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자율주행 자동차 ②

[테크월드=정환용 기자] 최근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업체 ‘웨이모’와 인텔이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자율주행 컴퓨터 플랫폼 설계를 웨이모와 함께 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이는 인텔이 자율주행 관련 기술 개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표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텔은 지난 3월 이스라엘의 모빌아이를 비롯해 윈드리버, 알테라 등 자율주행 기술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고 있는데, 현재 구현돼 있는 일부 ADAS 기술부터 추후 상용화될 자율주행 기술까지 포괄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미 몇몇 국가에선 자율주행 차량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있고, 한국 역시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이 협력해 자율주행차 테스트베드 건립, 관련법안 개정 등에 신경을 쓰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기아차도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고, 메르세데스 벤츠, BMW, 볼보, 폭스바겐 등의 자동차기업들도 완전 자율주행을 목표로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모빌아이, 바이두, 네이버 등 ICT 기업도 빠르면 2018년, 늦어도 2021년에는 자율주행 기술을 도로에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3단계는 변혁, 4단계는 혁명
자율주행 기술 분류체계

미국 NHTSA가 5레벨로, 자동차기술자협회(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SAE)가 6레벨로 구분한 자율주행 기술의 단계에 대해 알아보자. 두 분류의 공통점은 마지막 단계를 ‘완전 자동화’로 칭하고, 운전의 주체를 운전자가 아니라 시스템에 두고 있다. 쉽게 말해 주행 중 손을 놓고 있다가 돌발적인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가 아니라 시스템이 운전대를 급하게 돌려 피하면 자율주행의 최종 단계에 도달했다고 보면 된다.

두 기준을 살펴보면 각 단계별로 적용되는 기술이 약간 다르다. NHTSA의 분류에는 ADAS를 비롯해 세부적인 기술 명칭이 포함돼 있고, SAE의 분류는 운전자와 시스템 사이에서 운전에 개입하는 정도에 따라 나눈다. 국내 버스에 의무 적용이 예정된 ADAS 기능 중 차로이탈경고장치(LDWS), 전방안전추돌장치(FCWS)는 두 기관 모두 0단계로 보고 있고, 완전한 자율주행 모드에서 시스템이 모든 영역을 관장하는 것도 최종 단계로 같다. 또한, 두 기관의 최종 단계를 가르는 기준 역시 특정 상황에서 대처하는 역할의 주도권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로, 이 대처를 운전자가 하면 이전 단계, 시스템이 하면 최종 단계로 나눈다.

NHTSA가 3단계로 구분한 3단계 ‘제한된 자동화’의 경우가 약간 다른데, SAE는 이를 3단계(조건부 자동화)와 4단계(고도 자동화)로 나누고 있다. 이 기준은 운전 환경의 모니터링 주체를 운전자로 보는지 시스템으로 보는지에 따라 나뉘는데, SAE의 두 단계에는 기술적인 구분보다는 운전상황에서의 책임소재를 운전자와 시스템으로 나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직도 기술개발 기업과 담당기관, 그리고 보험사 등의 여러 주체에 의한 의견 차이로 인한 구분으로, 온전히 기술에 의한 구분으로 보면 두 기관이 분류가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향후 고속버스 뿐 아니라 모든 버스에 ADAS 장착이 의무화되면, 적어도 인재(人災)는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국토교통부, ADAS 일부 기능 의무화 추진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추돌사고를 계기로 대형 사업용 차량에 차선이탈경고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교통안전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내놨다. 10월 18일부터 시행되는 기 시행령은 길이 9m 이상의 버스, 무게 20톤 이상의 트럭에 적용되는 것으로, 입법예고기간인 10월 27일 이후부터는 대상에 해당되는 모든 상업용 차량이 LDWS 장치를 의무 장착해야 한다.

버스의 경우 개정안 초안에는 길이 11m 이상이었으나, 고속버스 중 길이가 10.5m로 개정안에 해당하지 않는 버스가 많아 9m 이상의 승합차로 대상이 확대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2019년까지 장착 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LDWS와 함께 전방안전추돌장치(FCWS)의 장착을 경기도 내 3000여 대의 광역버스에도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이 장치를 부착한 차량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거나 졸음운전으로 차선을 밟으면 경고음, 경고등, 안전벨트 진동 등으로 운전자에 경고를 한다. 사실 해당 기능의 경우 상업용 차량 뿐 아니라 모든 차량에 장착을 권유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장거리를 운전하는 상업용 차량 운전자만 졸음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버스나 트럭의 경우 사고로 인한 2차 피해가 일반적인 사고보다 큰 점을 고려한 정책으로 보인다.

