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가상 외교’를 실험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 대표적인 형태는 바로 화상 회의를 통한 외교다. 

지난 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정상 회담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화상으로 가졌다. 백악관을 떠나지 않은 채 그는 2월에 영국 런던에서 열린 G7 정상들의 화상 회의에 참석했다. 같은 날 독일로 건너가 뮌헨 안보 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했고, 3월에는 쿼드(미국, 호주, 인도, 일본)의 첫 정상 회담에도 화상으로 참석했다. 4월에는 기후 정상 회의를 개최해 40명의 세계 정상을 스크린으로 불러 모았다. 

이를 통해 전 세계를 비행하는 데 익숙한 외교관들은 국가의 재정을 아낄 수 있었다. 국제적인 이동을 멈추면서 비행기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등을 줄여 지구를 구하는 데도 한 몫 했다.

물론 코로나로 불편한 외교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소하게는 최근 열린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회의장의 의석 간 사회적 거리가 충분히 떨어지지 않아 이메일로 투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 때 외교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한 것은 차(tea)가 아닌 기술이었다. 줌과 마이크로소프트 팀즈(Teams), 기타 기술 기반의 플랫폼은 돌발 상황에서도 외교가 이어질 수 있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이후 기술이 외교에 가져온 변화에 대해 다음 3가지를 언급하기도 했다. 첫 번째는 외교 세계에서 기술 도구의 채택이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특히 페이스북의 메신저 앱인 ‘왓츠앱(WhatsApp)’과 암호화된 메신저 앱인 ‘시그널(Signal)’이 많이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해 해외 근무에서 사용될 보안 비디오 기술에 대한 투자가 향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에서 유럽연합(UN)의 ‘혁신 셀(Innovation Cell)’을 이끌고 있는 마틴 와흘리쉬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코로나로 뉴욕의 의사 결정권자들에게 분쟁 지역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가상 현실(VR) 기술의 채택이 촉진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기존 보고서를 대체할 ‘브리핑의 미래’라고 설명했다. 

코로나로 인한 이동 제한 조치는 안보리의 브리핑에 사용될 몰입형 스토리텔링에 관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현재 해당 프로젝트는 아프리카의 예맨과 수단 그리고 남미의 콜롬비아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언급한 두 번째 변화는 화상 회의로 외교 무대의 생산성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전 세계 사람과의 교류가 기존보다 간단해졌다. 로즈마리 리칼로 UN 정무 담당 사무 차장은 이코노미스트에 “예전처럼 계속 공항이나 도로에 있을 필요가 없어 더 많은 사람에게 연락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줌을 비롯한 화상회의 관련 플랫폼을 사용하기 전엔 외교관들이 요즘 같으면 거의 참석하지 않았을 연설과 회의에 참석해야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가상회의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측면은 이뿐만이 아니다. G20이나 아세안 정상 회의에 대통령과 총리를 모으려면 몇 달이 걸리지만, 영상 화면에서는 훨씬 빠른 시간 내에 이들을 모을 수 있다. 평화 회담도 마찬가지다. 가상 플랫폼을 활용하면 비행시간 등으로 데려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사람들을 빠른 시간 내에 불러모을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가상 회의가 전통적인 외교의 자질구레한 형식과 ‘거만함’을 제거한다고 설명했다. UN 안보리의 한 외교관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상 회의가 “모두를 평등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그들의 침실에, 당신은 당신의 침실에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변화로는 코로나가 세계 평화를 위한 외교적인 노력에 더 많은 목소리를 담는 방식의 실험을 가속화시켰다는 점을 언급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인도주의 대화 센터는 여성과 청년 등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들을 이동시키기가 어려웠다. 

이에 관계자들은 문제 해결의 방식을 기술로 바꿔 이들을 빨리 데려오는 방법을 찾았다. 뉴욕에 있는 관련 혁신 셀은 통상적으로 시장 조사에 사용되는 상업적인 툴을 ‘대규모 동기식 대화’에 맞게 바꿨다. 이런 디지털 포커스 그룹은 문자 채팅처럼 느껴지지만, 여론 조사의 규모를 갖고 있어 대표성을 갖는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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