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 연구소 '구글 X' 인공지능 시대 열다
오픈AI '챗GPT'에 밀리며 후발주자 전락
구원투수 세르게이 브린의 '제미나이'로 설욕 도전

[출처=게티이미지코리아]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구글은 꽤 오래전부터 인공지능 개발에 집중하며 그야말로 '인공지능에 진심'인 모습을 보여왔다. 검색엔진의 효율화 관점에서 알고리즘과 AI에 관심을 갖던 구글은 '알파고'를 통해 7년전 이세돌 9단을 꺾으며 인공지능 기업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픈AI의 챗GPT의 맹렬한 추격을 받던 구글이 최근 '제미나이'를 공개하며 다시 왕좌 탈환에 나서고 있다. 

 

극비 연구소 '구글 X', 인공신경망 탑재한 AI 개발… 인공지능 시대 열다

구글 창업주였던 래리 페이지는 지난 2011년 10년 만에 구글 CEO로 복귀했다. 래리 페이지가 다시 CEO 자리를 맡은 이유는 분명치 않았으나 그가 이후 보인 여러 행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인공지능 고도화'라 할 수 있다. 래리 페이지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구글이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기업이 되길 꿈꿨고, 인수와 합병을 통해 이를 실현해왔다.

실제로 구글은 인공지능 기술의 대부 제프리 힌튼 교수가 이끄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DNN리서치, 인공지능 및 로봇 개발사 보스턴 다이내믹스, 데미스 하사비스가 설립한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마인드 등 수 많은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해 기술을 확보하고 업계의 리더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구글의 정체성도 지속적으로 변했다. 검색 엔진에서 인터넷 광고 기업으로, 인터넷 광고 기업에서 모바일과 동영상 광고 기업으로, 모바일과 동영상 광고 기업에서 인공지능 기업으로 도약과 성장을 반복했다.

래리 페이지가 인공지능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 것은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의 아버지 칼 페이지는 인공지능 분야의 개척자로 꼽힌다. 래리 페이지 자신도 CEO에 복귀하기 전 극비 연구소 '구글 X'에서 인공지능 분야 연구를 했다.

'구글 X'는 100가지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세계 굴지의 로봇 공학자이자 인공지능 전문가인 세바스티안 스런이 구글 X를 이끌었으며, 인공지능에 신경과학을 접목한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 교류 전문가인 조니 정 리 등이 이곳에서 일했다.

래리 페이지는 구글이 인공지능 기업이 되길 원했다 [사진=구글
래리 페이지는 구글이 인공지능 기업이 되길 원했다 [사진=구글

요즘은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들이 인간의 뇌를 흉내 낸 인공신경망을 기본값으로 하고 있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한창 연구중인 분야였다. 지난 2012년 구글은 '구글 X' 소속 과학자들이 몇 년 전부터 인공신경망에 대해 연구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그 성과를 알렸다.

스탠퍼드 대학의 컴퓨터과학자 앤드루 우 박사와 제프 딘 구글 수석 연구원이 1만6000개의 CPU를 이용해 개발한 구글의 인공신경망은 인간의 도움 없이 유튜브에서 찾은 이미지 1000만장 가운데서 고양이를 식별해내는 데 성공했다.

당시 컴퓨터의 이미지 인식 기술은 인간의 감독 아래 어떤 특징을 표시해 식별 작업이 이뤄졌으나 구글의 인공신경망은 스스로 특징을 발견해낸 것이다. 즉, 많은 양의 자료를 알고리즘에 던져주면, 스스로 식별 방안을 터득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했다는 의미다.

딘 연구원은 "연구 과정에서 이미지가 고양이라고 절대 알려주지 않았다"며 "인공신경망 스스로 고양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해 12월에는 인공지능 분야 유명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이 구글에 합류해 인공 지능과 머신 러닝 사업을 이끌기 시작했다.

커즈와일은 1990년에 쓴 '지적 기계 시대'를 통해 휴대폰 출현과 인터넷 유비쿼터스를 예측했고, 2005년 쓴 '특이점이 온다'에서는 "2029년에는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컴퓨터가 등장하며, 2045년에 기계가 인류를 넘어서는 '특이점'이 도래할 것"을 예측했다.

