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팹리스 기업…다품종 소량생산·AI 수요 확대로 두각

[편집자주] 모든 산업군의 디지털전환이 빨라지면서 주식시장에서도 관련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투자도 확대되고 있지만 바쁜 일상에 최근의 이슈를 살펴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TECH한주]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글로벌 매크로 이슈와 국내 코스피, 코스닥 유망기업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2024년 ‘온디바이스 AI’ 시장의 개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4년 ‘온디바이스 AI’ 시장의 개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테크월드뉴스=양승갑 기자] 제주에서 생산되는 품목 중 가장 많은 수출액을 기록하는 것은 감귤이 아닌 반도체입니다. 한국무역협회 제주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반도체 관련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약 36% 증가했는데요. 이는 1144만 달러(약 150억 원)로, 감귤을 포함한 모든 농림수산물 수출액 868만 달러(약 114억 원)를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반도체는 흔히 ‘산업의 쌀’로 비유됩니다.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쌀을 먹어야 하듯, 사실상 모든 공산품에 사용되는 반도체 없이는 첨단 과학기술의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반도체 시장은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이슈 등 문제가 영향을 미치며 역성장을 기록했지만 올해 AI와 고성능 컴퓨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회복된다는 전망입니다.

이런 추세 속, 급격한 성장을 보이며 두각을 드러내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메모리 반도체 전문기업 제주반도체입니다. 제주반도체는 지난 3개월간(2023년 11월 ~) 주가가 500%가량 상승하며 투자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요. 이에 본지에서는 제주반도체의 지난 성과와 향후 성장 가능성을 정리해 봤습니다.

제주반도체는 MCP, LPDRAM, eMMC 등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습니다. [사진=제주반도체]
제주반도체는 MCP, LPDRAM, eMMC 등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습니다. [사진=제주반도체]

 

▶ 메모리 반도체 팹리스 기업

2000년 설립된 제주반도체는 모바일 메모리 반도체 팹리스 기업입니다. 쉽게 말해 반도체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반도체 설계만을 전문적으로 한다는 뜻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제주반도체는) 휴대폰 등 모바일 응용기기에 적용되는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해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함”이라며 “자체적으로 제조 생산라인을 보유하지 않고 전문 파인드리 회사에 위탁 생산한다”고 설명합니다.

현재 제주반도체는 모바일 응용기기에 특화된 메모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기준 제주반도체의 제품별 매출 비중은 ▲NAND MCP 75.3% ▲NAND Flash 9.4% ▲DRAM 8.1% 등으로 모두 모바일용 메모리입니다.

 

▶ 메모리 없이는 AI도 없다

메모리 반도체는 데이터 저장을 목적으로 하는 반도체로, 빠르고 안정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지금도 메모리 반도체가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2024년 ‘온디바이스 AI’ 시장의 개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온디바이스 AI는 멀리 떨어진 클라우드 서버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 기기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연산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하는데요.

AI 시스템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메모리 성능 향상이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압도적 중요성을 갖습니다. 일례로 SK하이닉스 곽노정 CEO는 AI 발전 원동력은 메모리 반도체에 있다고 평가했으며, IDC는 “모든 주요 애플리케이션에서 AI에 대한 수요로 인해 2024년 전체 반도체 판매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제주반도체는 다양한 산업 분야의 고객 맞춤형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는 특화된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성·SK와는 다른 길,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맞춤형 수요 대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진출한 상태입니다. 특히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선도업체로 꼽히는 만큼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다만 이들이 주력하는 분야는 모바일·서버용 고용량 메모리 반도체로, 제주반도체가 집중하는 저전력·저용량 반도체 영역과는 사뭇 다른 형태입니다.

또한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국내 메모리 산업 특성상 범용 제품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IoT 기기, 가전제품, 통신장비 등에 AI가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고객층의 요구사항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주반도체는 다품종 소량 생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IoT, 컨슈머, 오토모티브, 네트워크 장치, 웨어러블 등의 B2B 사업은 기업별로 요구사항이 천차만별이고 이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수고도 많이 들어갑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주반도체는 다양한 산업 분야의 고객 맞춤형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는 특화된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즉, 삼성과 SK하이닉스도 알고 있지만 기존의 소품종 대량생산 체계에서는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기회의 영역인 ‘화이트 스페이스(White Space)’를 잘 공략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주반도체 주가 [사진=네이버증권 갈무리]
제주반도체 주가 [사진=네이버증권 갈무리]

 

▶ AI 수요 확대에 따른 직접 수혜 예상

현재 제주반도체는 견조한 성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매출은 ▲2020년 1270억 원 ▲2021년 1930억 원 ▲2022년 1750억 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6억 원 ▲201억 원 ▲282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다만 제주반도체 역시 침체기를 겪었던 전체 반도체 시장의 불황 여파는 피할 수 없었던 모양새입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제주반도체의 매출을 1700억 원, 영업이익 168억 원으로 실적 감소를 예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업계에서는 향후 제주반도체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업황 회복으로 제품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인데요. AI 수요 확대에 따른 직접 수혜도 기대됩니다. 최근 제주반도체의 주가는 1월 16일 장 마감 기준 2만 2450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10월 20일 3900원에서 약 475% 상승한 수치입니다.

SK증권 허선재 연구원은 “제주반도체는 2021년 퀄컴과 미디어텍으로부터 제품 인증을 확보하며 기술력을 검증받은 국내 메모리 팹리스 업체”라며 “2024년 반도체·IoT 업황 회복을 통한 안정적인 실적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온디바이스 AI 시장 개화에 따른 신규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나증권 조정현 연구원은 “내년 PC 및 모바일 디바이스를 시작으로 웨어러블기기, 드론, 자율주행 자동차 등 여러 종류의 기기 단에서도 AI 도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제주반도체가 주력으로 영위하는 시장은 5G IoT인데, 온디바이스 AI 수요 확대에 따른 5G IoT향 매출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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