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자율주행 자동차 ③

[테크월드=정환용 기자] 요즘 들어 유독 ‘시간문제’란 말을 많이 쓰는 것 같다. 가능성의 여부를 따질 때의 의견이 중립에서 긍정적인 입장에 약간 치우쳐 있을 때 쓰기 좋은 말이다. ‘그런 시대가 오긴 하겠으나, 언제 실현될지는 모르겠다’는 요지의 이 단어는, IT 업계에서 특히 더 많이 사용된다. 워낙 빠르게 달라지고 나아지는 기술을 바라보면서, 언제 어떻게 혁명적인 발상이 현실이 될지 가늠하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율주행도 마찬가지다. ADAS 기술 중 현재 시장에 구현돼 있는 것은 전방 충돌 방지 기능과 차선 이탈 방지 기능 정도인데, 이것만 제대로 지켜져도 도로 위의 대형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추후 대인·대물 추돌 경보, 표지판 인식 등 여러 기능들이 더해져 완성형 ADAS가 나온다면 사고 확률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미국과 독일의 교통부가 채택하고 있는 5단계 분류방식에서 현재의 기술력은 2단계와 3단계 사이에 있다. 보통은 운전자가 주행 중 운전대를 잡고 있는지 여부가 3단계로 나아가는 경계선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그리고 4단계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선 자동차를 넘어 기계가 스스로 학습해 상황에 대처해 나가는 완성형 머신 러닝이 구현돼야 한다. 최종 단계의 자율주행이 현실이 되면,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교통사고’란 단어를 쓸 일이 없어진다.

단지 기술만 가지고 자율주행 자동차가 현실이 되는 건 아니다. 으레 새로운 기술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그 향방이 갈리는데, 그 기술이 사람의 목숨에 관여할 만큼 중대하다면 더욱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열중하고 있는 국가들이 자율주행 기술 단계를 나누고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법률 제정을 서두른다는 것은, 곧 운전석의 개념이 달라지는 신개념 자동차의 등장이 머지않았다는 의미로 돌려 해석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운전 보조에서 대체 운전으로
ADAS의 최종 목적과 자율주행 자동차는 그 목적지가 다르다. ADAS의 끝이 자율주행의 시작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엄연히 따지면 ADAS는 운전자를 보조해 주는 것으로 자율주행의 하위 기술에 포함된다. ADAS의 목적이 보조(Assist)라면, 자율주행의 목적은 대체(Replace)로 봐야 한다. 그리고 두 개념의 사이에는 생각보다 깊은 골짜기가 존재한다. 바로 ‘책임’의 문제다.

