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자율주행 자동차 ①

[테크월드=정환용 기자] ‘엔진’의 발명은 인간이 힘을 들이지 않고도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 준 혁명이었다. 둥그런 바퀴를 화석연료의 힘으로 굴러가게 만드는 것은 처음 ‘자동차’(Automobile)라고 불린 1908년의 포드 모델 T나 2017년 현재의 포드 익스플로러나 같다. 다만 100년 전과 지금의 연료 소비효율과 성능 측면에서 엄청나게 향상됐다는 정도가 다르다.

수많은 과정을 거쳐 현재에 다다른 자동차 산업의 차세대 화두는 ‘자율주행’(Autonomous Drive)이다. 이미 민간 항공기에는 비슷한 개념의 자동항법장치가 있어, 조종사가 12시간 내내 조종간을 잡지 않아도 될 정도의 기술이 구현돼 있다. 하지만 항공기는 운전면허보다 훨씬 전문적인 자격요건을 갖춰야 하는 조종사의 영역이다. 게다가 항공기의 가격은 아무리 저렴해도 약 800억 원, 대형기인 에어버스 A380은 4000억 원이 넘는다. 이쯤 되면 재산 보호를 위해서라도 철저한 기기 보호의 일환으로 안전한 항법 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이 당연하다.

항공기와 자동차는 이동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항공기는 주 목적인 비행 상태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공기의 저항이고, 자동차는 지면과의 마찰력이다. 비행기도 정해진 항로가 있기는 하나 자동차는 그 경계와 한계가 명확하다. 따지고 보면 항공기보다 자동주행 장치의 도입이 더 쉬울 것 같지만, 기기의 가격 대비 자동주행 시스템의 탑재가 수지타산과는 연관이 없어 보인다. 아직까지 자동차에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되지 않은 것은 기술적 한계와 더불어 가격적인 문제도 작용했을 것이다.

현재 구글을 비롯한 IT 기업과 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운전을 더 편하고 안전하게 도와주는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몇몇 기술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자동차에 적용돼 왔고, 현재는 운전 보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운전 대리가 목표다. ‘인위적인’(Artificial) 실수가 없어진다면 전 세계의 자동차 사고율이 현저하게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인간의 안전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기술이기 때문에, 기술적 오류의 비중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0%의 한계까지 줄여야 한다는 것이 관건이다.

 

운전대에서 자유롭고 싶다
최종 자율주행 구현에 필요한 기술

자동차가 인간의 손과 발의 힘을 빌지 않고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게 되려면 수많은 기술들이 결합돼야 한다. 단지 자동 운행을 위해 필요한 기술이 한 데 모여 있는 것뿐 아니라, 모든 센서와 장치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원활하게 동작해야 비로소 자동차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자율주행의 목적 중 하나는 운전 편의성 향상, 그리고 안전한 운전환경 조성이다. 자동차는 인간의 생활환경을 완전히 바꿔놓을 만큼 편리한 수단이지만, 그만큼 자동차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위험 또한 크다. 탑승자의 안전을 위해 안전벨트, 에어백, 차대 등 각종 첨단 기술들이 발전하고 있지만, 수많은 조건에 따라 일어나는 교통사고는 단지 운전자 혼자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첨단 기술을 발휘해 사고를 줄이고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것 또한 자율주행 기술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열쇠에서 스마트키로 바뀐 것이 편의성의 큰 발전 중 하나라고 보는데,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이 구현되면 운전이 얼마나 더 편하고 안전해질지 기대된다.

 

 

자율주행의 시작,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현재까지 상용화된 자율주행 기술과 함께,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이른바 ‘운전자가 진짜 운전자가 아니게 되는’ 것이 현실이 되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알아보자.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이하 ADAS)은 운전자가 자동차를 운행할 때 필요한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운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솔루션을 통칭한다. 현재 관련기업들이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해질 수 있는 기술의 교두보이기도 하다. ADAS에 포함되는 센서는 차량 주변 모든 범위를 포함해 정보를 수집하고, 필요할 때는 운전자에게 시각·청각·촉각을 이용한 경보를 울린다.

향후 완전한 자율주행이 구현된 자동차는 하루 1TB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이는 차량에 적용된 각종 센서들이 수집한 정보들로, 차량 주변의 사물 근접 정보를 수집하는 초음파 센서부터 빛의 파장을 이용하는 라이다(LiDAR), 사진과 영상으로 사물을 식별하는 카메라, 위치 정보를 송수신하는 GPS, 이 정보들을 서버와 교환하며 주행 전체 정보를 정리하는 통신 모듈까지 포함된다.