그리고 이러한 예측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구현됐다. 지난 2014년 구글이 인공지능 기술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4억 달러에 인수한 후 '알파고'를 세상에 내놓았다.

 

알파고 제로, 데이터 없어도 혼자서 터득하는 인공지능의 등장

2015년 구글 딥마인드 연구진은 인공지능 강화학습과 생물학적 신경망 학습 방식을 결합해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49가지 비디오게임의 기술을 학습하는 인공지능 장치 'DQN(deep Q-network)'을 개발했다.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향후 보상이 극대화되는 행동을 선택해나가는 '강화학습 방식'과 최적의 시나리오를 찾아나가는 '신경망 학습 방식'을 접목한 것이다.

DQN의 학습능력은 '스페이스 인베이더'와 '벽돌깨기(Breakout)' 등 49가지 게임을 통해 테스트했다. 게임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비디오게임의 화면 픽셀과 점수 정보만을 제공했는데 DQN은 각 게임을 일정 횟수 이상 연습한 다음에는 49가지 게임 중 29가지에서 게임 테스팅 전문가를 능가하는 수준의 기술을 터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기존 인공지능 시스템은 특정 환경과 목적을 지정해준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학습하도록 개발됐으나 DQN은 배경지식 또는 사전 정보 없이 최소한의 정보만을 이용해 다양한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이 등장한 것이다.

이후 구글 딥마인드는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개발하게 된다. 개발자들이 입력한 3000만번의 대국 기보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며 바둑을 익힌 알파고는 등장 후 유럽 바둑 챔피언이자 중국 프로 바둑기사인 판후이(2단)와 다섯 차례의 대국에서 모두 이겼다.

알파고와 이세돌9단의 대국 장면 [사진=구글]
알파고와 이세돌9단의 대국 장면 [사진=구글]

그리고 알파고는 세계 바둑챔피언 이세돌 9단 마저 이긴다. 대국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이세돌 9단의 패배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구글 딥마인드 개발진들은 '알파고'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으나 그래도 이세돌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알파고는 대국 내내 이세돌 9단을 압도했으며, 5번의 대결에서 4승 1패를 기록했다.

이후 알파고는 더 진화하는데 2016년 말 업데이트된 '알파고 마스터'는 2017년 1월까지 세계 챔피언 커제에 대한 3연승을 포함, 무패 60연승의 눈부신 기록을 세웠다. 알파고 마스터는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에게 3점을 접어 주는 수준이었다.

2017년 10월에 출현한 '알파고 제로'는 사흘 만에 알파고에게 100연승을 거두었고, 21일 만에 알파고 마스터 수준에 도달하고 40일째에는 기존의 모든 버전을 다 격파했다.

'알파고 제로'는 데이터 의존형 딥러닝이 아닌 학습이론 기반의 '강화학습'을 활용했다. 즉, 두 대의 알파고 제로가 바둑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백지상태에서 서로 바둑을 두면서 동반 진화한 것이다. 아무런 데이터 없이 스스로 규칙과 기준을 알아내고, 약간의 시간이 주어지면 그 분야 인간의 최고수준을 가뿐히 넘어서는 인공지능이 나타났다.

 

승승장구하던 구글, 오픈AI '챗GPT'에 밀리며 후발주자 전락

이처럼 구글이 인공지능 기술을 선도해 오던 것을 감안하면 '생성형 인공지능' 분야에서 '챗GPT'를 내놓은 오픈AI에 밀린 것이 언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이 AI 개발의 선두주자로서 AI의 공정성·안전성 등 논란에 가장 먼저 휩싸이면서 AI 출시에 신중하게 접근하다가 때를 놓쳤다고 진단했다.

구글은 알파고의 성과를 바탕으로 2018년 AI를 사용해 영상 이미지를 분석하고 무인 항공기의 타격 목표를 향상하는 '프로젝트 메이븐' 계약을 미 국방부와 맺었다.

