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알트먼·스티브 잡스 복귀 시점 달라
소프트웨어 혁명에 10년···잡스의 복귀시간과 일치
빠른 기술 속도··· 알트먼 5일 만에 소환
[테크월드뉴스=서용하 기자] 최근 오픈AI의 CEO인 샘 알트먼이 이사회에 의해 전격 해고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샘 알트먼의 퇴출은 40여 년 전 자신이 창업한 기업에서 퇴출당한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게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잡스가 복귀까지 10여 년이 걸렸던 반면 알트먼은 단 5일 만에 복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80년대 당시보다 현재의 기술 발전과 전파 속도가 빨라져 알트먼의 복귀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다고 해석한다.
▶ 샘 알트먼·스티브 잡스, 창업자 퇴출 평행이론
샘 알트먼 OpenAI 창업자의 퇴출은 자신이 만든 애플에서 쫓겨난 1985년의 스티브 잡스를 생각나게 한다.
스티브 잡스는 희대의 발명이라고 할 수 있을 개인용 컴퓨터 매킨토시를 만든 후 자신의 창업지에서 쫓겨났고 샘 알트먼도 AI 혁명이라고 불리는 챗 GPT를 개발한 후 자신이 세운 OpenAI에서 쫓겨났다.
다만 해고 사유를 보면 둘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스티브 잡스는 제록스 파크 연구소에서 영감을 얻은 GUI(Graphical User Interface)를 개인용 컴퓨터에 입혀 매킨토시를 만들었다. 하지만 호환성의 벽에 가로막혀 맥(Mac)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부족해졌고 IBM 호환 PC의 공세에도 당해내지 못했다. 이와 같은 사업적 부진이 퇴출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샘 알트먼의 퇴출은 잡스와 다르게 비영리 회사인 OpenAI를 점점 더 상업적인 방향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로 일어났다.
복귀 시점도 각기 다르다. 알트먼이 OpenAI 내부 직원들과 투자자들로부터 강도 높은 지지를 받고 단 5일 만에 복귀했지만 스티브 잡스는 복귀하는데 무려 1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 소프트웨어 혁명에 걸린 10년··· 잡스의 퇴출과 복귀 시간
업계에선 1985년부터 1995년까지를 소프트웨어 혁명의 시기라고 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운영체제 윈도 시리즈는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는데 GUI를 입힌 매킨토시가 나온 후 윈도 95가 나오기까지 무려 10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① 스티브 잡스·빌 게이츠만이 세상 바꿀 도구 알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매킨토시의 판매 부진으로 1985년 퇴출당하기까지 GUI 방식의 매킨토시는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실제로 발매 첫날 하루 동안 무려 6만 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잡스의 사임 후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만이 매킨토시를 내세워 구현한 GUI가 곧 세상을 바꾸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애플의 GUI를 흉내 낸 윈도 1.0은 버그가 많았고, 1987년 업그레이드 버전 윈도우 2.0을 출시하기도 했지만, MS-DOS로 작성된 소프트웨어는 모두 재작성해야 했으므로 시장에서 압도적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② 자신이 만든 GUI··· 스티브 잡스 10년 만에 소환시켜
1990년 마이크로소프트는 IBM과 함께 운영체제를 개발, 윈도 3.0을 내놓는다. 이 새로운 운영 체제는 마켓 리더가 됐고 PC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가정용 PC시장이 생성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이후 빌 게이츠는 과감히 MS-DOS를 버리고, 1992년에 윈도 95에 대한 디자인과 계획을 수립한 뒤 집중적인 투자를 하기 시작, 3년 후 윈도 95를 출시한다.
윈도 95 탄생은 컴퓨터와 관련한 수많은 하드웨어의 표준을 제시했고 많은 기기를 상호호환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아울러 우수한 개발도구를 활용해 유용한 소프트웨어들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을 제공, 컴퓨터와 이를 활용한 산업 저변에 혁신의 기반을 만든 것으로 평가 받는다.
