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뉴스=서유덕 기자] 사람들은 인공지능(AI)이 최근에 개발된 기술이라고 생각하지만, 근원을 따져보면 상당히 오래된 기술이다.

‘컴퓨팅’은 계산기에서 시작된 단어다. 계산기의 가감승제 기능은 덧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이는 전가산기와 반가산기라는 회로를 기반으로 시작됐다. 전가산기 회로는 진공관으로도 구현할 수 있는 간단한 구조다. 즉, 컴퓨터는 진공관에서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이효승 네오와인 대표
이효승 네오와인 대표

1883년 에디슨이 진공 상태에서 가열된 금속으로부터 전자가 방출되는 현상을 발견했고, 1907년 리 디 포리스트(Lee de Forest)가 3극 진공관을 만들었다. 오늘날 고속 컴퓨팅의 기원이 된, 1947년 7월 작동을 시작한 펜실베니아 대학의 ‘에니악(ENIAC)’에는 1만 8600개의 진공관이 사용됐다.

진공관
진공관

진공관의 큰 소모전력과 크기를 줄인 트랜지스터는 1947년 미국 벨 연구소의 바딘(Bardeen), 브래튼(Brattain), 쇼클레이(Shockley) 등이 만들었다. 현대 컴퓨터의 기원이 된, 2300개 규모의 트랜지스터로 구성된 4비트(bit) CPU ‘인텔 4004’는 1971년 등장했다.

64비트 프로세서가 만들어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CPU에 내장된 프로세서의 게이트(Gate) 규모가 커지면서 트랜지스터의 폭이 점점 좁아졌다. 게이트는 트랜지스터 6개로 구성되는데, 이것을 작게 만들수록 단위 소모전력과 속도가 증가한다. 그리고, 구동 전압이 낮아지는 효과 덕분에 전체 소비전력은 줄어든다.

범용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 진화(출처: MDPI)
범용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 진화(출처: MDPI)

기존 플래이너(Planar) 방식은 회로의 한 면만을 제어하는데, 트랜지스터의 베이스가 미세화되고 고속화될수록 누설 전류 발생량이 늘고 고속 스위칭이 어려워지므로, 정션 구조를 세로로 세울 필요가 생겼다. 지금 반도체 미세 공정에 적용되는 ‘핀펫(FinFET)’ 기술은 트랜지스터 접합을 고속화하기 위해 정션 구조를 상어 지느러미처럼 세로로 세운 것이다. 그만큼 누설전류가 줄고 컨트롤 속도가 빨라진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는 3㎚ 공정부터 GAA(Gate All Around)라는 새로운 구조를 적용하겠다고 언급했다. GAA는 핀펫보다 누설전류와 게이트 컨트롤을 더 정확하고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

(출처: 삼성전자)
(출처: 삼성전자)

필자 같은 386세대는 1960년대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빠르게 기술이 변하는 시대를 몸소 느껴 왔다. 전자공학 전공자로서, 삼성전자에서 시스템반도체 개발을 시작해 현재도 현업에서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1.6㎛, 0.8㎛, 0.5㎛, 0.35㎛, 0.28㎛, 0.22㎛, 0.18㎛, 0.13㎛, 90㎚(이 단계부터 나노미터 단위를 사용), 65㎚, 48㎚, 32㎚, 28㎚, 22㎚, 18㎚, 16㎚, 14㎚, 10㎚, 8㎚, 7㎚, 6㎚, 5㎚, 3㎚, 2㎚ 공정으로 개발되는 반도체를 봐 왔는데, 앞으로 인류가 1㎚ 미만의 선폭을 갖는 반도체를 개발할 날도 머지않았다.

게이트와 선폭이 반감될수록 회로의 집적도가 ‘가로×세로=면적’의 공식에 의해 2×2=4배로 증가하게 된다. 테슬라는 미국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에서 전기차용 반도체를 14㎚ 공정을 사용해 생산할 듯하고, 엔비디아의 RTX3080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8㎚ 공정으로 기흥에서 양산되고 있다. 애플의 M1 칩은 TSMC에서 5㎚ 공정으로 제작된다. 앞으로 1㎚ 공정 반도체가 나온다면 산술적으로는 현 엔비디아의 8㎚ 반도체보다 64배의 컴퓨팅 성능을 낼 수 있게 된다. 즉, 반도체 집적률이 더 오를 수 있고, 이에 따라 아직 성능개선의 여지는 많다는 의미다. 또한, 최근 누설전류에 의해 그 효과가 반 정도로 줄긴 했으나, 이론상 회로 선폭과 베이스의 크기가 반으로 줄면 소비전력도 1/4로 감소한다.

1970~2020년간 무어의 법칙에 따른 반도체 칩의 변화(출처: Our World in Data)
1970~2020년간 무어의 법칙에 따른 반도체 칩의 변화(출처: Our World in Data)

2021년 9월 28일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약 448조 3000억 원으로, TSMC의 시총 약 689조 5000억 원에 못 미친다. 과거 TSMC는 기업 규모 면에서 삼성전자의 1/10에도 못 미치던 회사였으나, 어느새 삼성의 1.5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예전에 가전, 컴퓨터, 반도체, 통신의 4개 사업부로 구성돼 있었고, 반도체는 메모리와 시스템으로 나뉘어 있었다. TSMC는 산술적으로 삼성 전체의 1/8 규모에 불과한 파운드리 사업만으로 지금 같은 고속 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이런 성장의 배경은 수십 개 회사가 참여하는 웨이퍼 공정, 수천 개 회사가 검증하는 시스템 덕분일 것이다. 각 공정 프로세스마다 요구되는 IP는 다 다르므로, 파운드리는 가능한 한 많은 IP를 보유하고 검증해 둬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가격과 공정이 중요 고려 요소의 전부이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검증된 IP가 필요한 때다. 따라서, 지금의 핵심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회사가 공정을 사용하는가”, “얼마나 많은 IP가 시장에서 검증됐는가”다. 이 세상은 어떤 사람 한 명 또는 조직 하나가 독점할 수 없다. 향후 반도체 미세공정의 열쇠인 GAA 기술 역시 1883년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이후, 즉 ‘에디슨 효과’가 발견된 이후 138년 동안 수십억 천재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세상은 어떤 한 사람이나 조직(회사)이 독점할 수 없고, 반도체 기술과 사업 또한 마찬가지다. 공유경제라는 것은 얼마나 내 것을 잘 공개하고 공동으로 개발할 수 있는 풀(pool)을 만드는가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것 아닐까?

글을 쓰다 보니 인공지능 반도체 이야기가 길어졌다. 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 이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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