 줄인다. 이것이 MEC가 5G의 핵심 기술인 이유다.

그렇다면 MEC가 5G와 만나면 속도가 얼마나 빨라질까. LG유플러스의 5G MEC 기반 모델이 적용된 부산 동원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 크레인은 원격 조종 시 데이터를 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30~40밀리세컨드(ms·1000분의1초)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기존보다 속도를 2배 정도 높였는데, 기술 발전 단계여서 차후에 시간을 훨씬 더 단축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그동안 통신업계가 MEC 방식을 쓰지 않았던 것은 특정 네트워크를 가상으로 쪼개 데이터를 처리하는 ‘슬라이싱’ 기술이 5G 단계에서 처음 나왔기 때문이다. 또 이전엔 없던 대용량 데이터 처리 수요가 크게 발생했다. IoT 기기가 급증하고 각 기업이 디지털화하면서 실시간으로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쏟아지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스마트공장 같이 데이터 전송 지연시간을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낮춰야 하는 신사업도 급성장세다.

통신 3사, 주인 없는 국제표준 노린다 

MEC는 아직 기술적으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 보니 5G MEC를 어떻게 구현할 지에 대해 세계적으로 통일된 표준이 없다. 핵심적인 기반 기술임에도 아직 주인이 없는 셈이다. 기업신용정보업체인 나이스디앤비가 11월 18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는 현재 관련 프레임워크(framework·틀)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에 관한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SK텔레콤(SKT), KT, LG유플러스는 주인 없는 ME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있다. 이를 위해 여러 수요처를 개발하며 5G MEC에 관한 동맹을 맺고 있다. 

SKT는 지난해부터 ‘브리지 얼라이언스(동맹)’와 5G에 기반해 컴퓨팅 서비스를 로밍(타 통신사 접속)처럼 해외와 연동할 수 있는 환경으로 구축하고 있다. 브리지 얼라이언스는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지역 최대 통신사 연합체다. 11월 21일 현재 해당 연합체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34개 회원사의 총 가입자 수는 9억 명이 넘는다.

SKT는 협력의 첫 결과물로 3월 16일 싱텔과 5G MEC를 연결해 클라우드 게임 구동에 성공했다. 싱텔은 지난해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 총회, 올해 브리지 얼라이언스에서 SKT와 5G 기술 동맹을 맺은 싱가포르 국영 기업이다. SKT는 태국에서 428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스태티스타, 10월 4일)한 1위 업체 AIS, 호주 통신사 옵투스와 손잡고 연말까지 5G MEC 허브 기능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SKT는 5G MEC 사업 선점을 위해 8월 23일 국내 5G 통신장비사들과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KT-HFR-엔텔스는 5G용 망을 운영하는 외국 회사와 공공기관에 ‘5G MEC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예컨대 스마트공장을 만들기 위해 전용망 주파수를 할당 받은 제조사가 통신 인프라 설치에 어려움을 겪으면, 3개 회사가 맞춤형 5G MEC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설계∙구축하고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개념이다. 

LG유플러스는 통신사 간 MEC 국제 제휴에 따로 나서진 않고 있다. 대신 국내 MEC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지난해 9월 구글 클라우드와 5G MEC 협력을 하기로 합의했다. 또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5G 융합서비스 발굴 및 공공선도 적용’ 사업에 항만·스마트시티·스마트 산단 분야 주관 사업자로 선정됐다.

MEC, 2027년까지 연 평균 40% 가까이 성장 전망  

MEC 시장 규모가 매년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9월 26일(현지 시간) 인도 시장조사기관 KBV리서치는 세계 MEC 시장이 2021~2027년 연 평균 39.1%씩 성장해 2027년 167억 달러(19조 873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 요인으로는 ▲저지연에 대한 수요 증가 ▲AR∙VR 기술에 대한 개선 요구 증가를 꼽았다. 네트워크 대기 시간을 줄이고 초고화질(4K) 영상과 같은 서비스의 성능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저지연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데이터 양 급증도 MEC 시장의 확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5G 모바일 트래픽 전망' 보고서에서 5G 데이터 트래픽이 2026년에 최소 세 배 이상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선 ▲5G 주파수만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독모드 상용화 ▲5G 융합서비스 기술 규격을 포함한 관련 표준 제정 등 5G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MEC 적용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월 26일 열린 “제4차 5G+ 전략위원회’와 관련한 안건자료에서 ‘한국은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했으나, 5G를 활용한 서비스는 전통적인 이동통신 서비스(B2C) 위주”라며 “단독모드가 상용화되면 5G 핵심기술인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해 기업 간 거래(B2B) 가입자에 특화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사 간 동맹과 신사업 발굴 등은 활발히 일어나고 있지만 B2B 상용화와 다양한 사업자 참여를 통한 시장 활성화는 저조한 상황이다. MEC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와 활성화를 위해 업계에선 B2B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MEC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시간 영상분석, 스마트공장 등 저지연 B2B 서비스 등장이 선제적인 투자 부족으로 지연되면 해외 선도 사업자가 국내 시장을 선점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시장 참여 기반을 조성해 MEC 생태계 활성화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와 개발자 중심의 서비스 환경을 조성하고 표준화해야 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가 지난해 10월 8일(현지 시간) 발간한 ‘글로벌 5G 프로그레스’에 따르면 주요 22개국 중 한국의 5G 진척도가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5G망 통신 품질은 LTE만 못한 상황이다. 5G 특화망 고도화뿐만 아니라 5G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 MEC 기반의 활성화 전략이 5G 서비스를 최적화·지능화하는 서비스 확산 측면에서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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