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고도화 진행 중, 애플 생태계 AI 서비스 확장 유리

[테크월드뉴스=양승갑 기자] 아이폰에 탑재되는 AI 음성 비서 ‘시리(Siri)’로 대표되는 애플의 AI 기술은 2011년 이후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이런 애플의 생성형 AI 사업을 위한 행보가 구체화되고 있다.

생성형 AI 시장 내 선두 주자인 오픈AI 챗GPT의 놀라운 사업 성과와 우후죽순 등장하는 글로벌 빅테크의 AI 서비스 출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애플은 대형언어모델(LLM) 등 기반 기술을 다지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애플이 생성형 AI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가할 경우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과거 아마존의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 등 다른 AI 음성 비서가 등장했을 때도 애플은 우위를 점했다. 기기 간 연계가 가능한 애플 생태계로 생성형 AI 서비스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애플의 생성형 AI 사업을 위한 행보가 구체화되고 있다. [사진=애플 유튜브 갈무리]
애플의 생성형 AI 사업을 위한 행보가 구체화되고 있다. [사진=애플 유튜브 갈무리]

 

▶ 조용했지만 단단한 AI 기반 다지기

실제로 애플은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보다도 압도적으로 많은 AI 기업 인수합병을 진행해 왔다.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10년(2010~2023년 9월) 동안 애플은 올해 동영상 AI 스타트업 ‘웨이브원(WaveOne)’을 포함, 총 32개의 AI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가 진행한 수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외에 ▲구글 21건 ▲메타 18건 ▲마이크로소프트 17건 ▲아마존 10건 등이다.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AI 사업을 위한 외연 확장을 지속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CB인사이트는 “AI 스타트업 인수는 빅테크의 주요 제품과 서비스를 강화했다”며 “지난 수년간 애플의 AI 스타트업 인수는 시리와 같은 아이폰 기능 개발에 필수적이었다”고 밝혔다.

애플은 2010년부터 2023년 9월 동안, 32개의 AI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사진=CB인사이트]
애플은 2010년부터 2023년 9월 동안, 32개의 AI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사진=CB인사이트]

 

▶ AI 기술 고도화도 진행 중

그렇지만 AI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려면 외연 확장과 더불어 내면 성장도 필요하다. 자체적인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다면 시장 내 입지 확보에 한계가 있다. 이런 까닭에 애플은 LLM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반 기술도 다지는 모양새다.

이달 애플은 생성형 AI 관련 논문 ‘휴먼 가우시안 스플랫(HUGS: Human Gaussian Splats)’과 ‘LLM in a flash: 제한된 메모리로 효율적인 LLM 추론’을 공개했다. 논문에 따르면 애플은 ‘3D GS(Gaussian Splatting)’이라는 기술을 사용해 3D 인간 아바타를 생성해 냈다. 30분 이내에 배경과 사람을 분리할 수 있는 것이다.

함께 공개된 동영상에서는 새롭게 만들어진 아바타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동작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그저 사람이 걷는 모습을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AI가 이를 학습해 춤을 추는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메모리가 제한된 장치에서 LLM을 배포하는 데 장애가 되는 주요 과제를 해결했다.

지금껏 개인용 디바이스같이 성능이 한정된 장치에서 LLM을 구동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여겨졌지만 이 문제를 애플이 일부 해결했다. 향후 아이폰과 아이패드, MR 헤드셋 ‘비전 프로’ 등 개인용 디바이스에서도 디지털 아바타를 만들어내거나 AI 관련 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애플 연구진은 “우리의 방법은 새로운 장면 내에서 여러 인간 아바타의 구성을 가능하게 한다”며 “렌더링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람과 장면을 담은 단일 영상만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방법은 자원이 제한된 환경에서 고급 LLM을 배포해 적용 가능성과 접근성을 확장하는 데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달 애플은 생성형 AI 관련 논문 2건을 공개했다. [사진=애플]
이달 애플은 생성형 AI 관련 논문 2건을 공개했다. [사진=애플]

 

▶ 애플 생태계로 생성형 AI 서비스 확장 유리

특히 구글의 LLM ‘제미나이(Gemini)’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탑재된 ‘픽셀8 프로’에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보니 애플의 이런 행보가 향후 스마트폰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계산에서 비롯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관련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에 AI를 적용하기 위한 노력에 분주하다. 삼성, 퀄컴 등에서 집중하고 있는 온디바이스 AI가 대표적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터리서치 역시 “2027년까지 전 세계 스마트폰의 40%는 AI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애플은 통합 생태계에 장점을 가지고 있어 생성형 AI를 확장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수많은 사용자에서 얻어지는 데이터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애플의 iOS 시스템, 이를 이용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앱스토어 등 AI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무기는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앞서 IT 매체 애플인사이더는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를 인용해 “애플은 AI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지만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AI 기반 도구를 채택함에 따라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양한 엣지 장치와 사용자에서 얻은 고유한 데이터, 비교할 수 없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은 AI 워크로드를 처리할 수 있는 강력한 서비스다”며 “델, 퀄컴, 샤오미 중 애플만이 컴퓨터, 웨어러블, 스마트폰 등을 보유하는 수직 스택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통합 생태계에 장점을 가지고 있어 생성형 AI를 확장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사진=애플]
애플은 통합 생태계에 장점을 가지고 있어 생성형 AI를 확장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사진=애플]

 

애플 AI 연구, 긍정적 반응

한편 23일(현지시간) 기술 전문매체 벤처비트에 따르면 지난 10월 애플과 콜롬비아 대학교 연구원들은 오픈소스 형태인 멀티모달 LLM ‘페럿(Ferret)’도 공개했다.

페럿은 공개 당시 연구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어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애플이 AI 관련 행보를 구체화하기 시작하면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오픈소스 기반 연구를 통해 AI 개발이 촉진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업계 관계자들도 애플의 AI 개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의학 분야 오픈소스 AI에 중점을 둔 유럽 비영리 단체 운영자 바트 드 위트(Bart de Witte)는 X를 통해 “페럿은 애플이 영향력 있는 AI 연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애플은 멀티모달 AI 분야의 리더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벤처비트의 기술 블로거 벤 딕슨(Ben Dickson)은 “2023년 애플이 AI 개발과 오픈소스 LLM을 출시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며 “오랫동안 애플은 폐쇄적인 시스템으로 모든 부문에서 모범이 됐지만 챗GPT와 같은 모델과 경쟁하려면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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