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간 경계는 무너지고, 기존 가치는 대체된다

[테크월드=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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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이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은 매우 실질적이고, 근접해 있다. 그리고 넵콘 재팬 (NEPCON JAPAN) 2018은 이에 대한 가장 명확한 증거 중 하나였다. 금년 1월 17일부터 19일까지 동경 빅사이트에서 열린 해당 전시회에는 약 12만 명의 참관객과 약 2500개의 기업이 참가해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그리고 전시회 현장에서 만난 일본을 포함해 다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발 빠르게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그들의 경쟁력을 새로이 정의하고 있었다. 이 아시아 최대규모의 전시회는 자동차 전장화와 자율주행과 관련된 오토모티브 월드(Automotive World), 생산 자동화에 특화된 스마트 팩토리 엑스포(Smart Factory Expo), 산업/민수용 로봇 박람회인 로보덱스(RoboDEX), 웨어러블 엑스포(Wearable Expo)와 동시 개최돼 IT 전반의 생태계의 성장 방향을 총괄적으로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강력한 전시회 간 시너지를 만들어 냈다. 그 현장 속에서 만난 4차 산업혁명을 마주하고 있는 IT 업계의 대응 현황과 향후의 생존 방향을 함께 모색해 보자.

넵콘 재팬, 오토모티브 월드 2018의 개회식

ⓛ 당연시 여겨지던 것들에 대한 과감한 생략과 재해석

전체 전시회를 간단히 요약하면 [그림 1]과 같다. 저마다 특화된 영역이 있는 전시회임에도 불구하고 공통적 특징은 기존의 것을 과감히 뛰어넘는 패러다임의 혁신이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해 업체들은 기존의 중심 가치, 업역 그리고 프로세스에 대한 전면적 재해석을 통해 자신들의 경쟁력을 새로이 규정하고 또 구축하고 있었다.


▲ [그림 1] 한 눈으로 보는 넵콘 재팬 2018

② 전자제품 생산 기반인 PCB, 과감한 생략의 대상

넵콘 재팬의 경우, 기존의 인쇄회로기판(PCB)이라는 전통적 프로세스를 과감히 뛰어넘는 도전이 주목을 받았다. 5G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다수의 업체들은 패널 레벨 패키징(PLP)과 같은 차세대 기술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통신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디바이스에 탑재되는 부품의 복잡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기존의 PCB 패키징 방식은 무게와 비용 증가라는 한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경량화된 기판의 개발 등을 통해 대응 하고는 있지만 이는 부분적 개선에 국한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기판 자체를 과감하게 생략하는 PLP 방식은 PCB 없이 패키징을 수행하므로 제품의 경박단소화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활용이 어렵던 기판 상의 곡면 부분을 없애고 사각 기판을 활용해 수율 개선마저 가능하다. 즉, 기존에는 필수라고 여겨지던 공정에 대한 과감한 생략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업계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었다.

③ 자동차는 부품의 조합이 아닌 통합 솔루션

날로 급성장하고 있는 오토모티브 영역에서는 V2X(Vehicle to Everything), ADAS 관련 기술들과 제품이 주를 이뤘다. 경량화 제품과 첨단 부품의 혁신도 눈에 띄었지만 무엇보다도 눈길을 끈 것은 기존 전시회의 주축이었던 전장부품 등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소프트웨어/솔루션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컨대, 최근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은 나우토(Nauto)는 안면인식을 바탕으로 운전자의 주행 중 행동 패턴과 주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저장/분석하는 기술을 선뵀다. 해당 기술은 향후 차량 사고 시 보험사의 손해 사정에 혁신적 기여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행자의 위험 행동 감지를 통해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또한 UI/UX 측면의 배려도 눈에 띄었다. 알프스 전기(ALPS)가 출품한 터치용 헤드업디스플레이는(HUD)는 기존과 달리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면서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혁신 기술을 적용해 디스플레이 하단부에만 베젤이 위치하고, 패널 터치 시 관련 정보가 즉시 HUD에 표시돼 운전자의 편의성을 극대화 시켰다. 뿐만 아니라, ‘보안’ 또한 빠질 수 없는 관심거리였다. 기존 전시회에서는 자율주행의 편의성/정확성 등에 초점이 맞추어졌던 반면, 금번 전시회에서는 내/외부의 다양한 정보 침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보안 솔루션들이 다수 출품 됐고, 관련해 인피니언의 차량용 TPM 2.0 (Trusted Platform Module)과 펜타시큐리티의 차량용 보안 솔루션 아우토크립트(AutoCrypt) 등이 참관객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 알프스 전기가 선보인 터치형 HUD는 UI/UX에 대한 섬세한 배려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  펜타시큐리티의 아우토 크립트는 커넥티드카 보안의 중요성을 환기 시켰다.