특히 차세대 통신망인 5G의 상용화는 자율주행 시스템 구현의 교두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데, 자율주행 차량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선 현재의 LTE보다 빠른 통신망이 필요하다. 발생한 데이터 모두를 서버에 송신하진 않겠지만, 자동차 한 대가 아니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여러 대의 자율주행 차량이 교환하는 정보 역시 주행에 중요한 요소다. 빠른 판단이 관건인 자동차 운전을 감안하면 5G 통신망은 오히려 자율주행 기술보다 먼저 상용화돼야 하는 선행 기술이다.

사진=텍사스인스트루먼트

ADAS의 단계별 기능
자율주행의 종착역은 운전자가 출발부터 도착까지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으로 완성된다. 현재 기술적으로 상당히 앞서 있는 구글 웨이모 자율주행 차의 경우, 아예 운전대가 없어 운전석의 개념도 사라져 있다. 비상시 운전자가 주행에 개입하는 경우를 염두에 둬야 하겠지만, 아직 최종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이 멀어 보이는 현재로선 운전을 도와주는 보조자 개념의 중간 단계 자율주행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

ADAS는 말 그대로 운전에 도움을 주는 기술로, 미국 교통부 산하 도로교통안전청(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 NHTSA)가 분류하는 5단계 자율주행 기술 분류의 3단계와 4단계에 걸쳐 있다. ADAS가 완성되기 위해 필요한 기술 수준을 3단계로 나눠 알아보자.

 

1단계: 편의(Convenience)

주차 보조
가장 기본적인 ADAS 기능 중 하나로, ADAS란 약어가 통용되기 전부터 거의 대부분의 차량에 적용돼 있다. 센서의 적용 범위 전방에 초음파를 쏘면, 장애물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으로 거리를 측정해 알려준다. 과거 주차 공간에 차를 더 가까이 붙이려다가 살짝 부딪히는 경험을 해봤다면 후방 감지 센서의 고마움을 알 것이다. 최근에는 이 센서가 전방과 측면에도 있는 경우가 많고, 후방 카메라도 지원해 주차가 더 수월해졌다.

크루즈 컨트롤
액셀러레이터를 밟지 않아도 정속으로 주행할 수 있는 크루즈 컨트롤 역시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보편적인 기능이 됐다. 다만 최근의 ADAS에서 언급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는 달리, 전방 주시나 주변 상황을 확인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자동차가 정해진 속도를 지켜 달리도록 해주는 정도가 기능의 전부다. 정속으로 달리는 상태에서 전방의 차량이 갑자기 멈춰버리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어, 운전자는 크루즈 컨트롤 모드를 켠 상태에서도 항상 유사시에 대응하기 위해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둬야 한다. 이 기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면 페달 뿐 아니라 운전대로부터도 자유로워진다.

현재의 ADAS가 한 단계 더 진화하면, 가장 먼저 교통체증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지금까지는 운전자가 매 순간 주행 속도를 결정했지만, ADAS가 적용되면 안전을 1순위로 차량들이 속도와 차선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교통 체증의 원인 중 하나인 끼어들기가 사라지고, 사고나 난폭운전 등의 돌발상황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모든 차량에 ADAS가 적용되면, 힘들고 지루한 귀향길의 어려움이 덜해지지 않을까?

2단계: 보조(Assistance)

차선 이탈 방지
승용차 뿐 아니라 버스, 트럭 등 자동차 사고는 차종을 막론하고 모든 운전자와 탑승자에게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졸음운전, 음주운전 등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상황에서의 주행은 당사자 뿐 아니라 주변에도 큰 위협이 된다. 장거리 운전이 일상인 사람들에겐 더욱 그렇다.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은 차량 주행 방향의 차선을 항시 감지하고,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차량이 선을 넘어가면 비정상적인 주행이라고 판단하고 운전자에게 경고음, 진동 등으로 알려준다.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장거리 운행 버스에 의무 장착을 추진하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전방 추돌 경고
차선 이탈 방지와 더불어 현재 구현된 ADAS의 중요 기능 중 하나다. 주행 중인 차량이 선행 차량과의 거리를 감지하고, 주행 속도 대비 거리가 비정상적으로 짧거나 줄어들면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앞 차량과의 추돌은 선행 차량이 비정상적으로 속도를 줄이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책임소재가 후방 차량에 있는데, 고의적인 접촉을 논외로 하면 대부분 졸음운전으로 인해 발생한다. 2단계에선 경고에 그치지만 3단계로 넘어가면 차량이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거나 강제로 제동을 걸어 사고를 방지한다.

