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TECH] 우주인을 지키는 쓰레기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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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TECH] 우주인을 지키는 쓰레기봉투
  • 선연수 기자
  • 승인 2019.02.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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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우주과학 ④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집안일을 하면 주기적으로 산책할 일이 생긴다. 바로 내용물이 꽉 들어찬 쓰레기 봉투를 마주할 때다. 지역이나 쓰레기 종류에 따라 색색깔로 다양하기까지 한 쓰레기 봉투는 우리집 쓰레기 처리반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무려 우주의 유해한 파장으로부터 우주인을 보호하는 소재로 쓰일 수 있는 것이다. 평소엔 분리수거 함에 버리고 뒤돌아보지도 않는 쓰레기 봉투가 무슨 이유로 우주에선 강력한 소재가 되는 걸까?

 

지구를 벗어나 또 다른 행성으로
최초의 유인 탐사인 아폴로 우주선 미션을 시작으로 사람이 우주로 나가는 건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지구를 공전하고 있는 달까지의 이야기다. 지구를 둘러싼 자기장들과 그 밖에 존재하는 심우주 방사선(Deep-space radiation)을 견디는 것은 큰 난제였다. 지구 자기권을 벗어나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비슷한 환경인 화성으로 가기 위해 NASA는 RXF1이라는 신소재를 개발했다. RXF1은 쓰레기 봉투의 주 원료인 폴리에틸렌(Polyethylen)의 분자 변형을 통해 개발된 것이며, 이 원료는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페트병도 대표적인 제품이다.

 

알루미늄보다 2.6배 가볍고, 3배 강한 폴리에틸렌
우주선은 2가지 특성을 가져야 한다. 첫 번째는 충분히 튼튼한가, 두 번째는 뜨거운 온도를 버틸 수 있는가 이다. 알루미늄은 강도와 온도 저항성의 기준을 충족하고 가볍기까지 한 금속으로, 우주선과 각종 장치 제작에 주로 사용됐다. 우주선뿐만 아니라 비행기와 같은 항공기 제작에도 많이 사용된다.
이와 비교해 신소재 RXF1은 더 뛰어난 특성을 가진다. 알루미늄의 인장강도보다 3배 강해 단위 면적 당 더 많은 무게를 버틸 수 있고, 금속이 아닌 고분자 화합물인 폴리에틸렌이 주 재료이기 때문에 알루미늄에 비해 2.6배 더 가볍다. 즉 RXF1으로 제작한 우주선은 알루미늄 우주선보다 2.6배 더 가볍고 연구에 필요한 장치를 3배나 더 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폴리에틸렌과 같은 플라스틱은 인체에 유해한 2차 방사선을 금속보다 훨씬 덜 생산해내, 알루미늄으로 만든 우주선보다 태양 플레어로부터 50%,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15%씩 보호율이 더 높다. 두 번째 요건인 온도 저항성 부분에서 실제 순수 폴리에틸렌은 매우 가연성이 높아 불에 잘 타지만, 신소재로 개발된 RXF1의 경우 온도 저항성이 우수하다. 이 부분과 관련한 RXF1의 제작 기술은 극비로 유지되고 있다.

 

RXF1만으로 지구 밖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NASA의 RXF1 연구에 이어 2009년 6월 18일 발사된 달 궤도 탐사선 LRO(Lunar Reconnaissance Orbiter)에 있는 방사선 관측 망원경 CRaTER(Cosmic Ray Telescope for the Effects of Radiation)를 통해 우주상에서 플라스틱의 효과를 검증했다. 우주 방사선이 조직등가 플라스틱 (Tissue-equivalent plastic)을 통과할 때 인체 근육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조사했고, 이 외에 NASA가 지상에서 실험한 다양한 소재들을 우주상에서 재실험하는 것을 연구 목표로 했다. 이를 통해 실제 우주상에서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의 효과를 새롭게 비교했고, 결과적으론 플라스틱의 효용성이 확실히 검증됐다.
하지만 여전히 100% 확신할 수는 없다. 심우주 방사선이 인체에 얼마나 큰 해를 끼치는지, 사람이 견뎌낼 수 있는 양은 얼마인지에 대한 정확한 측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구 자기권을 벗어난 곳에 존재하는 우주 방사선들은 너무 에너지가 커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발생시킬 수 있고, 이 때 보호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비단 RXF1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모든 물질이 가지는 난제인 것이다.


작은 가능성이 가져올 미지의 세계
NASA의 나세르 바르구티(Nasser Barghouty)는 가설적으로 RXF1 소재를 이용하면 사람이 화성에서 30달 동안은 보호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실제로 지구 자기권을 벗어나는 유인탐사는 아직 불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작은 가능성이라도 확률의 존재 유무는 결과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 고작 쓰레기 봉투의 원료 하나로 우주 탐구의 스케일이 달에서 지구 자기권 밖 우주까지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