국토부의 관련 개정안의 시행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아직 ADAS 기술에 대한 검증이 어려운 시점에서 성급하게 의무화 정책을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LDWS 의무 장착에 대한 개정안이 처음 발의된 것은 올해 1월이고, 시행은 지난 7월 18일부터다. 해당 기술을 가지고 참여하는 기업과 기술에 대한 검증을 충분히 했는지, 업체 선정 기준은 무엇인지 공표돼야 하지만, 장착 지원금에 대한 예산도 편성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장착비용 지원정책도 허술하다. 교통안전공단에서 시연했던 ADAS는 LDWS와 함께 전방충돌경고장치(FCWS), 자동비상제동장치(AEBS)도 함께 지원하는데, 버스 한 대에 장착하는 비용이 약 50만 원대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총 설치비용의 40%는 국비, 40%는 지방비로 보조하고 버스회사는 20%를 부담하게 된다. 장착비용은 제품과 솔루션에 따라 적게는 50만 원대에서 많게는 130만 원대까지 2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기기 선정에 대한 기준 역시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모 버스업체의 경우 장착 대상인 버스를 약 1100여 대 보유하고 있다. OEM이 아닌 애프터마켓의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 부담을 계산에서 제외하고도, 교통안전공단이 공개한 50만 원대 제품으로 장착하면 총 비용은 1억여 원이다. 여기에 단순 장착이 아니라 유지관리 비용을 더하면 버스회사가 부담하는 비용은 더 늘어난다. 국토부는 단순 장착비용 지원은 언급했지만 장착 이후의 유지비용에 대해선 언급한 적이 없다. 최대 20만 대에 달할 예정인 본 사업에 들어가기 전에, 국토부가 제대로 된 지원정책과 명확한 기준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은 경기도 화성시에 32만㎡ 규모의 자율주행차 테스트 베드 ‘K-City’를 건설한다. 이곳에는 고속도로, 도심, 주차시설 등 5개 종류의 도로와 톨게이트, 나들목, 횡단보도, 정류장, 터널 등 자동차가 주행하는 다양한 상황을 재연하고, 각종 사고 위험상황 등 실험자가 필요한 조건을 설정해 반복·재현 실험을 수행할 수 있다. 국토부는 고속도로 부분을 먼저 구축하고, 내년까지 전체를 완공해 민간, 학계, 스타트업 등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모든 기관이 이곳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 기업들

모빌아이, 이미 2000만 대 이상의 차량에 시스템 적용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기술 기업 모빌아이는, 지난 3월 인텔이 153억 달러(약 17조 3000억 원)에 인수한 것으로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무엇보다 ADAS 장착 시범 사업자 선정 과정에 4개 업체가 입찰했는데, 다른 3개 업체와 달리 LDWS, FCWS와 보행자추돌경보(PCWS)까지 오작동 없이 제대로 동작했다는 것으로 성능을 입증했다. 장착비용은 다른 업체보다 2배 이상 비싸지만, ADAS의 존재 목적이 경제성이 아니라 안전성이란 점을 감안했다면 정부가 사업자 선정 방식을 성능이 아니라 가격으로 말을 돌리지 않았을 것이다.

모빌아이 박성욱 지사장도 “브랜드의 신뢰도가 중요하다”고 언급하며, “미국을 비롯해 ADAS의 장착을 의무화하는 국가가 생기고 있고, 머지않아 한국도 상업용 차량 20만 대, 향후 전 차량 의무 장착이 될 것이다. 모빌아이의 솔루션은 이미 전 세계 27개 자동차 제조사 2000만 대의 자동차에 적용돼 있다”고 설명했다.

모빌아이의 ADAS 기능 중 전방추돌방지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은 ‘시간’과 연관돼 있다. 단순히 내 차와 전방의 차 사이의 거리를 실시간 측정하는 것은 돌발상황에 대처할 시간이 부족하다. 모빌아이의 FCW는 전방 차량을 지속적으로 스캔해 차량의 유형을 감지하고, 내 차의 속도와 전방 차량의 속도를 계산해 상대값을 파악한다. 솔루션의 디스플레이를 보면 숫자 ‘2.0’이 보이는데, 이는 차간 거리가 아니라 현재의 진행 상태라면 2초 후에 앞차와 추돌할 수 있다는 정보다. 다시 말해 충돌하기까지의 시간을 탐지한 것. 주행 속도에 따라 최대 2.7초 전에 추돌 경보를 알린다.

이밖에도 전방의 보행자를 인식해 충돌하기 2초 전에 경보를 울리는 PCW, 도로 주변의 표지판을 파악해 속도제한 정보를 알려주는 SLI, 직선은 물론 곡선주로와 날씨의 영향까지 파악할 수 있는 LDWS 등 진보된 기술이 모빌아이의 ADAS 솔루션에 집약돼 있다. 박성욱 지사장은 “머지않아 택배회사도 자비를 들여 자사의 배송차량 약 4000여 대에 모빌아이 솔루션을 장착할 예정”이라며, ADAS 솔루션이 OEM 뿐 아니라 애프터마켓까지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PLK테크놀로지, 영상인식 기술로 경보에서 제어까지

PLK테크놀로지는 ADAS 영상 인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개발업체다. 국토부의 시범 장착 제공업체로 이름을 알렸지만, 그 전인 2016년에 이미 국내 버스회사인 금호고속의 전 차량에 자사의 ADAS를 장착한 중견기업이다. 교통안전공단이 해당 솔루션을 장착한 버스의 운전기사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전보다 사고율이 60% 이상 줄었고, 기사들의 만족도도 70% 이상으로 밝혀졌다.

현재 레이더, 라이더 등의 센서를 이용해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을 테스트 중이라고 언급한 PLK테크놀로지 관계자는 “현재 ADAS 솔루션 개발 단계는 자율주행 3단계의 제어”라며, “현재 의무장착 기술인 차선이탈 경보를 넘어 차량을 차선 안으로 복귀시키는 제어 기능까지 개발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2025년에 완전한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ADAS의 기술 개발에 따라 적용 범위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언급되는 가운데, PLK 테크놀로지는 현재의 요구사항에 맞춰 OEM과 애프터마켓을 대상으로 경보 수준의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경보와 더불어 제어까지 결합할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PLK테크놀로지는, 추후 앞차의 추돌 경보와 출발 경보, 보행자 인식, 신호등 인식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자 노트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는 시점과 그 기술이 대중에 보급되는 시점 사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좀 더 멀리 떨어져 있다. 독일의 카를 프리드리히 벤츠가 삼륜차를 만든 것은 1880년대지만,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70여 년이 더 흐른 1950년대부터였다. 그래도 기초 기술의 발달로 그 간극이 조금씩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과거 SF 영화에서 봤던 인공지능, 비행 등의 첨단 자동차 기술은 영화 속의 시간을 넘었지만, 상상이 현실이 되기까지의 시간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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