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력 확보 중이나 아직 부족한 신뢰도
'반려로봇', 고령화 시대 동반자로 급부상
'로봇을 입는다' 웨어러블 로봇 성장세 전망
로봇산업 성장… 부품 업체 경쟁력 제고 실증사업 확대해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2세대 [사진=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2세대 [사진=테슬라]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전 세계적인 코로나 펜데믹은 인간에게는 위기였지만 전염병을 앓지 않는 로봇에게는 기회였다. 인간의 움직임이 멈추자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큰 인력 공백이 발생했다. 이에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후속된 인플레이션과 인건비 상승으로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사업주들은 앞다퉈 서빙로봇이나 키오스크를 매장에 배치하기 시작했고, 제조 현장에서도 생산성 향상을 돕는 협동 로봇이 대거 도입됐다. 때마침 생성형 AI를 비롯한 인공지능의 도약과 맞물려 로봇의 성능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처럼 로봇 산업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예상 보다 빠른 발전 속도에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로봇이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면서 인간을 돕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일자리를 뺏고 나아가 인간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 확보하는 휴머노이드, 그러나 신뢰도는 아직

실제로 최근 테슬라가 공개한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 2세대'는 로봇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이른바 '테슬라봇'으로 불리는 옵티머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1년 공개한 테슬라의 AI 프로젝트 일환이다. 2022년 처음 공개된 옵티머스는 걷기조차 힘들어 보였으나 올해 3월에는 공장을 활보하는 모습을 보였고, 지난 9월에는 요가를 선보이며 사람의 움직임에 한층 가까워졌다.

이번에 공개된 옵티머스 2세대는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이용해 달걀을 깨뜨리지 않고 섬세하게 집어 끓는 물에 넣었다. 또, 체육관에서 완벽한 자세로 스쾃을 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옵티머스는 탑재된 신경망을 통해 스스로 훈련해 기본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 공장 내 단순 노동을 대체하거나 가사 도우미로 활용될 수 있다"며 "로봇 가격은 향후 3∼5년 내 2만 달러(약 2640만 원) 이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즉, 연봉 3000만 원으로 휴가 없이 24시간 내내 일하는 '로봇 노동자'가 등장한다면 단순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의 대규모 실직은 피하기 어렵게 된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한다는 우려와 함께 로봇의 안정성에 대한 문제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테슬라의 생산 공장 기가팩토리에서 제조 로봇이 직원들을 공격해 근로자가 부상을 입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2021년 미국 텍사스주 테슬라 기가팩토리에서 엔지니어 한 명이 제조 로봇에 의해 큰 부상을 당했다.

이 로봇은 알루미늄으로 된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일을 담당하는데 근로자가 유지 보수 작업을 하는 동안엔 전원이 꺼져야 한다. 그러나 부주의로 인해 켜져 있던 로봇은 프로그래밍이 된 동작에 따라 엔지니어를 벽에 꽂고 그의 등과 팔에 금속 집게발을 찔렀다.

로봇에게 찔려 자상을 입은 다량의 피를 흘린 엔지니어는 다른 근로자가 로봇의 비상정지 버튼을 눌린 후에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목격자는 전했다.

이처럼 로봇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가 생기고 있지만 로봇의 잠재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미 다양한 서비스 로봇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기(IT) 전시회 CES 2024에 참가하는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 로봇이 어떤 방향으로 활용될지를 보여줄 계획이다.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사진=LG전자]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사진=LG전자]

'반려로봇', 고령화 시대 동반자로 급부상

제조 로봇의 가능성은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하지만 단순한 형태의 서비스 로봇은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전남 등 다수의 지자체들은 반려로봇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반려로봇은 말 그대로 로봇이 노년층의 동반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반려로봇은 기상부터 취침까지 곁에서 음성으로 말벗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른 맞춤 대화와 약 복용 시간, 일정 관리 등 어르신들의 일상생활 관리를 돕는다. 또, 노래·퀴즈·종교 생활 등 다양한 인지·신체활동 프로그램으로 어르신들의 우울감을 해소하고 정서와 건강을 살필 수 있다.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119 연계 등 24시간 돌봄으로 고독사도 예방한다.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노년층의 정신적, 신체적 효과와 사회적 효과 등 심리치료에 여러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알러지가 있거나 반려동물을 돌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반려로봇이 대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심리치료 로봇 파로 [사진=AIST]

반려로봇의 긍정적인 효과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입증되어 왔다.

일본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에서 개발한 아기하프물범 모양 애완로봇 파로(Paro)는 입원 환자나 요양시설 수용자, 간병인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로는 2005년 일본에서 상용화된 이후 200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경치료 의료기기'로 인정받아 현재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서 5,000개의 파로가 이용되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 되고 있는 한국은 반려로봇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LG전자도 이번 CES 2024에서 반려로봇의 기능을 확장한 '스마트홈 AI(인공지능) 에이전트'를 공개한다.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편리하게 연결하고 제어할 수 있는 미래형 스마트홈 허브다. 신제품에는 고도화된 로봇과 AI 기술이 적용됐다. 두 다리에 바퀴가 달린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집안 곳곳을 이동한다. 