하지만, 학계와 기술 전문가들은 AI가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대규모 감시에 활용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고 구글 같은 기업들에 특정 용도로 AI를 활용하지 말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대니얼 드프레이타스와 노엄 샤지어 등 두 명의 구글 연구원은 사람과 비슷한 대화를 할 수 있는 AI 챗봇 '미나'를 개발했지만 구글은 자사의 안전성·공정성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후에도 챗봇 개발을 계속해 '람다'(LaMDA)로 프로젝트 이름을 바꾸고 더 많은 데이터와 연산력을 투입해 2022년 연례 콘퍼런스 행사에서 공개할 것을 고려했으나 이 마저도 거부됐다.

그러던 중에 오픈AI가 '챗GPT'를 먼저 내놓으면서 10년 넘게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해 오던 구글이 거의 처음으로 후발주자 신세가 되어 버렸다.

이런 가운데 오픈AI에 투자한 MS가 챗GPT의 기술을 탑재한 검색 서비스 '빙'의 새 버전을 발표하자 더 밀리면 안된다는 위기감을 느낀 구글은 자체 AI 챗봇 기능을 탑재한 검색 서비스 '바드'를 선보였다. 하지만 시연회에서 바드가 질문에 정답을 제시하지 못해 체면을 더욱 구기게 됐다.

구글 제미나이 [사진=구글]

구원투수로 세르게이 브린 호출… 챗GPT 뛰어넘는 '제미나이'로 설욕 성공

자존심을 구긴 구글은 구원투수로 지난 7월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를 다시 불러들였다. 

2019년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임원진에서 물러난 지 약 4년만으로 세르게이 브린도 챗GPT의 등장에 자극을 받아 업무 복귀를 희망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브린은 지난해 챗GPT가 출시된 이후 구글 본사에 출근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그는 경영 일선에 있을 때부터 AI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 왔다. 브린은 2018년 주주 서한에서 "AI의 새로운 봄은 내 생애에서 컴퓨팅의 가장 중요한 발전"이라며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컴퓨팅의 힘과 잠재력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6일 구글은 인공지능 모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능으로 사람에 버금가는 '제미나이'를 공개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첫 번째 버전인 제미나이 1.0은 구글 딥마인드의 비전을 처음으로 실현했다"며 "구글이 개발한 가장 포괄적이고 뛰어난 AI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제미나이는 이미지를 인식하고 음성으로 말하거나 들을 수 있으며 코딩 능력까지 갖춘 '멀티모달 AI'이다. 시각, 청각 등을 활용해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 음성, 영상 등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은 물론 수학 문제를 풀거나 데이터를 분석하는 추론 능력도 갖췄다.

실제로 제미나이에게 골프공과 달 사진만을 보여 줬더니 "달은 인간이 골프를 쳤던 유일한 천체다. 1971년 '아폴로 14호' 승무원이 달 표면에서 골프공 두 개를 쳤다"고 답했다. 햇살이 비치는 방 사진을 보여 주고 집의 방향을 묻자 "남향"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제미나이는 이날부터 구글의 AI 챗봇 서비스인 '바드'에 탑재됐다.

구글 측은 제미나이에 대해 "50여개 주제에 대해 평가하는 대규모 다중작업 언어 이해에서 인간 전문가 점수인 89.8%를 넘은 최초의 모델"이라고 밝혔다. 이는 오픈AI가 개발한 GPT4(86.4%) 보다 높은 수준이다.

구글이 '제미나이'로 다시 인공지능 기업의 위상을 회복했으나 1위 자리를 두고 오픈AI와 당분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오픈AI는 지난달 17일 샘 알트먼을 CEO에서 내쫓았으나 닷새 만에 CEO로 복귀하게 했다. 오픈AI 이사회는 인공지능 개발 속도가 너무 빨라 위험하다는 이유로 샘 알트먼을 축출했지만 임직원의 거센 반발로 물러선 것이다.

알트먼이 '큐 스타'라는 강력한 일반인공지능(AGI)을 개발한 것이 해임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큐 스타'는 데이터를 학습하지 않아도 스스로 연산하는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이다. 새로운 학습 없이 기존 데이터셋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구글과 경쟁사들의 인공지능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변화도 생각 보다 빨리 우리 주위에 나타날 것이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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