탐색 인식
2단계와 3단계에 걸쳐 있는 차량 주변 인식은 사람과 사물 모두 포함해 차량 주변의 피사체를 인식하는 기술이다. 주행 중 촬영한 영상을 저장하는 블랙박스에서 한 단계 진화한 개념으로, 1단계의 주차 보조와 비슷한 개념이 주행 중에도 상시 작동한다. 예를 들어 차량 측면의 사각지대에 차량이 주행 중일 때, 차선을 변경하려 하면 충돌 위험을 경고해 준다. 복잡한 시내와 골목길의 좌우에 있는 보행자의 위치를 인식하기도 하고, 표지판의 제한속도를 감지해 과속을 방지하기도 한다.

자동 주차
운전자가 기어와 속도를 제어하면 자동차가 운전대를 조종해 주차를 도와준다. 이 역시 초음파를 사용하는 주차 보조 시스템의 확장 개념으로, 주차 공간 주변의 피사체를 인식해 충돌을 피하는 방식이다. ADAS의 카메라 센서가 주차로 확장되면, 초음파가 아니라 영상 인식으로 주변 상황을 파악해 더 빠르고 정확한 주차가 가능해진다.

운전 보조 시스템은 교통 정체 해소 뿐 아니라 주차 공간을 좀 더 줄이는 것도 가능하게 만든다. 현재의 자동 주차타워가 그렇듯, 차량이 안전 범위 내에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면, 현재의 주차라인 규정이 적어도 10%는 더 작아질 수 있다.

 

3단계: 대리(Proxy)
자동차가 인간의 운전을 대신하는 수준에 다다르면, 하위 단계의 ADAS와 더불어 차량 전체를 제어할 수 있는 폐쇄형 컴퓨팅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더해 차량의 시동부터 모든 기동을 컴퓨터가 대신해야 3단계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

차선 유지
2단계가 운전자에 경보하는 선까지였다면, 3단계는 필요한 행동을 자동차가 스스로 수행하는 수준까지 올라간다. 차가 비정상적으로 차선을 벗어난다면 경고와 함께 운전대를 조작해 원래의 주행차선을 유지한다. 이는 차선을 벗어난다는 것을 감지하는 것뿐 아니라, 원래 주행하던 차선을 감지하고 복귀할 수 있는 기능이 더해진 것으로, 주행 중인 차가 스스로 주행차선에 대한 개념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비상 제동
전방 추돌 경고에서 한 단계 진화하면, 주행 속도와 전방 차와의 거리를 계산해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감속만으로 추돌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제동을 걸어 차를 멈출 수 있다. 다만 이 기능은 전방 차량만을 파악했을 때의 상황이고, 후방 차량도 파악해 2차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가야 한다. 3대의 차가 같은 거리를 유지하다가 첫 번째 차량이 급제동한다면, 3단계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두 번째 차량은 추돌을 피하기 위해 자동으로 급제동을 하지만, 세 번째 차량과의 추돌을 피하기는 어렵다. 모든 차량에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됐을 때를 가정하면 안 되기 때문에, 추후 이같은 상황에서 제동만이 아니라 주변 상황을 파악해 차선을 급변경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해야 한다.

첨단 크루즈 컨트롤
제동과는 반대로 앞 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선에서 차가 가속과 감속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이다. 일반적인 제한속도 100km/h의 고속도로에서 앞차와의 안전거리는 100m다. 이보다 가까우면 급제동 시 추돌을 피하기 어렵고, 너무 멀면 정체를 유발할 수 있다. 크루즈 컨트롤이 업그레이드되면 지금처럼 레버 조작 등으로 운전자가 속도를 조절하지 않아도,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기본 조건 아래에 쾌적한 주행을 위해 간격을 유지하거나 차선을 변경하는 등의 기동이 가능해진다.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이 구현된 차량은 위 사진처럼 좌석의 방향에 대한 개념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 안에는 ‘운전자’(Driver)는 없고 ‘탑승자’(Passenger)만 있게 된다.

 

기자 노트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편의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인간의 편의는 ‘어떻게 하면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란 질문에서 출발한다. 전화기를 만든 안토니오 메우치가 그랬고, 카메라를 만든 요한 잔이 그랬다. 이탈리아의 니콜라스 조셉 퀴뇨는 1769년 무거운 대포를 끌기 위해 최초의 증기 자동차를 만들었고, 그 덕에 기자는 아침에 약간 늦게 일어나도 지하철 대신 자동차를 운전해 지각을 면할 수 있게 됐다. 수 년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 더 확고해지는 요즘이다. ‘과연 인간은 어디까지 편해지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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