또 음성·음향·이미지 인식 등을 접목한 멀티모달(Multi Modal) 센싱과 첨단 인공지능 프로세스를 토대로 사용자의 상황과 상태를 정교하게 인지하고 능동적으로 소통한다. 특히 제품에 탑재된 카메라, 스피커, 다양한 홈 모니터링 센서는 집안 곳곳의 실시간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전 제어에 도움을 준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반려동물처럼 마중을 나오고, 사용자의 목소리나 표정으로 감정을 파악해 음악 추천도 해준다.

웨어러블 로봇 윔(WIM) [사진=위로보틱스]
웨어러블 로봇 윔(WIM) [사진=위로보틱스]

'로봇을 입는다' 웨어러블 로봇 성장세 전망

2024년은 반려로봇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 로봇의 대중화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웨어러블(착용형) 로봇의 성장세가 가파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지난해 74억 달러(약 9조 5천억원)에서 오는 2026년에는 144억 달러(약 18조 5천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산업 현장부터 의료와 재활, 방산, 개인용 등으로 활용 영역이 다변화된 영향이다.

이번 CES 2024에서도 다양한 웨어러블 로봇 기업이 혁신상을 수상하며 상용화 기대감을 키웠다.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 위로보틱스(WI Robotics)는 웨어러블 로봇 '윔(WIM)'으로 로보틱스와 액세서빌리티·에이징테크 2개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AI 코칭 프로그램이 사용자의 장기 근골격 데이터를 분석해 보행 성능을 개선시켜 준다. 1월 중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판매도 진행된다.

휴로틱스(HUROTICS)도 보행보조 로봇인 웨어러블 로봇 'H-플랙스(Flex)'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고속 맞춤화 제어, 초소형 임베디드 시스템, 로봇슈트 제어 소프트웨어, 맞춤형 모듈화 기술 등을 결합해 만든 H-Flex는 보행 효율을 최대 20% 높여준다. 병원, 재활센터, 재활 환자 등 이용자의 요구 사항에 따라 맞춤형 지원이 가능하며, 오는 4월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바른바이오는 웨어러블 테크놀로지 부문에서 '위-스팀(WE-STIM)' 레깅스로 상을 받았다. 위 스팀 레깅스는 신체 움직임에서 생성되는 자연 전기 에너지를 확보해 의류 내부에 설계된 특수 전도성 섬유를 타고 특정 부위에 미세전류를 보낸다. 이를 통해 운동능력을 향상시키고 근육 회복을 도우며 피로를 최소화한다.

장애인 보조기기 전문기업 '만드로'는 로봇 손가락 의수 마크 7D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마크 7D는 일반 의수와는 달리 사고로 손 전체가 아닌 손가락 한두 개만 잃은 부분 손 절단 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다. 반영구적인 브러시리스 모터와 감속기, 컨트롤러, 관절 구조 등을 로봇 손가락에 내장했다. 기존 손가락 길이나 악력에 맞춰 로봇 손가락을 제작하고 구동 속도도 맞춤형으로 수정할 수 있다. 또, 해외 제품 대비 20분의 1 수준인 손가락 하나당 50만원대 가격으로 즉시 상용화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휴로보틱스의 H-플랙스 [사진=휴로보틱스]
휴로보틱스의 H-플랙스 [사진=휴로보틱스]

로봇산업 성장… 부품 업체 경쟁력 제고 실증사업 확대해야

올해는 국내 로봇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이다. 정부가 5년마다 수립하는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의 4차 계획을 정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로봇 부품 업체들의 경쟁력 제고를 돕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손웅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은 지난 9월 로봇 부품기업 간담회에서 "로봇부품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 추세이나 국내 기업 시장 경쟁력은 일본의 시장 선점과 중국의 추격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도 지난 10월 '글로벌 로봇산업 지형 변화 및 국내 정책 대응 방향' 보고서를 발간하고 국내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핵심기술 내재화 ▲전문인력 양성 ▲서비스 신시장 창출이 중요하다고 봤다.

보고서 자문을 맡은 박상수 산업연구원 기계·방위산업실장은 "로봇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치사슬 전반의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로봇 완제품·부품 기업이 공동 개발한 제품의 성능과 품질을 검증하는 수요 연계형 실증·보급 사업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4일 국내 로봇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첨단로봇 산업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첨단로봇 산업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민관합동으로 로봇 산업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해 기술·인력·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5개 하드웨어 기술(감속기, 서보모터, 그리퍼, 센서, 제어기)과 3개 소프트웨어 기술(자율조작, 자율이동, 상호작용) 등 8대 핵심기술 확보를 추진한다. 로봇 자체생산 능력도 2021년 44.4% 수준에서 오는 2030년 8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로봇산업이 글로벌 수준 기술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K-로봇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투자 확대와 해외 신시장 창출 등을 위해 범정부적으로 정책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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