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우주과학 ⑤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매일 16번 지구를 회전하는 우주정거장

지구 밖에 위치해 우주에서 각종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은 91분을 주기로 매일 약 16번 지구 주변을 공전한다. 우주정거장에 머무는 우주인들은 지구와 다른 환경으로 인해 불면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 지구상의 사람들도 현대사회의 다양한 이유로 불면증을 만성질환처럼 앓고 있다. 우리는 질 높은 숙면을 취하기 위해 암막 커튼을 사용해 빛을 차단하기도 하고, 수면을 돕는 음식을 섭취하기도 하고, 어려운 책을 골라 읽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주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수면을 유도할까? 지구와 다른 일출·몰 주기와 교대 근무로 인해 단순히 빛을 차단하는 방법만으론 좋은 잠을 잘 수 없다. NASA는 오히려 빛을 이용해 우주인의 수면 결핍을 해결하려 한다.

 

수면 리듬을 지켜주는 멜라토닌과 생산 막는 청색광

LED(Light Emitting Diode)란 전압을 받아 발광하는 반도체로 발광 다이오드라고도 부른다.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빨강, 초록, 파랑 등 여러가지 색의 발광 다이오드를 제작할 수 있다. 이 빛의 결합들로 우리가 보는 TV, 스마트폰의 화면이 구성된다. LED는 기존의 백열 전구와 달리 발열이 적고, 작동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의 양도 적어 효율이 좋다. 또한 가볍고 극한의 온도를 버틸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아 우주선에 쓰이기 적합한 조명 방식이다.

미국 국립 우주 생물의학 연구소(NSBRI, National Space Biomedical Research Institute)는 우주인에게 LED 조명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NASA의 케네디(Kennedy)팀은 연구를 위한 LED 시제품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LED에서 나오는 다양한 색의 빛이 사람을 깨우고, 잠들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NSBRI 연구원들과 토마스 제퍼슨 대학교(Thomas Jefferson University)의 신경학 교수 조지 브레이나드(George Brainard)는 빛의 스펙트럼 중 청색광(Blue light)이 인체 내 멜라토닌 생산 감소에 영향을 끼친다고 발표했다. 멜라토닌은 일출·몰과 같이 자연광을 받는 시간을 감지해 몸의 생체리듬 유지를 돕는 호르몬이다. 멜라토닌이 많이 분비될수록 숙면에 도움을 줘 생체 리듬을 일정하게 만든다.

 

하루 10번 일출·몰을 맞이하는 우주인의 멜라토닌 자극제

지구의 삶에 익숙한 인간은 태양이 뜨면 일어나고, 태양이 지면 자도록 시스템화돼있지만, 취침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10번 정도의 일출·몰을 보는 우주인은 생체 리듬이 파괴될 수밖에 없다. 케네디 팀은 국제우주정거장에 LED 조명 시스템을 도입해 멜라토닌의 자연적 분비를 통해 우주인의 수면을 돕기로 했다.

 

NASA가 대체 중인 우주정거장의 조명 SSLAs(Solid-State Light Assemblies)   출처 : NASA

NASA는 2016년 8월부터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GLAs(General Luminaire Assemblies) 조명을 SSLAs(Solid-State Light Assemblies) 조명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SSLAs는 LED 조명으로 3가지 모드가 가능하다. 첫 번째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4500K 파장대의 백색광, 두 번째는 경보 발생 시의 집중을 위해 청색광을 강화한 6500K 파장대의 백색광, 세 번째는 수면을 돕기 위해 청색광을 최소화한 2700K 파장대의 프리 베드(Pre-bed) 백색광으로 총 3가지 모드를 통해 우주인의 생체리듬 안정화에 도움을 준다.

 

지구 밖에서 우리 집 거실 등으로

연구에 참여한 로버트 솔레르(Robert Soler)는 LED 조명의 조절을 통한 생체 리듬 관리 기술을 라이팅 사이언스(Lighting Science)와 함께 우리 생활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라이팅 사이언스는 청색광을 강화해 사람을 깨우고 집중하게 하는 ‘Awake & Alert’, 반대로 청색광을 낮춰 멜라토닌의 자연적 생산을 유도하는 ‘Good Night’ 등의 제품을 출시하였다. 국내의 경우 LG전자가 작년 2018년 4월 유해 청색광을 일반 LED에 비해 70%가량 줄인 LG 스마트조명 세이프 블루(Safe Blue)를 출시했다.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위해 우주 산업에 사용되던 기술이 우리의 삶으로 계속 배달되는 것이다.

LG전자의 LG 스마트조명 세이프 블루(Safe Blue)   출처: LG전자

 

변화하는 LED 시장, 놓치지 말아야 할 것

태양 없이는 지구 상의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듯이, 조명 없이는 인간이 삶을 이어나가기 힘들다. 어쩌면 태양광보다 실내 조명에 노출되는 시간이 더 많은 현대사회에서 눈을 보호하는 조명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치다. 요즘 출시되는 스마트폰에는 청색광을 조절할 수 있는 필터 기능이 기본으로 내재돼있고, 청색광을 차단하는 안경, 필름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최근 LED에서 더 진화한 Micro LED, OLED, QLED 등 다양한 반도체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조명 시장이 어떤 기술을 수용하든, 또는 기존 LED 시장이 유지되더라도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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