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승 비주얼캠프 공동창업자 인터뷰

[테크월드=이혜진 기자] 모두가 성공을 자랑할 때 실패를 말하는 사람이 있다. 지난달 서울시 마포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박재승(60) 비주얼캠프 공동창업자가 그 예다.

그에 따르면 비주얼캠프의 또 다른 공동창업자인 석윤찬(49) 대표는 과거 ‘3번 정도 사업에 실패했던’ 사람이다. 6년 전 사업에 거듭 실패했던 사람과 회사를 차린 이유에 대해 그는 “실패하면 올바른 길을 찾아낼 수 있다”며 “그래서 우린 실패할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은 불안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재승 비주얼캠프 공동창업자와의 일문일답이다.

박재승 비주얼캠프 공동창업자가 인터뷰 후 자세를 취하고 있다.

- 비주얼캠프는 ‘시선 추적 기술’로 먹고 사는 기업이라고 알고 있다. 시선 추적 기술이란.  

사용자가 화면에서 어디를, 얼마나, 오랫동안 보고 있는지를 파악해 데이터로 추출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로 손을 대지 않고도 화면을 넘길 수 있고, 원격수업에서 학생들의 화면 집중도를 파악할 수 있다.

- 그런데 이미 독일의 센소모토릭 인스트루먼츠와 토비(Tobii)에서도 시선 추적 기술을 개발했다.

토비와는 서로 다른 시장이다. 토비 제품은 적외선카메라가 장착된 하드웨어가 필수다. 우리의 주력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인 ‘시소(SeeSo)’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시선추적기술로 현재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시장을 먼저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말씀하신 제품이 놀이기구 이름 같다.

사실 보는 것엔 엄청난 정보가 숨어있다. 그런데 그 정보가 잘 활용되지 않고 있다. 시소(SeeSo)는 ‘보고(See)난 후 그래서?(So?)’라는 뜻이다. 시선의 정보를 분석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들어있다.

- 그런 포부로 어떤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나.

우리나라에선 최근 웅진, 구루미 등 메이저 업체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유명 e-book 업체와는 기술 계약만 돼 있다.

중국에선 스마트폰 제조사인 오포와 기술 개발 계약을 맺고 향후 상용화를 위해 협의하는 과정에 있다. (중국의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는 (협업이) 좀 지체돼 있긴 한데 텐센트의 클라우드 쪽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 개발자가 시소를 접근 가능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나.

한 번 켤 때마다 0.01달러(약 11.34원)를 받는다. 심지어 한달에 1만건까진 공짜다. 하드웨어 제품(리모트킷, VR)은 시소보다 비싸지만 대량으로 생산하면 단가가 더 내려간다.

- 기술 오류도 개발자에게 중요한 문제다. 혹시 시소에도 기술 오류가 있나.

요즘 정확도가 많이 개선됐다. 2018년 초기엔 (시선 추적이) 위, 아래 정도만 가능했는데 이젠 에러 값이 2도도 안 된다.

박재승 공동창업자와 석윤찬 대표. 사진 제공=비주얼캠프

- 공동 창업한 회사들은 많은 경우 경영권에서 갈등을 겪더라. 회사 지분을 얼마나 갖고 있나.

그건 오픈하기 어렵다. 내가 갖고 있던 지분을 그 친구한테 ‘배려’했다는 정도는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석 대표는 나에 대한 믿음이 클 것이다. ‘아, 나를 인정하는 구나’. 이렇게 생각할 테니까. 그럼 사실 (경영권 갈등은) 끝이다. 둘 사이엔 신뢰가 있어서 난 늘 싸울 준비가 돼있고 화해할 준비도 돼있다.

- 듣기엔 좋은 말이다.

그것(갈등)을 못 이겨내면 기업(운영)을 못할 것이다. 우린 맨날 싸운다. 뇌 구조가 다르니 당연하다. 그래도 내가 잘못했을 땐 쿨하게 사과하면 된다. 그래서 난 늘 사과한다. 내일도 싸울 것이다. 이게 부부 관계와 똑같다. 아니, 어찌 보면 더 중요하다.

- 석 대표는 (인터뷰이와는 달리) 기술 전문가니까 아무래도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일 것이다.

그렇다. 그것(공동 창업자 간 상호 보완성)이 확고해야 하는데 다른 공동 창업자들은 그것을 잘 못한다. (사업이) 어느 정도 돈이 되면 자기 지분이 많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싸우거든. 그러다 헤어지면 남은 사람도 망한다. 그럼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 공동 창업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석 대표는 과거 창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안다. 다른 사람과 창업해도 됐을 텐데.

기자님은 실패한 적이 없나.

- 많이 실패했다.