완성형 ADAS가 적용된 수많은 자율주행 자동차들이 도로 위를 달리면, 인간이 운전자일 때보다 모든 면에서 교통 사정이 좋아질 것이다. 기계는 서두르지 않기 때문이다. 변수가 있다면 시스템의 완성도인데, 자동차 운전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에 대해 인간보다 훨씬 나은 수준으로 동시다발적 대응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 2016년 7월, 전기자동차 제조사 테슬라(Tesla)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일반도로에서 트럭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형 트럭과 충돌한 모델 S의 운전자는 당시 부분 자율주행 기능 ‘오토파일럿’(AutoPilot) 모드로 주행 중이었고, 운전대를 잡고 있지 않았다. 테슬라 측은 당시 좌회전 중이었던 트럭의 측면이 흰색 페인트로 칠해져, 오토파일럿 기능이 이를 하늘과 구분하지 못하고 주행을 계속했다가 사고가 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청은 반년여 간의 조사 끝에 사고 차량인 테슬라 모델 S의 안전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이 났지만, 이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자동차업체와 IT업체들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현재 상용차량에 적용돼 있다는 것은 시스템 개발사와 자동차 제조사가 검증을 마쳤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 어딘가에 결함이 있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테슬라 측은 “자율주행 모드로 2억 km가 넘는 거리를 주행하면서 발생한 첫 번째 사고”라고 주장했다.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의 사고에 비하면 테슬라 자동차의 자율주행 모드 사고율은 현저히 낮은 편이다. 지난 3월에도 오토파일럿 모드 주행 중 전방의 차선 변경 구간을 인식하지 못하고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다행히 운전자는 가벼운 타박상에 그쳤다), 이를 포함해도 테슬라 차량의 사고 건수는 굉장히 적은 편이다. 문제는, ‘혁신적’이란 말을 인사처럼 들었을 엘런 머스크의 테슬라도 사고에 대한 대응은 여느 자동차 회사와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편의보다 기본부터
자동차 업계에서 터부시 되는 급발진 사고가 테슬라 차량에도 몇 건 발생했다. 국내에서도 SUV인 모델 X의 오너였던 탤런트 손지창이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작동으로 자택의 차고와 벽이 손상되는 사고를 겪었다(이 사고에 대해선 손 씨가 테슬라 측과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기에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다른 자동차 브랜드의 차량 급발진 사고 숫자 대비 테슬라 차량의 사고 횟수가 50배 이상으로 많다는 조사 결과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테슬라는 CEO 엘런 머스크가 자본을 투자해 2003년 만든 전기자동차 회사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반자동 자율주행 모드 오토파일럿은 지난 2014년 발표한 기술로, 속도 유지와 차선 유지·변경 등의 기술을 갖춘 시스템이다. 아직은 완전한 자율주행이 어렵지만, 해당 시스템만으로도 차량 사고 발생을 절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전기자동차란 점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문제는 여러 곳에 산재해 있다. 기본적으로 자동차 제조사인 테슬라의 2016년 매출은 무려 70억 불(약 7조 9000억 원)을 기록했는데, 결과적으로는 11%의 손실로 기록됐다. 고성능 전기자동차 제조로 세계의 시선을 끌고 있긴 하지만, 차량에 탑재하는 배터리의 입출력 효율을 높인 기술이 아니라 성능 향상에 필요한 배터리를 더 많이 배치한 것이 테슬라 자동차들이다. 아직도 배터리 기술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고, 사실상 배터리가 진화하지 않으면 현대 기술의 발전 속도 역시 더딜 뿐이다. 테슬라는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파생된다. 수학적으로 완벽할 순 없지만, 적어도 완벽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테슬라의 자동차는 자동차 자체로서의 파급력이 약하다. 자동차란 산업은 요식업처럼 짧은 시간 내에 창업하기도 어렵고 수익을 내기는 더욱 어렵다. 앞으로는 혁신을 외치면서도, 10년이 넘게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소비자뿐만이 아니란 점을 알아야 한다.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장점도 몇몇 국가를 제외하면 아직은 의미가 없다. 국내 역시 다르지 않은 상황으로, 국내에서 전기자동차를 타려면 가정에 충전기를 설치하거나 주변의 충전소 위치를 알아둬야 한다. 2016년 말 기준으로 공공 충전소는 500여 곳, 민간 충전소를 합치면 1000여 곳 이상으로 꾸준히 늘고 있지만, 국내에 보급되고 있는 전기차의 수요를 감당하기엔 아직 부족하다. 게다가 태양열이나 풍력발전 등의 재생에너지는 전체 발전량의 4%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누가 더 완성형에 가까운 자율주행 시스템을 만들어내느냐가 아니라, 자동차와 자율주행 시스템을 누가 더 잘 융합시키느냐에 자율주행 자동차의 성패가 걸려 있다. 시스템과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최적화 입장에서 보면 일반 PC보다 애플의 아이맥이 더 매력적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가장 중요한 난제, 누가 책임질 것인가
운전대가 없진 않지만, 적어도 일반적인 출근길에선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되는 수준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상상해 보자. 3단계 자율주행 모드로 고속도로 2차선을 달리던 상태에서 오른쪽으로 차선을 변경하다가, 오른쪽 차선을 주행하던 일반 승용차와 추돌 사고가 난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다. 이 상황에서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는 어떻게 될까?

먼저 자율주행 시스템과 관계없이, 위와 같은 사고에서의 과실 비중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리 적용된다. 제한속도 100km/h의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변경할 때는 사이드미러를 확인하고 방향지시등을 켠 뒤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진입해야 한다. 뒤차가 내 차의 어느 부분을 접촉했는지도 과실 비중이 달라지는 요인이 되고, 주행 속도와 방향지시등 점등 후 주행 거리도 따져야 한다. 정속 주행 중이던 옆 차선의 앞으로 끼어들다가 접촉사고가 난 경우, 의외로 앞차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이같은 상황의 중점은 과실 비중이 아니다. 해당 과실이 모두 운전자에게 지워진다는 사실이다. 만약 자율주행 모드로 주행하고 있었다면, 360도 전 방향을 탐지하고 있는 자율주행 시스템은 주변 차량과의 접촉 가능성을 예측해야 한다. 게다가 옆 차선의 주행차량이 정속으로 주행 중이었다면 더욱 그렇다. 여기서 자율주행 시스템의 일시적인 오류나 상황판단 미숙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운전자가 아니라 시스템 개발사, 혹은 자동차 제조사에 그 책임이 전가될 수 있다.

현재 자동차 보험사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 이 부분이다. 과거에는 운전 행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운전자가 안고 있었지만, 주행보조시스템의 도움을 받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누구에게 얼마나 지워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게다가 자동차 제조사가 ADAS를 개발한 게 아니라 OEM으로 타사의 시스템을 탑재한 것이라면 한 단계 더 복잡해진다.

