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택 에이모 대표 인터뷰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인공지능(AI)은 자율 주행차, 음성인식 비서 등에 적용되며 일상의 일부가 됐다. 하지만 많은 양의 데이터를 사람이 일일이 입력해 학습시켜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가령 자율 주행 AI를 개발하려면 뭐가 차선이고 중앙분리대인지 알려줘야 한다.  

이 때 AI가 인식할 수 있는 형태로 데이터를 정리해 컴퓨터에 입력하는 작업을 사람이 반복한다. 자율 주행 AI처럼 데이터 양이 많을 땐 수백만 장의 사진과 영상을 수천여 명의 사람이 분석 기준에 따라 키워드에 맞게 분류해야 한다. 디지털 막노동과 같은 이 과정을 이른바 ‘라벨링(labeling)’이라고 부른다. 

이런 초기 학습 과정을 효율적으로 끝내 시간 낭비를 줄이는 AI가 있다. 국내 벤처 기업 에이모가 만든 ‘에이모 엔터프라이즈’다. 이 회사 오승택(50) 대표는 “에이모의 에이모 엔터프라이즈는 누구나 쓸 수 있는 데이터를 라벨링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작년 하반기부터 국내외 100여개 기업이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일 오승택 대표가 경기도 판교 에이모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6일 오승택 대표가 경기도 판교 에이모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자동 수정∙검수 거쳐 데이터 완성도 높여

에이모 엔터프라이즈는 학습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기업과 가공하려는 기업 모두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누구나 데이터를 가공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SKT 출신 연구원들이 주축이 된 슈퍼브에이아이의 ‘커스텀 오토라벨링’과 비슷하다. 고객이 쉽게 느낄 수 있는 차이는 무료 서비스 제공 여부다.  

무료 서비스를 하는 이유에 대해 오 대표는 “사업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베타 버전 서비스의 특정 부분을 무료로 제공했던 것”이라며 “정식 서비스도 곧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료 서비스와 무료 서비스의 차이는 AI 학습 데이터의 난이도에 있다. 에이모가 라벨링하는 클라우드 유형의 데이터인 ‘3D 포인트 클라우드(3D 스캐닝으로 생성된 일련의 데이터 점)’도 난이도가 높다. 점 하나하나를 사람의 눈으로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에이모는 ‘AI 어시스트’라는 AI를 개발해 이를 해결했다. 해당 AI는 사람이 인식한 정보를 가공해 기기에 넣어 학습시키고 오류 발생시 다시 이해시키는 과정을 자동화한다. 에이모 엔터프라이즈엔 이 AI 어시스트를 포함해 여러 기능이 들어있다.

오 대표는 “우리나라에 3D 포인트 클라우드를 라벨링할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없다”며 “오토라벨링은 사람이 할 데이터 분류 작업을 알고리즘(AI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대신하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 회사가 국내에선 이 오토라벨링의 선두 주자”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사람이 손으로 하는 업무를 대신해주는 외주 업체들에게 라벨링을 맡겨도 되지 않을까. 그는 “많게는 200여 명에게 데이터 라벨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줘야 하고, 작업이 잘 됐는지, 문제가 있다면 왜 발생했는지 추적하고 수정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되게 복잡해 오토라벨링을 원하는 기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에이모 엔터프라이즈도 개발 초기 지난한 데이터 라벨링이 있었기에 현재와 같은 데이터 라벨링 플랫폼이 됐다. 다른 AI를 학습시키려면 그 AI보다 더 많은 이미지와 영상을 학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모든 데이터 라벨링이 그렇듯 정확하지 않은 데이터가 나올 가능성이 남아있다. 그는 “데이터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만약 피팅(정답과 오차를 줄여나가는 방향)이 안 맞으면 데이터를 수정하고 검수하는 절차를 진행한다”며 “이런 서비스를 우린 GTaaS(Ground Truth as a Service)라고 부른다”고 했다. 말 그대로 고객사에 정답(Ground Truth)과 같은 데이터를 서비스한다는 뜻이다.  

에이모 엔터프라이즈 학습 데이터 가공 이미지. 사진=에이모 제공
에이모 엔터프라이즈 학습 데이터 가공 이미지. 사진=에이모 제공

“해외 유명 자동차 회사와 계약 진행 중”

고객사는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SK텔레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다. 그는 “올 초 CES2021(세계 최대 IT 전시회)에서 상담한 해외 유명 자동차 회사와는 현재 계약 직전에 있다”며 “라이다(LiDAR∙레이저를 이용해 차량의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부품) 회사와도 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고객사 중 자율 주행 관련 업체가 많다 보니 작년 총 매출에서 해당 부문의 비중은 50%가 넘었다. 이런 업체들이 에이모를 찾는 이유는 그만큼 회사가 자율 주행 AI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에이모가 자율 주행 AI에 강점이 있는 이유는 회사의 소재지와 관련 있다. 실제로 에이모는 회사의 주소를 2019년 경기도 자율주행 센터(제2판교)로 이전, 관련 데이터를 쌓았다. 

특히 에이모는 국내 기업 가운데 ‘센서 퓨전 데이터’를 가장 잘 가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센서 퓨전은 자율 주행 차량의 여러 센서를 하나로 합치는 방식을 뜻한다. 

자율 주행 차량의 센서가 여러 개인 이유는 인간의 운전을 대신하는 AI가 2D 스테레오 카메라, 레이더(RADAR∙레이저를 이용해 차량의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부품) 등 다양한 센서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센서 퓨전으로 센서마다 흩어진 데이터를 합치면 AI가 객체를 잘못 탐지할 확률을 낮춘다. 데이터가 연결되면 일반 라벨링으로도 쉽게 작업할 수 있어 그만큼 오차가 줄어드는 것이다.

“학습 데이터 분야 마켓플레이스 될 것”

한양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그는 KT와 CJ제일제당,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에서 근무했다. 2016년 구매 예측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회사의 전신인 블루웨일을 만들었다. 솔루션 개발은 8개월 만에 실패했지만 데이터를 가공하던 경험으로 2018년 에이모를 개발, 사업 모델과 사명을 변경했다.

그는 데이터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7일 현재 이 회사에 등록한 데이터 라벨러는 약 3만명이다. 

그는 “에이모가 학습 데이터 분야의 마켓플레이스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GTaaS를 통해 데이터 가공을 요청할 수도 있고, 에이모 엔터프라이즈를 통해 학습 데이터와 사전학습 모델 알고리즘(AI어시스트)를 구매하고, 학습 데이터 가공 교육을 받은 라벨러도 채용하는 등 학습 데이터 가공을 위한 모든 것을 에이모의 서비스를 통해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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