업계 전문가는 GUI를 처음 개발한 파크 연구소와 제록스는 이것이 세상을 바꿀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고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GUI의 진가를 알아보고 상용화하기 시작했으며, 다시 진가를 알아본 마이크로소프트가 전성기를 열었지만 무려 10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윈도95 탄생으로 시작된 애플의 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10여 년 만에 스티브 잡스가 돌아올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 빠른 기술 속도, 글로벌화 경쟁··· 알트먼5일 만에 소환
업계 전문가들은 매킨토시 출시 이후 소프트웨어 혁명이 완성되기까지 10년이 소요됐지만, 챗 GPT 출현으로 일어나고 있는 AI 기술 혁명은 그보다 몇 배는 빠르고 폭넓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① 챗GPT 출시부터 경쟁··· 속도전 시작
OpenAI의 창립 헌장에는 두 가지 목표가 적시돼 있다. 인간 두뇌를 능가하는 범용인공지능(AGI)을 만든다는 것과 그것을 모든 인류가 이롭고 안전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2015년 출범 당시엔 안전을 더 중시했다. 비영리법인을 택해 자본의 간섭을 배제한 까닭이다. 하지만 곧 안전한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서도 자본이 든다는 역설에 직면한다. AI를 학습시키는 머신러닝의 컴퓨팅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알트먼은 비영리 원칙을 일부 포기하는 데서 돌파구를 찾는다. 영리법인 자회사를 세워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0억 달러 투자를 받았다. 이에 반발한 오픈AI의 핵심 직원 11명이 회사를 나가 경쟁사 앤트로픽을 차리기도 했다.
OpenAI도 다급해졌다. GPT-3를 몇 주 만에 개조해 챗GPT를 공개하기로 한다. 챗GPT는 2022년 11월 30일 세상에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특히 단순 AI를 넘어, 사용자가 원하는 요구 사항을 분석해 이에 딱 맞는 동작으로 답하는 생성형 AI에 대한 혁신을 보인 점이 주목받았다.
② 오픈AI, 기술 산업에서 이미 세대교체··· 기술 속도 싸움 더욱 치열
경제 전문 CNBC는 “챗GPT는 출시 1년 만에 17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게 됐다”라며 “챗GPT의 등장과 함께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AI 전략을 강화하기 시작했다”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OpenAI와 기술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며 선두를 잡으려 하고 있고 구글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은 수없이 많은 AI 제품을 쏟아내며 발 빠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알트먼은 도전자들을 물리치기 위한 속도 싸움에 직접 움직이고 있다. 최근 앱스토어 같은 AI 플랫폼, 스마트폰을 대체할 AI 단말기 등 굵직한 사업화 구상을 잇달아 밝히며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러 다니고 있다. 아울러 OpenAI는 불과 1년 새 GPT-4, DALL·E 3, GPTs를 내놓은 후 GPT-5 개발에 돌입했다.
특히 챗 GPT가 쟁점이 된 후 초거대 AI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특허 경쟁이 국가의 명운을 거는 듯한 양상도 보이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식재산권 5대 주요국에 출원된 초거대 AI 관련 특허 출원이 최근 10년(2011년~2020년) 사이 약 2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5년(16년~20년)간은 연평균 증가율 61.3%로 출원 증가 속도가 더욱 가팔라졌다.
출원인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35.6%, 1만5035건) 중국(31.0%, 1만3103건) 일본 (11.6%, 4906건) 순이었으며 우리나라는 근소한 차이로 4위(11.3%, 4785건)을 차지했다.
IT 전문 더버지는 “OpenAI는 기술 산업에서 ’세대교체‘를 시작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불과 1년도 안 돼 실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라며 “이제는 오픈AI가 촉발한 기술 혁신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가 더 중요해졌다”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알트먼이 5일 만에 복귀할 수 있었던 점은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투자자들 덕택이었다며 빠른 기술 발전과 정보의 공유, 치열한 글로벌한 경쟁 등이 스티브 잡스와 알트먼의 복귀 시점을 다르게 가져왔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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