마찬가지다. 물론 실패가 단어 자체의 뉘앙스도 그렇고 좋은 것만은 아닌 건 맞다. 우리 석 대표는 (창업에) 한 3번 정도 실패했다. 그런데 어찌 보면 도전 정신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스타트업에선 그게 중요하다. 실패하면 올바른 길을 찾아낼 수 있다. 그래서 우린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실패를 장려하기도 한다. 스타트업은 불안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래도 불안하지 않나.

그 친구는 실패 속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많이 쌓았다. 제 생각엔 그 경험들이 좀 더 정제되면 좋은 ‘부적’이 될 것 같다. 다들 그런다. ‘이상하다, 왜 그러냐’고. 그런데 (석 대표에 대한) 믿음이 있고 왜 실패했는지 알고 있으니까 함께 하자고 했다.

석 대표가 국제모바일전시회(MWCS) 참석자에게 시선 추적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화면을 보는 사람이 시선을 아래로 떨구면 스크롤바를 내리듯 화면이 밑으로 움직인다. 사진 제공=비주얼캠프

- 다시 재기할 가능성이 보였나.

분명히 그렇다. 다만 욕심이 많아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더라. 반대로 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가지들을 쳐 내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 그럼 지금도 계속 가지를 치고 계신가.

그동안 엄청 쳐서 이젠 칠 것도 별로 없다. 예전엔 소위 말해 ‘삽질’을 했다. 그런데 이젠 안 하더라.

- 가지를 친 기준이 시장에서의 가능성인가.

그게 크긴 하다. 중견기업 임원도 해봤고 창업도 해보니 경험적으로 그렇게 가면 안 된다는 것을 봐왔다.

- 아까 말씀하신 싸움이 가지를 치는 과정에서 많이 일어났겠다.

그렇다. 내가 ‘너 이러면 안 돼’라고 하면 자기는 ‘내가 왜?’라고 따지는 식이다.

- 자주 싸우다 보면 의사 결정하는 속도가 더딜 수도 있을 텐데.

오히려 빠른 실행력이 우리의 강점이다. 주저할 때 이미 다른 데서 해버리면 안 되니까.

- 강점은 곧 약점이기도 하다.

빠르다는 것은 실패를 동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실패보단 빠른 실행이 더 낫다. 그래서 우린 몇 천만원 규모의 결제도 그냥 카카오톡으로 해버린다.

- 사업은 적자인가, 흑자인가.

지금도 적자다. 우리같은 혁신 기술 기업은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 언제부터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내년은 돼야 할 것이다.

- 당초 예상보다 빠른 건가 늦은 건가.

조금 늦어졌다고 봐야 한다.

- 놀랍다. 조직 문화가 수평적이라서 가능한 것 같다.

그래서 뭐 다른 데도 이미 자율 출근제를 하고 있지만 우리 회사엔 (오후) 2시에 점심 먹고 출근하는 사람도 있다.

박재승 공동창업자가 국가연구개발 성과평가 유공포상 표창장을 들고 있다. 사진 제공=비주얼캠프

- 2번의 피봇팅(사업을 바꾸는 것)을 단행한 것으로 안다.

원래 사업 모델은 손대신 눈으로 타이핑을 치는 기술로 장애인은 물론 정상인들도 편리하게 입력하는 기술이었다. 사실 이 기술은 사회적 가치 구현이나 인간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측면에서 나이스한 기술이었다. 그런데 시장이 너무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5년 전 한창 가상현실(VR)이 뜰 때 편승해 우리 기술을 적용하려고 피봇을 단행했다. 그런데 이것도 VR 시장이 본격 도래하지 않아 피봇을 단행했다. 이젠 우리의 원천 기술을 스마트폰에 적용하자고 작정해 지금의 단계에 도달한 상태다.

-그럼 인공지능 기반의 시선 데이터를 통한 서비스 피보팅은 어떤 단계까지 진행했나.

우린 세상에 돌아다니는 시선 데이터를 긁어 모으고, 그 데이터를 정제하고 분석하는 혁신 기술 기업으로 성장하려고 한다. 나중에 시리즈 B 투자(스타트업 투자 단계의 하나)가 유치되면 본격적으로 구조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물론 지금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리의 기술이 모든 기기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세계에서 유일한 시선추적기술 유니콘이 될 것이다.

- 인수합병에 대한 생각은 없나.

구글과 만나고 있다. 다른 업체들은 모바일에서 시선 추적이 안 되니까 (구글이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 구글에서 먼저 만나자고 했나.

아니다. 우리가 삼성도 아니고. 미국 법인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구글과 비주얼캠프가)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페이스북도 우리 회사를 열심히 보고 있다. ‘저 놈들 어디까지 가나 보자’ 그런 것이다. 때가 되면 잡아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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