④ 생산성은 달성의 대상이 아닌 기본 중의 기본

스마트 팩토리 엑스포에서도 공장 솔루션의 지속성과 안정성에 대한 부각이 두드러졌다. 과거의 주안점이 신속, 정확한 생산을 기반으로 한 비용 절감과 효율성이었다면, 최근에는 트렌드 마이크로(Trend Micro) 등이 선보인 스마트 팩토리 보안 솔루션과 같은 ‘안정성’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이와 관련해, 옴론과 미쯔비시의 합자로 탄생된 엣지 크로스 커뮤니케이션(Edge Cross Communication)의 담당자는 “스마트 팩토리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는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대형화된 생산 시설의 경우, 단 몇 시간 만의 운영 중단만으로도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으로 얻었던 몇 개월 간의 비용 절감 효과를 상쇄하고 남을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이제는 생산성은 기본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 그리고 그 외에 ‘보안’ 등의 요소 강화를 통해 유관 업계 내에서 차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림 2] 제조 자동화 트렌드 (출처: 다임러)

로보덱스에서는 [그림 2]와 같은 협동 로봇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목격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대형화된 생산형 로봇을 통해서 공장을 운영하고 높은 생산성 달성을 추구했다. 그러나 최근 커스터마이징이 핵심으로 대두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단순한 생산성 외에 유연성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게 됐다. 뿐만 아니라, 우수한 품질의 제품은 로봇의 인력 대체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최종적으로는 숙련된 생산공의 개입이 필수적이라는 업계의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기존의 산업용 로봇을 대체하기 위한 대안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금번 전시회에서는 인간과 기계의 대립적, 대체적 관계의 관점에서 탈피해 협동 로봇의 도입을 통해 숙련공의 작업을 로봇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를 통해 생산성과 유연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기존 전시회에서 주를 이루던 일반적 로봇 팔 형태의 제품들보다, 사람을 따라 작업장을 함께 이동하는 4족 보행 로봇이나, 착용형 로봇 팔과 같은 외골격 수트 등이 다수 출품돼 많은 관심을 끌었다.


▲ 스마트 팩토리 보안 솔루션을 선보인 트렌드 마이크로 앞의 참관객들

▲ 협영산업(KYOEI)의 리셉로이드(Receptroid). 한,영,중,일 4개국어로 접객 대응이 가능하다.

웨어러블 엑스포의 경우, 외형적으로는 참가사 수가 작년 대비 178개 사에서 163개로 다소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질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개별 참가사의 부스 규모가 대규모로 확장되며 발생한 현상이었다. 이 외에도 출품 트렌드 상 주목할 만한 점이 있었다. 기존의 글래스 형태의 제품군이 주를 이뤘으나 금번에는 이어폰 타입의 “히어러블” 관련 제품이 다수 출품됐다. 기존에는 단순한 이어폰 수준으로 취급 받던 제품군이었으나, 인공지능 솔루션과 다양한 센서와의 결합을 통해 히어러블 디바이스는 장차 번역 기능의 제공은 물론 심박동 등 건강 정보에 대한 모니터링 역시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⑤ 모든 것이 연계되는 “IoT”…기존의 폐쇄적 관점과 해석은 도태의 지름길

다양한 패러다임 변화가 관측됐으나, 전시회 전반을 관통한 키워드는 IoT를 기반으로 한 “연계”였다. 기존과 같은 폐쇄적 업역 해석과 경쟁력 확보만으로는 미래에 생존 할 수 없다는 팽배한 위기의식과 새로운 기회에 대한 열정이 금번 전시회 전반에 공존하고 있었다. 관련해 전시회에 참가한 일본계 스마트 팩토리 업체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정밀생산기계/로봇 부분에서 압도적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세계 일류 기업으로서 줄 곧 더 우수한 품질의 로봇과 기계 생산에 집중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가 마주했던 가장 큰 한계점 중 하나는 바로 다름 아닌, 고객 만족팀의 상담 역량이었다. 높아지는 솔루션의 복잡성에 따라 안정적 공장 운영에 대한 고객사의 문의가 많아지면서 우리는 실시간 문의 대응이 가능한 CS팀을 신설/보강했지만 안타깝게도 기계는 잘 만들었어도 친절하게 상담하는 방법은 잘 몰랐다. 우리는 스스로를 ‘기계 생산’에 특화된 전문기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객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모습은 단순한 제조사가 아니라 ‘토탈 솔루션 서비스’ 기업이었고, 그 기대 중에는 ‘전화 응대’라는 기존에는 전혀 중요치 않아 보이던 핵심 역량도 포함돼 있었다. 많은 시행 착오를 겪고 나서야, 우리의 제품이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라도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파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IoT로 모든 것이 연계된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분절적으로 생각해 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의 역할도 계속 확장되고, 재해석 돼야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일본 제조업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말한다. 넵콘 재팬에서 만난 일본의 제조 산업 현장은 분명 과거와 달리 생기가 있었고, 4차 산업혁명을 마주하며 다양한 새로운 접목과 혁신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 변화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전시회에 참여한 업체들이 스스로 “업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정립해 나가고 있다는 내면적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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