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선연수 기자] TV 시청 경험과 콘텐츠 소비 방식은 주문형 스트리밍 서비스가 존재하기 훨씬 전부터 DVR(Digital Video Recorder)의 등장과 함께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DVR을 활용해 위성, 케이블,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TV 아래의 드라이브에 저장된 콘텐츠로 스트리밍할 수 있던 것이다.

 

이 모델은 지금도 활용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구독형 TV 서비스를 최신 스트리밍 서비스 또는 앱과 함께 이용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앱에 기반한 서비스들이 방송 플랫폼에 통합돼, 하나의 정교한 ‘TV 허브’를 구축하기도 한다. 그러나 콘텐츠 소비 방식은 계속 바뀌고 있다.

인터넷 연결성능이 대폭 향상되면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의 질도 높아졌다. 즉,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원격으로 저장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되는 디지털 콘텐츠가 고해상도로 전환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8K TV는 3300만 개가 넘는 엄청난 수의 픽셀을 가진다. 그러나 역설적인 부분은 시청 기기에서 스토리지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고해상도 콘텐츠의 확산을 고려하면 스토리지 수요가 감소하는 것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이는 오히려 8K TV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도입될 것이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8K의 정의

8K, 정확히 말해 7680이라는 숫자는 현재 8K UHD(울트라 HD) 텔레비전 방송 표준을 구성하는 픽셀 가로 선의 개수다. 또한, SD(표준화질), HD(고화질), 4K UHD를 거쳐 발전된 기술 그 자체를 일컫는 표현으로도 쓰인다. 8K 이미지의 총 픽셀 수는 7680에 4320을 곱한 것으로, 앞서 언급한 3300만 개를 조금 상회한다.

2020년, 독일 연구기관 프라운호퍼 협회(Fraunhofer Society)는 H.266 또는 VVC(Versatile Video Coding)라고 불리는 코덱 표준을 새롭게 발표했다. 새로운 코덱은 기존의 H.265 코덱 대비 무려 50%가량의 효율성 개선을 지원한다. 프라운호퍼 협회는 1970년대부터 코덱 기술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왔으며, 가장 유명한 코덱이라고 할 수 있는 MP3 개발에도 참여한 바 있다.

 

8K 이미지의 총 픽셀 수는 7680에 4320을 곱한 것으로, 앞서 언급한 3300만 개를 조금 상회한다

 

코덱이란?

그렇다면 코덱 기술에서 8K 시대의 실현을 앞당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압축되지 않은 고해상도의 디지털 콘텐츠의 원본은 방송사에서 최종 사용자에게 전송될 때 차지하는 저장 공간이 상당하다. 예로, 시네마 퀄리티로 촬영된 2시간 분량의 압축되지 않은 8K 영상 파일은 35TB(테라바이트)를 넘는다. 더 높은 프레임 속도와 컬러 비트 뎁스(Color bit depth)를 가질 경우 용량은 더 커진다.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인코더를 통해 영상을 압축하고, 다시 디코더를 통해 압축을 해제해야 한다. 이 두 과정을 합쳐 ‘코덱’이라고 부른다.

비디오 코덱은 복잡한 압축 알고리즘을 통해, 압축되지 않은 디지털 영상 프레임 상에서 유사점을 삭제하고 차이점만 인코딩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때 코덱의 효율성은 전송된 방송 영상 신호를 디코딩하는 컴퓨팅 성능에 좌우된다.

무손실 압축을 제공하는 오디오 코덱도 일부 있으나, 대부분의 코덱은 일반적으로 손실 압축이기 때문에 디코딩 후 재생된 영상은 원본 영상과 항상 같지는 않다. 즉, 손실을 최소화하고 압축을 최대화하는 코덱의 성능은 일련의 방송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인코딩된 비디오 스트림은 보통 초당 메가비트(Mb/s) 단위로 측정되며, 이를 비트 레이트(bit rate)라고 부른다.

 

비트 레이트 설정

대부분의 코덱은 이미지의 복잡성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하는 비트 레이트를 처리하기 위해 가변 비트 레이트(VBR, Variable Bit Rate)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군중을 파노라마로 촬영한 영상을 떠올려보면 프레임 간 변화가 극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비트 레이트 통제가 필요할 경우 고정 비트 레이트(CBR, Constant Bit Rate)를 사용하기도 한다.

비트 레이트는 사용된 코덱의 종류뿐만 아니라 프레임 속도, 색채 강조 등 이미지의 복잡성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일부 방송사는 가용 대역폭을 고려해 압축률을 더 높이기도 한다.

현재 사용되는 해상도별 비트 레이트는 다음과 같다.

- SD: 0.5~2Mb/s

- HD: 3~9Mb/s

- 4K UHD: 10~30Mb/s

- 8K UHD: 60~80Mb/s (H.265 적용 시)

 

H.266 시대의 도래

새로운 H.266 코덱이 기존 H.265 대비 비트 레이트 효율성을 50% 높여주면, 8K 콘텐츠는 H.266 기준 30~40Mb/s의 비트 레이트를 달성할 수 있다. ‘8K 12bit 60Hz’ 포맷의 압축되지 않은 비트 레이트는 대략 72Gb/s(초당 기가비트)에 달하므로 이는 기적과 같은 성능 업그레이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H.266의 디코딩 하드웨어는 현재 개발 중인 단계로 아직 시중에 적용되지 못한 상황이다.

새로운 표준이 등장할 때마다 코덱 효율성 개선과 함께 새로운 효과도 추가된다. [그림 1]은 H.265로 달성할 수 있는 비트 레이트 감소 정도와 H.266을 도입해 효율성이 50% 개선될 경우의 비트 레이트를 나타낸다.

 

[그림 1] 4K UHD TV 스트리밍 시 코덱별 비트 레이트 비교

 

8K와 코덱의 미래, 그리고 스토리지

과거의 디지털 콘텐츠는 주로 가정 내 TV와 연관성이 높았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모바일 기기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간에 존재하며, 어디서나 생성·소비되고 있다. 오토모티브 분야에서도 자율주행 등 운전자에게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영상 처리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코덱의 효율이 높아짐으로써, 네트워크 끊김이나 막대한 스토리지 성능 없이도 더 많은 기기와 엔드 포인트에 한층 개선된 해상도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최신 코덱 기술의 혜택으로 게임과 가상현실 분야에서도 새로운 트렌드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스토리지는 이 전환의 중심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웨스턴디지털은 다양한 환경에서 데이터 전송과 저장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차세대 애플리케이션을 계속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

 

완전히 새로운 영역, 8K

8K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다. 8K는 TV 디스플레이보다는 데이터 효율성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영역이다.

경제학에는 효율성이 증가하면 결국 사용량도 증가한다는 것을 설명하는 ‘제본스의 역설(Jevons paradox)’이라는 용어가 있다. 예로, 자동차의 엔진 효율이 높아지면 결국 주행 거리는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코덱의 효율성이 대역폭과 스토리지에 대한 부담을 낮추더라도, 결국 늘어나는 8K 수요에 대응하는 처리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코덱 효율이 높아져도 더 큰 데이터 스토리지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 역설이 스토리지 시장 확대를 견인할 것이다.

 

코덱의 효율성이 대역폭과 스토리지에 대한 부담을 낮추더라도, 결국 늘어나는 8K 수요에 대응할 처리 능력이 필요하다

글: 크레이그 램(Craig Lamb) 웨스턴디지털 기술전문가 겸 FAE(Field Application Engineer)
자료제공: 웨스턴디지털

- 이 글은 테크월드가 발행하는 월간 <EPNC 電子部品> 2021년 2월 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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