이미 UN 전문가회 참가국 다수가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기준을 제정하고 있다. 아직 완성된 규정은 아니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제대로 도입되지 않은 현재로선 고속도로에 한정해 자율주행 자동차의 운행 규정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복잡한 시내에서 신호와 보행자, 기타 수많은 요소들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해결까지 이어갈 수 있는 능력은 아직 기계보다 인간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관련 규제, 상황에 맞춰 완화될 예정
국토교통부 역시 지난해 2월 제정된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운행요건 및 시험운행 등에 관한 규정’에 대한 개정안을 올해 3월 고시했다. 이는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ADAS와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임시 규정으로, 시험주행을 위한 규정과 각종 주행모드에 대한 제한이 그 요점이다. 이 규정은 자율주행 기술의 개발 현황과 발전 상황에 따라 조금씩 개정될 수 있다.

규정에 따르면 자율주행자동차를 시험, 연구 목적으로 임시운행 허가를 받기 위해선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른 보험에 가입하고 피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시험·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임시운행 기간, 자율주행 자동차의 주행모드 등의 내용을 명시, 제출해야 하고, 다른 자동차가 자율주행자동차 시험 중인 것을 인지할 수 있는 표시를 해야 한다.

차량에 적용되는 자율주행모드는 운전자 우선모드와 시스템 우선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장치를 배치해야 하고, 상황 발생 시 시스템 우선모드에서 강제로 운전자 우선 모드로 전환시킬 수 있는 장치도 갖춰야 한다. 또한, 자율주행자동차는 이전의 설정과 관계없이 매번 시동을 걸 때마다 운전자 우선모드로 설정돼야 한다. 자율주행자동차는 기능의 이상이나 고장을 자동으로 감지할 수 있어야 하고, 기능의 고장이나 모드 변경, 기타 운전자에게 경고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시각, 청각, 촉각 중 시각을 포함해 2개 이상의 조합으로 알려야 한다.

시스템 우선모드로 주행 중이더라도 탑승자가 가속(액셀러레이터), 제동(브레이크), 조향(스티어링 휠) 중 어느 하나라도 작동하는 경우 자동으로 운전자 우선모드로 전환돼야 한다. 시야각 120도 이상, 해상도 720P(24FPS) 이상의 블랙박스를 차량의 전·후방에 장착하는 것도 필수다.
국토부가 개정한 규정의 자율주행 시험운행 모드는 ▲차선유지 모드 ▲차선변경 모드 ▲끼어들기와 빠져나가기 모드 ▲정체상황 추종과 해제 모드 ▲전방충돌 방지 기능 ▲최고속도 제한 기능 등 ADAS에 포함되는 대부분의 기능을 대상으로 한다. 현재 국토부가 KD운송그룹 등의 운수업체를 시범사업체로 선정해 ADAS 장착비용을 지원하고 있는데, 고속버스에 장착되는 ADAS에는 전방충돌 방지 기능과 차선유지 모드가 포함돼 있다. 관계자는 운전에 이 2가지 모드만 결합돼도 사고율을 40% 이상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교통안전공단은 지난 2016년 6월부터 오는 2018년까지 약 2년 6개월 동안 20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자율주행자동차 안전성평가기술 및 테스트베드 개발’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원래 기획됐던 2019년까지의 연구기간을 1년 단축하겠다는 교통안전공단은,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구축(K-City) 진행과 함께 최종적으로 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평가용 플랫폼과 주행안전·자율주차·고장안전·통신보안 관련 안전성 평가기준을 작성하겠다는 로드맵을 구축했다.

만드는 일보다 중요한 것이 검증하는 일이다. 더욱이 사용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라면 더욱 그렇다. 개발 초기를 넘어 중기에 접어든 만큼 잡음도 조금씩 들려오고 있다. 아직 수집 데이터를 활용할 방법이나 자율주행에 필요한 각종 센서에 대한 표준도 잡혀 있지 않다. 기업마다 자신들의 기술이 최고라고 하지만, 정작 소비자나 이용자의 입장에선 여러 면에서 미덥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스마트폰처럼 새로운 기술이 더 이상 새롭지 않게 될 때, 그리고 당연한 것처럼 삶 속에 녹아들었을 때 비로소 기술은 완성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 노트
누군가 ‘규제가 기술 개발의 벽이 되면 안 된다’고 했다. 현재의 법과 규율 때문에 새로운 기술의 개발이 늦춰져선 안 된다는 의미로 보인다. 비슷한 말을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캡틴과 아이언 맨의 논쟁에서 들었다. 향후 ADAS에 포함될 수 있는 속도제한 기능이 이와 비슷한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 제한속도를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보통 승용차의 최대 속도 220km/h는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고율이 낮아진다면, 자동차업체의 차량 안전장치 개선이 계속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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